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 강정식 해녀 강정식 곤고한 날들만큼이나 헤어진 검정 물 옷 입고 해풍에 등 대고 기다리는 푸른 바다로 물질을 간다 질척대는 남편에게 몸을 주듯 철썩이는 물살에 내어 주고 자맥질해 내려간다 갈매기조차 놓고 간 시간 속으로 파도에 밀려온 날들만큼이나 칙칙하고 어둑해진 물속 죽고 사는 것이 숨 한끝 .. 감성/좋은글 2010.01.07
에디트 피아프, 파리의 하늘밑, 후회하지 않아요) 에디트 피아프, 파리의 하늘밑 (Sous le ciel de Paris) 에디트 피아프, 생애 마지막 곡 "아니요,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Non, je ne regrette rien) 감성/음악 2010.01.07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 심지향(상순) 길을 걷다가도 빕을 먹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얼굴 하나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은 빠르게도 지나가고 세월도 덩달아 쏜살같이 달리는데 오월은 언제나 내 곁에 맴돌며 질긴 끈으로 옥죄어 온다 지상에 남아 가장 고독한 순간에 조용히 귀 기울여 네 목소리를 듣는다 그리움은 언제나 내 .. 감성/좋은글 2010.01.05
그런 날 있었는지 / 김명기 그런 날 있었는지 김명기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 가급적 아주 먼 길을 돌아가 본 적 있는지 그렇게 도착한 집 앞을 내집이 이닌 듯 그냥 지나쳐 본적 있는지 길은 마음을 잃어 그런 날은 내가 내가 아닌 것 바람이 불었는지 비가 내렸는지 꽃핀 날이었는지 검불들이 아무렇게나 거리를 뒹굴고 있었는지 .. 감성/좋은글 2010.01.05
심포리역 / 김명기 심포리역 김명기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가보기에 좋은 곳이리 세상에 아주 없는 주소지처럼 애써 기억하지 않아도 첫차도 막차도 없으니 애달프게 기다릴 마음조차 없는 곳 도계나 통리쯤에서 기차를 타고 멈출 듯 지나치다보면 지금쯤 붉은 개옻나무 옆 잎 진 벚나무나 개나리 더없이 쓸쓸할 그 곳 .. 감성/좋은글 2010.01.05
곰치 국 을 마시며 / 김명기 곰치 국 을 마시며* 김 명 기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간밤 애, 간장 다 녹아내리도록 마신 술 탓도 아닙니다. 물에 불은 코풀 레기 화장지처럼 흐멀대는 헐은 가난의 기억을 후루룩 마시면 한때 천하기로 두 번째면 서러워 뱃머리에서 죄다 버려지던 그의 과거가 확, 뒤집어진 세상을 들려줍.. 감성/좋은글 2010.01.05
폐광지대 / 김명기 廢鑛地帶폐광지대 김 명 기 (나한정-흥전) 노쇠한 관절에 부종처럼 부어오른 枕木들이 끝내 만나지 못 할 철로들 틈에 끼여 언제 떠난 지도 모를 戰士들의 위령제나 지내고 누워 곧 사라질 스위치백의 운명도 고된 지난날 옛 기억에 사라질 것을 서러 워 한 다 천천히 뒤로 오르던 貨車의 무게만큼 얇.. 감성/좋은글 2010.01.05
아버지의 자본론 / 김명기 아버지의 자본론 김 명 기 목침이나 가끔 마른 기침소릴 내는 구형 선풍기의 바람이 오히려 장남보다 위안인 아버지의 등골을 본다. 이른 봄 개드릅 나무로부터 시작하여 이따금 산림감시원의 눈을 피해 주목나무를 퍼오기도 하고 여름 내내 온 집안을 가득 채우는 산 도라지의 향은 장날표 만 원짜리.. 감성/좋은글 2010.01.05
아름다운 마을 / 박금숙 노을이 아름다운 마을 박금숙 청정한 남해 바다를 한 입 베어 물고 멸치 떼처럼 오밀조밀 낮게 엎드린 마을이 노을 속 그물망에 걸려있다 고래를 삼켰거나 말랑말랑한 오징어를 씹고 있었을 지붕들 일제히 황금 비늘을 파닥인다 여인의 알몸 같은 갈매기 살빛에도 발그레한 물이 오르고 갯바위는 금.. 감성/좋은글 2010.01.05
아름다운 경계 / 장진숙 아름다운 경계 장진숙 숨소리가 들릴 듯 키 큰 미루나무 두 그루 정겹게 마주보고 서 있다 멀리 다른 곳에서 보면 그저 훤칠한 한 그루로 보이는 그들 곁에 가서 무슨 험난한 시련을 딛고 왔기에 험하게 부르트고 주름살 깊숙이 패였는지 야윈 무릎 곰곰 쓸어 본다 고개 젖혀 바라보는 앙상한 나뭇가지.. 감성/좋은글 2010.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