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좋은글

산란기 / 김은숙

인서비1 2009. 12. 31. 17:31
    산란기(産卵期) 김 은 숙 건널 수 있을까 그대 남기고 간 흐느낌을 꼭꼭 밟으며 그 굽은 굴곡의 푸른 이끼 두 손바닥 쫙 펴서 쓰다듬으며 희뿌연 그리움의 등을 만져보기로 한다 산그늘 아래 혹은 젖은 밤의 경계에 불안하게 발을 딛고 무수한 비탈을 견디었던 것도 같은데 건너고 있는 걸까 달빛 환하게 넘어지는 긴 목의 어둠은 호젓이 구름을 덮는다 웅크린 울음 구겨져 시들어가다가 그대 소금 같은 목소리에 팔짱을 끼고 뭉클뭉클 꽃망울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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