아름다운 경계 아름다운 경계 -장진숙- 숨소리가 들릴 듯 키 큰 미루나무 두 그루 정겹게 마주보고 서 있다 멀리 다른 곳에서 보면 그저 훤칠한 한 그루로 보이는 그들 곁에 가서 무슨 험난한 시련을 딛고 왔기에 험하게 부르트고 주름살 깊숙이 패였는지 야윈 무릎 곰곰 쓸어 본다 고개 젖혀 바라보는 앙상한 나뭇가.. 감성/좋은글 2010.01.05
아름다운 경계 / 장진숙 아름다운 경계 -장진숙- 숨소리가 들릴 듯 키 큰 미루나무 두 그루 정겹게 마주보고 서 있다 멀리 다른 곳에서 보면 그저 훤칠한 한 그루로 보이는 그들 곁에 가서 무슨 험난한 시련을 딛고 왔기에 험하게 부르트고 주름살 깊숙이 패였는지 야윈 무릎 곰곰 쓸어 본다 고개 젖혀 바라보는 앙상한 나뭇가.. 감성/좋은글 2010.01.04
길자네 / 장진숙 길자네 -장진숙- 길자네는 울 아버지 소학교적 동창생 갸름하고 흰 얼굴에 얇은 입술 눈썹 위 까만 사마귀점과 뾰족하게 솟은 콧날이 왠지 차갑게 느껴지던, 키가 훤칠하니 크고 가늘고 긴 허리가 버드나무 같았던 여자 딸 둘에 홀로된 손끝 야문 젊은 과부를 사내들 그냥 놓아둘 리 없지 울 아버지 친.. 감성/좋은글 2010.01.04
비 개인 오후, 길을 잃다 / 장진숙 비 개인 오후, 길을 잃다 -장진숙- 집을 나섰다 무작정 물방개 소금쟁이도 없이 어질러지는 의식의 못자리 여릿여릿 흔들리다 욱신거리는 날 풍경이 물구나무선 빗물 고인 웅덩이 여럿 건너뛰며 어지러운 잔상들 마음 바깥으로 쓸어내는 산책길 진저리치며 나무들 젖은 이파리 털어 내느라 부산하고 .. 감성/좋은글 2010.01.04
세한도 / 김학산 세한도 김학산 허옇게 불타오르는 망각의 소금밭 짙푸른 하늘 창고에서 쏟아지는 고생대의 투명한 뼈 가루들 삶이 필시 꿈이라면 펄펄 끓는 피를 풍화하자 저 환장할 수묵화 한 장 우리 모두 봉두난발의 꿈을 깨기 전 지나 온 길들은 모두 지워 우둔한 짐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리니 너무 일찍 생을 .. 감성/좋은글 2010.01.04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 김학산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김학산 말로 다하지 못하는 말이 있다 너의 아픔이 쏟아 놓은 썰물 뒤 가슴에 오글거리던 광란의 햇빛 침들 저리 요장육부를 들쑤시며 억 만 개의 주사바늘을 꽂더니 썰물과 들 물의 절대 정점 영시 부근에 가서야 바다는 서리서리 가슴 풀어헤치며 서러운 파도 안고 옹알옹알 잠.. 감성/좋은글 2010.01.04
둥근 사각형 그리기 / 김학산 둥근 사각형 그리기 김학산 호남고속도로 위 창밖을 무심히 응시한다 논가 두루미 외발로 서 쓰러지지 않는 저 빛나는 균형감각의 완숙 미 삶이 동그라미 그리기 사각형 그리기라면 얼마나 시시하고 재미없을까를 생각한다 지하터널 벗어나자 구름의 낮은 기침소리 전에 본적이 없는 황토 빛 산 하나.. 감성/좋은글 2010.01.04
푸르른 것들에게 / 김학산 푸르른 것들에게 김학산 황혼이 깃을 내린 창가에서 푸르른 너희들을 손질하며 울컥 뜨거운 마음 하나 있어 너의 심장으로 난 소리를 엿듣는다 인간이란 존재의 이름으로 내 너를 얼마나 난도질 했던가 꽃이라 불러서 너 꽃이 아닌 것을 빛나는 명사로 아름다운 형용사로 팽이처럼 빙빙 돌려 너 얼마.. 감성/좋은글 2010.01.04
줄기세포 그대는 / 김학산 줄기세포 그대는 김학산 저들을 보라 단한번의 공격으로도 사냥감을 죽이는, 치명적인 무기를 위하여 수 억년의 세월을 한 생애의 저녁으로 쓰다듬어, 별빛아래 파랗게 이를 갈며 진화를 꿈꾸는, 네발달린 단단한 동물들을 그런데 두발로 걷는 털 없는 원숭이, 넌, 만들어봐, 바꿔봐, 빨리 빨리......., .. 감성/좋은글 2010.01.04
그 해 겨울 / 석기진 그 해 겨울 석기진 (1) 두릎 새순을 삶아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 봄을 생각하며, 아직은 추운 겨울바람이 깝작대어도 나는 야 모르는척 삼신봉을 올랐네... 어제는 동학사에서, 남매탑에서, 오늘은 청학동에서, 삼성궁에서, '영혼이 고독하거든 산으로가라!' 유성팬으로 쓴 어느 사나이의 배낭을 쳐다.. 감성/좋은글 2010.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