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윤의 동시 「봄눈」 전문 “금방 가야 할 걸 뭐하러 내려왔니?” 엄마는 시골에 홀로 계신 외할머니의 봄눈입니다. 눈물 글썽한 봄눈입니다. -유희윤의 동시 「봄눈」 전문 당신도 누군가의 봄눈이어서, 어깨위에 내리자마자 녹는 봄눈이어서 누군가를 눈물 글썽이게 한 적은 없었는지요? 그리하여 당신마저 그 눈물의 힘에 감.. 감성/좋은글 2010.04.03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 함민복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 함민복 아래층에서 물 틀면 단수가 되는 좁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전세방에서 만학을 하는 나의 등록금을 위해 사글셋방으로 이사를 떠나는 형님네 달그락 거리던 밥그릇들 베니어판으로 된 농짝을 리어카로 나르고 집안 형편을 적나라하게 까 보이던 이삿짐 가슴이 한.. 감성/좋은글 2010.01.09
그림자 / 함민복 그림자 / 함민복 금방 시드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 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뜻했으면 좋겠다 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 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 시집 <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2005 감성/좋은글 2010.01.09
자본주의의 약속 / 함민복 자본주의의 약속 / 함민복 혜화동 대학로로 나와요 장미빛 인생 알아요 왜 학림 다방 쪽 몰라요 그럼 어디 알아요 파랑새 극장 거기 말고 바탕골 소극장 거기는 길바닥에서 기다려야 하니까 들어가서 기다릴 수 있는 곳 아 바로 그 앞 알파포스타 칼이나 그 옆 버드 하우스 몰라 그럼 대체 어딜 아는 거.. 감성/좋은글 2010.01.09
새벽, 안개에 갇히다 / 이지엽 새벽, 안개에 갇히다 이 지 엽 선명하게 읽을 수 있는 마음이란 없는가 길 위에서 길을 잃듯 생각을 하다 생각을 잃고 도저히 추측할 수 없는 곳에 닻을 내린다 그러기에 정박 중인 나의 낡은 배들은 쉼 없이 중얼거리며 출렁거려야 하리 죽음은 끊어진 섬처럼 갑자기 오리라 드디어는 네 중심에 이르.. 감성/좋은글 2010.01.09
새 / 박남수 새 / 박남수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다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嬌態)로.. 감성/좋은글 2010.01.09
지식을 담은 글쓰기 / 유용선 지식을 담은 글쓰기 유용선 문학의 위기를 논하는 자리가 부쩍 많아졌다. 그에 따른 진단도 참 다양하다. 영상 매체의 오락성에 밀린다, 표현방법이 지나치게 난해하다, 부자인 작가가 별로 없다, 실용성이 별로 없다 따위. 오락성이야 영상 매체가 추구하는 바와 문학이 추구하는 바가 똑같을 수 없으.. 감성/좋은글 2010.01.09
그날 이후 (여림 시인을 기억하다)/ 이승희 그날 이후 / 이승희 여림 시인을 기억하다 동네 골목 끝 헌책방에서 금방 나온 듯한 너의 유고 시집을 보았다. 어떻게 예까지 흘러왔을까? 세상은 아직 너의 죽음을 눈치 채지 못한 것은 아닌지. 외로워, 외로워 죽을 것만 같다고 말했던 너의 시간이 책갈피마다 강물의 푸른 안개로 피어나고 때로는 인.. 감성/좋은글 2010.01.09
동틀 무렵 / 이승희 동틀 무렵 / 이승희 한 우주가 지난다는 게 뭐 다른 일이겠습니까, 새벽 첫차를 타는 사람들의 눈가에서 떨어지는 잠 같은 것이거나 휘어진 골목을 돌아 나오는 두부장수의 손끝에서 울리는 종소리거나 그의 터가는 손등 같은 게 아니겠습니까? 동틀 무렵, 그렇게 우주가 사람의 마을로 손금처럼 내려.. 감성/좋은글 2010.01.09
동강行 / 홍신선 동강行 홍 신 선 1. 고요에 먹먹하게 가는 귀 먹은 한 때는 이 고장에서 떼를 엮었음직한 기암괴석 영감 서넛이 서로 엉뚱한 낯으로 딴전부리며 서있다 읍내 주막거리 킬킬대며 누비던 화냥년 시간에게 목숨도 뒷돈도 또 불알마저도 오래전 모두 털리고 돌아와 동강 상류 그들은 그렇게 거덜난 위대한 .. 감성/좋은글 2010.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