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등판에서 삶을 보다 / 유승희 외로운 등판에서..삶을 보다 //유승희 남해 동파랑 마을의 동백 할머니 돌아누운 등판이 왠지 섧다 아랫녘의 한여름은 불볕더위일 게다 미동도차 없는 머리칼을 보니 그 흔한 선풍기조차 없나 보다 누군가가 두고 간 듯한 까만 봉지 벽에 기대선 지팡이가 나일론 빗자루가 싱크대의 비틀린 문짝이 가.. 감성/좋은글 2010.01.02
길 6 / 양전형 길 6 양 전 형 친구야, 너는 할말 다하고 집에서 편히 죽겠지만 나는 어디서든 집으로 가던 중 길에서 죽을 거야 그래서 나는 미안하다는 말 따위 집에 다 못한 말 하기 위해 죽어서도 집으로 가고 있을 거야 그러니 친구야, 내가 보고 싶거든 언제든지 우리 집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 감성/좋은글 2010.01.02
주님은 있다 /양전형 양전형 ▷ 주님은 있다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주님은 있다 양전형 어찌하여 이 오밤중 근 이십년 넥타이 졸라매어 가늘고 길어진 모가지를 불쌍히 여기사 막걸리를 들입다 내리셨습니까 주님, 미쁘잖은 세상 방황하는 이 오체 어따 대고 함부로 다리 하나 들어 급히 다다른 선발대를 갈기게 하시.. 감성/좋은글 2010.01.02
어영마을 초승달 /양전형 어영마을 초승달 양전형 간간이 눈송이 날렸다 검푸른 물결이 추억들을 풀어헤치는 어영마을 해거름 뚫고 초승달 나왔다 내 안에 돋아나던 사람처럼 눈시울이 가냘프게 자꾸만 떨렸다 파르르 파르르 서러웠다 별 하나 서서히 초롱거렸다 마을을 한 겹 두 겹 입혀 가는 댕돌 같은 어둠이 무척 시린 날.. 감성/좋은글 2010.01.02
강물의 노래 / 전병조 강물의 노래 전병조 한껏 세상을 살아갈 수만 있다면 신의 의지에 거역치 않고 맘껏 세상을 껴안고 살아갈 수만 있다면 저기 그늘진 처마밑 제비가 지저귀는 것과 길모퉁이 아이들이 웅성거리는 것 쯤은 개의치 않고 자동차가 달려왔다 일상처럼 흙탕물을 퉁기고 가는 이 어둡고 비좁은 한 세상 그래.. 감성/좋은글 2010.01.02
낙동강 연가 / 권순자 낙동강 연가 / 권순자 운하를 파서 너, 내 꿈 수몰시키려는 거지 밤마다 별 담고 흐르는 내 노래 빼앗으려는 거지 흘러 내 품에 고이 안기려는 계곡의 꿈 앗으려는 거지 황금맛에 눈도 귀도 노래져 이 청정 물도 노란 금으로 보이는 거지 흰 마음 열어 새들 앉히던 나무, 꺾이고 꺾여 푸르게 흔들던 손 .. 감성/좋은글 2010.01.02
뉴욕 아리랑 /임영준 뉴욕 아리랑 임영준 다정은 아예 기대도 마라 뿌리를 등지고 돌아설 때 진즉 지워야 할 것들이었다 빛 좋은 겨레여 세월이여 허드슨 강안은 눈물고개 이스트 물결은 채찍너울 억눌린 목청만 받아주나 홀로 몸부림 앞세우고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오 감성/좋은글 2010.01.02
사랑 너마저 너절해진다 / 임영준 사랑 너마저 너절해진다. 임영준 사랑을 그리도 우려먹으니 단꿈을 꾸겠더냐 쉬어터진 사랑노래로 갈채 많이 받았더냐 멋들어진 사랑 한번 못한 것을 누구나 쉬 느낄 수 있는데 그렇게 쉴 새 없이 지지배배 지저귀다 보면 절로 굴러들어올 것 같은 것이 사랑이더냐 사랑을 부르짖다 죽으면 때깔도 무.. 감성/좋은글 2010.01.02
홀로 영그는 사랑.../ 임영준 홀로 영그는 사랑이기에 임영준 그대 돌아보지 않아도 홀로 타오를 겁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강 건너 붉은 노을이 가슴까지 번져옵니다 그대 흔들리지 않아도 차곡차곡 쌓아갈 겁니다 하늘거리던 꽃잎이 떨어져 무거운 그림자가 되었습니다 깊은 밤 깜박이는 별처럼 오롯이 영글어갈 사랑이기에 이대.. 감성/좋은글 2010.01.02
산란기 / 김은숙 산란기(産卵期) 김 은 숙 건널 수 있을까 그대 남기고 간 흐느낌을 꼭꼭 밟으며 그 굽은 굴곡의 푸른 이끼 두 손바닥 쫙 펴서 쓰다듬으며 희뿌연 그리움의 등을 만져보기로 한다 산그늘 아래 혹은 젖은 밤의 경계에 불안하게 발을 딛고 무수한 비탈을 견디었던 것도 같은데 건너고 있는 걸까 달빛 환하.. 감성/좋은글 2009.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