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좋은글

주님은 있다 /양전형

인서비1 2010. 1. 2. 11:18

 양전형 ▷ 주님은 있다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주님은 있다

 

                                                      양전형


어찌하여 이 오밤중
근 이십년 넥타이 졸라매어
가늘고 길어진 모가지를 불쌍히 여기사
막걸리를 들입다 내리셨습니까
주님,
미쁘잖은 세상
방황하는 이 오체
어따 대고 함부로 다리 하나 들어
급히 다다른 선발대를 갈기게 하시며
밤보다 더 어두운 곳에서
지난 삶들을 낙엽질하게 하십니까
그래도 막연하던 생각의 얼개에
누군가 문득 들뭇한 향기로 밀려와
주님, 하마터면 나 오늘
꽃 필 뻔도 했습니다
휘청이는 이 밤
낮에 그늘 속 어슬렁대던 고독이
고양이 눈처럼 빛나옵니다 주(酒)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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