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좋은글

어영마을 초승달 /양전형

인서비1 2010. 1. 2. 11:11


어영마을 초승달

                                  

                                                    양전형


간간이 눈송이 날렸다
검푸른 물결이 추억들을 풀어헤치는
어영마을
해거름 뚫고 초승달 나왔다
내 안에 돋아나던 사람처럼
눈시울이 가냘프게 자꾸만 떨렸다
파르르 파르르 서러웠다

별 하나 서서히 초롱거렸다
마을을 한 겹 두 겹 입혀 가는
댕돌 같은 어둠이 무척 시린 날이었다
바람에게만 몸을 주는 마른 억새풀이
사랑을 뒤척였지만
겨울바다가 너무 쌀쌀하여
사람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응달에 쌓인 사연들 뭉뚱그려 싸고
떠나야 할 시간
아팠다
사나흘 초승달을 다시 보았다
내 가슴 차츰 데워지고
세상에서 내 안으로 날아드는
눈꽃송이들 함부로 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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