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行 / 홍신선 동강行 홍 신 선 1. 고요에 먹먹하게 가는 귀 먹은 한 때는 이 고장에서 떼를 엮었음직한 기암괴석 영감 서넛이 서로 엉뚱한 낯으로 딴전부리며 서있다 읍내 주막거리 킬킬대며 누비던 화냥년 시간에게 목숨도 뒷돈도 또 불알마저도 오래전 모두 털리고 돌아와 동강 상류 그들은 그렇게 거덜난 위대한 .. 감성/좋은글 2010.01.08
제주·원시공화국 / 김나영 제주·원시공화국 김 나 영 5월 제주, 제주의 초록빛은 원시적이다. 초록의 원초적 본능이 꿈틀거리는 아, 속살의 눈부심을 발 담근 바다가 출렁이며 대답하는데 철쭉의 붉은 웃음 자지러지며 달뜬 나체촌이 부상한다. 감성/좋은글 2010.01.08
어느 가난한 섹스에 대한 기억 / 김나영 어느 가난한 섹스에 대한 기억 / 김나영 온 동네가 가난을 식구처럼 껴안고 살던 시절 언니와 나는 일수(日收)심부름을 다녔다. 우리 집의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일수(日收), 월곡동을 지나 장위동을 거쳐 숭인동까지 카시오페아좌처럼 뚝뚝 떨어져 있는 다섯 집을 다 돌면 일수 수첩 사이에서 돈의 .. 감성/좋은글 2010.01.08
나는 집으로 간다 / 여림 나는 집으로 간다 여림 몇 번이나 주저앉았는지 모른다 햇살에도 걸리고 횡단보도 신호등에도 걸려 자잘한 잡품들을 길거리에 늘어놓고 초라한 눈빛으로 행인들을 응시하는 잡상인처럼 나는 무릎을 포개고 앉아 견뎌온 생애와 버텨가야 할 생계를 간단없이 생각했다 해가 지고 구름이 떠오르고 이윽.. 감성/좋은글 2010.01.08
손가락들이 봉숭아보다 더 붉어서 아프다 / 여림 손가락들이 봉숭아보다 더 붉어서 아프다 / 여림 바다를 본 기억이 없다 분명 기억 속의 그 도시엔 바다가 있었는데 난 바다를 본 기억이 없다 횡단보도였지 차들이 소음을 지르며 질주하고 행인들이 지나가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고 햇살은 부시도록 선명했는데 나 가게 앞 의자에 앉아 혼자 울 뻔.. 감성/좋은글 2010.01.08
실업 / 여림 실업 여 림 즐거운 나날이었다 가끔 공원에서 비둘기 떼와 낮술을 마시기도 하고 정오 무렵 비둘기 떼가 역으로 교회로 가방을 챙겨 떠나고 나면 나는 오후내내 순환선 열차에 고개를 꾸벅이며 제자리 걸음을 했다 가고 싶은 곳들이 많았다 산으로도 가고 강으로도 가고 아버지 산소 앞에서 .. 감성/좋은글 2010.01.08
겨울, 북한강에서 일박 / 여림 겨울, 북한강에서 일박 여림 흐르는 강물에도 세월의 흔적이 있다는 것을 겨울, 북한강에 와서 나는 깨닫는다 강기슭에서 등을 말리는 오래된 폐선과 담장이 허물어져 내린 민박집들 사이로 하모니카 같은 기차가 젊은 날의 유적들처럼 비음 섞인 기적을 울리며 지나는 새벽 나는 한 떼의 눈발을 이끌.. 감성/좋은글 2010.01.08
밥이 내게 말한다 / 여림 밥이 내게 말한다 여림 당신들은 나를 빌어 욕을 하지만 그러나 나는 기꺼이 당신들의 밥이 된다 밥맛없는… 밥값도 못하는… 밥벌이도 못하는 주제에… 밥벌레 같은… 밥통 같은, 밥줄이 끊어진 당신들이 모여 앉아 나를 두고 하는 말들을 들으면 나는 밥투정을 하는 아이처럼 울고 싶어지다가도 밥.. 감성/좋은글 2010.01.08
반성 100 / 김영승 반성 100 김영승 연탄 장수 아저씨와 그의 두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왔다. 아빠, 이 집은 백장이지? 금방이겠다. 머.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그 아이들이 연탄을 날라다 쌓고 있다. 아빠처럼 얼굴에 껌정칠도 한 채 명랑하게 일을 하고 있다. 니들은 두 장씩 날러. 연탄 장수 아저씨가 네 장씩 나르며 얘기했.. 감성/좋은글 2010.01.08
밥먹고 살자고 사기꾼을 대통령으로 뽑은 수치스러운 이 나라 /나명욱 밥먹고 살자고 사기꾼을 대통령으로 뽑은 수치스러운 이 나라 나명욱 누가 말할 수 있으랴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으랴 애당초 그는 사기꾼이었다 애당초 그는 전과가 14범인 살인자였다 애당초 그는 거짓말쟁이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하여 이미 처음부터 가족 같은 동업자를 버린 사람이 아닌 사람이.. 감성/좋은글 2010.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