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좋은글

곰치 국 을 마시며 / 김명기

인서비1 2010. 1. 5. 15:55

곰치 국 을 마시며*

김 명 기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간밤
애, 간장 다 녹아내리도록 마신 술 탓도 아닙니다.
물에 불은 코풀 레기 화장지처럼 흐멀대는
헐은 가난의 기억을 후루룩 마시면
한때 천하기로 두 번째면 서러워
뱃머리에서 죄다 버려지던 그의 과거가
확, 뒤집어진 세상을 들려줍니다.
가끔
목젖을 겨누는 굵은 가시를 조심해가며
이제는 퍽 귀하신 몸인지라
해장이나 허기 때우기로 치부하기엔 금쪽같은 몸이십니다.
쓰린 속에 곰치 국 한 사발을 부어 넣으며
나는
아직 천한 값으로 함부로 세상에 버려지는
곰치보다 못한 사람들을 곁들여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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