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빛으로 선 그대 /조성심 먼 빛으로 선 그대 /조성심 초록이 물결져 오는 산 언덕배기에 그대는 은사시나무로 서 있습니다. 소식 없는 님 봄바람 만큼이나 가늠할 길 없이 지나갈까 봐 초록 이파리 멀리하고 위로만 목을 늘인 채 발돋움 합니다. 오늘도 흰몸 아프게 닦으며 겨우내 야위어진 몸으로 봄을 맞는 그대는 기어이 가.. 감성/좋은글 2009.08.30
새벽 강에서 김은숙 새벽 강에서 김은숙 신 새벽 물안개 입고서 웅성거리는 얼룩 씻어내는 저 강 물살 센 뒤척임 불현듯 내 안으로 길을 내 든다 이제껏 흘러온 어제와 오늘 뒤엉키고 저 생에서 이 생으로 오래 건너온 인연 줄기 서로 다른 뿌리들 뒤섞여 흐느낀다 아직도 서늘한 물밑 뒤척임 거칠고 삭지 않는 울음줄기 .. 감성/좋은글 2009.08.24
‘바다2’ /채호기 바다에 와서야 바다가 나를 보고 있음을 알았다. 하늘을 향해 열린 그 거대한 눈에 내 눈을 맞췄다. 눈을 보면 그 속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바다는 읽을 수 없는 푸른 책이었다. 쉼 없이 일렁이는 바다의 가슴에 엎드려 숨을 맞췄다. 바다를 떠나고 나서야 눈이 바다를 향해 열린 창임을 알았다. 감성/좋은글 2009.08.15
그리움이라 불리는 이름 / 소화 고은영 당신을 향한 고운 사랑이 믿음과 신뢰로 내 안에 부딪혀 잔잔하게 파문하는 새벽에 눈을 뜨면 당신이 부르기도 전에 까닭없이 전율하는 그리움은 깊은 숲길 산 모롱이 설레임으로 언제나 내가 먼저 저만치 앞서가 있습니다. 함몰된 내 의식을 일으켜 세우는 가장 정직한 그리움은 한결같이 푸르러 아.. 감성/좋은글 2009.07.23
꽃잎/이정하 꽃잎 / 이정하 그대를 영원히 간직하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은 어쩌면 그대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 쓸데없는 집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를 사랑한다는 그 마음마저 버려야 비로소 그대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음을. 사랑은 그대를 내게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훌훌 털어 버리는 것임을, 오늘 아침 맑.. 감성/좋은글 2009.07.22
비는 저 홀로 울고 있었다 /(宵火)고은영 메마르고 까칠한 그의 입술이 비정한 미소와 함께 차갑게 움직였다 한 떼의 구름 들이 몰려오고 혼돈이 안개 늪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천근의 무게로 다가오던 시리기만 한 두꺼운 띠를 두르고.... "나는 단 한 번도 그 무엇도 어느 누구도 사랑을 해 본 일이 없었다" 짧은 순간에 추락하던 진통 사이로 .. 감성/좋은글 2009.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