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좋은글

폐광지대 / 김명기

인서비1 2010. 1. 5. 15:55

廢鑛地帶폐광지대

김 명 기

(나한정-흥전)
노쇠한 관절에 부종처럼 부어오른 枕木들이
끝내 만나지 못 할 철로들 틈에 끼여 언제 떠난 지도 모를
戰士들의 위령제나 지내고 누워 곧 사라질 스위치백의 운명도
고된 지난날 옛 기억에 사라질 것을 서러 워 한 다
천천히 뒤로 오르던 貨車의 무게만큼 얇아진 삶
부흥의 흥망은 각오조차 없이 경고조차 없이 끝내 절망으로 추락 할걸
알기나 했을까 화전의 흔적만 덩그런 오두막은 왜 떠나지 못했을까

(도계)
긴 잎 느티나무는 쇠락의 세월 아무 말 없이 자란 다
아침이면 또 떠나고 없을 사람들
화전과 탄전의 동리에 죽으러 온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희망은 절망 이었다
사람이 떠난다는 것은 사람만 가는 것 이아니라 희망도 따라 없어지는 것이다
오일장도 예전만 못하고 廛房의 진열대도 이미 유통기한을 지났다
더불어 남은 자들도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처분 될 날을 기 다 린 다
천연 기념물 제 95호 긴 잎 느티나무는 자라만 가는데
더 자랄 것 없는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간다 말없이말없이
共同의 사택이 空洞의 폐허가 된 지금 그 많은 희망은 다 어디서 길을 잃었나
버짐처럼 벗어진 석공 아파트외벽도 더 이상 덧 칠 없이 삭아 가고 있다
끼어버린 도시 굴다리 밑에 녹은 눈은 아직 검은색이다.

(함태 초등학교)
さき-やま(先山) 초등학교도 가기 훨씬 전 내가 배운 최초의 외국어
나의 아버지 창한이 아버지 순남 이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도 없는 동기
이들의 産業戰死앞에 주어진 삶의 명패 학교의 전교생이 이 말을 공용어처럼 썼다
심지어 가족 조사 아버지 직업란 에도 광부가 아닌 사끼야마 그 고통과 공포를
알기엔 여덟 살은 너무 모자란 나이었을까?
살아남은 사끼야마들 은 아직 막장에 있거나 콧 줄을 끼고 각혈 을하며
이름도 그럴싸한 근로복지공사 규페 센터에 폐기직전으로 누워있다
막장에 남은 사끼야마 는 그래도 아직은 행복할지도 모른다
희망은 몰라도 낼 아침 갈 곳 은 있으니 언젠가 막장 에서본 고양이만한
쥐oo가 자꾸 꿈 에 보인다. 사끼야마 의 생명줄 같던 그 쥐oo들이
그들은 무사할까

(집터)
개울건너 양지 사택은 일찍이 다 사라지고 뽕나무 자라던 나의 집도
이젠 터 만남아 나만 알 수 있다 지나는 길에 나만 알 수 있다
장난감처럼 지나가던 디젤 광차길이 멀리 보이는데 거기서 여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사라졌으므로 사라진다는 것은 사람만아니라 집도 함께 없어지는 것이다
형수네 집 옆의 놀이터 자리엔 가족 관광호텔 이 섰다 웃기지 사끼야마 가 다사라진자리에
방 두개 부엌하나 을씨년한 사택이 사라진 자리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가족 관광호텔이 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상여매고 절망하던 아버지들의  그 자리에
사라진다는 것은 사람만아니라 슬픔도 사라지나보다

(당골)
신성불가침 삼한의 그 이름 소도 이곳도 여름한날 멱 감고 누군가 제물로
받쳐두던 사과 쪽 이나 훔치던 곳이 더는 아니다
철마다 축제가 열리고 떠난 사람들 기억은 없다. 단군 성전은 굳건한데
할아버지의 얼굴은 외롭다 빌어줄 일도 없어졌으니 할일도 없나보다
사람이 사라진 자리엔 단군할아버지 초상도 외롭게 늙고 있다.
그냥 웃는 나도 외롭긴 마찬가지다 폐광지대에 사람은 없고 희망은 버려지고
낯선 위락이 꽉 들어차 각혈로 쓰러진 사끼야마 는 더욱 외로울 것이다
지라알스런 봄 날 이 간다  아 -잊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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