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edu

에버랜드 안가고, 자전거 수학여행

인서비1 2014. 4. 27. 16:45

에버랜드 안가고, 자전거 수학여행
광주 지산초교 6학년 영산강 130km 완주
“싫다”서→“끝까지 탈래요” 의지
▲ 광주 지산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지난 12~14일 자전거를 타고 영산강 발원지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가는 특별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사진=최성욱 다큐 감독

 ‘빛고을 혁신학교’인 광주지산초등학교(북구 지야동)가 학생들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색다른 수학여행을 실시했다.

 지난 12~14일 지산초등학교 6학년 학생 26명은 평생 잊지 못할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영산강 발원지인 담양 용소에서 목포 하구언까지 130km의 코스를 2박3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완주한 것.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주최하고, 광주에코바이크가 주관한 ‘2박3일 두 바퀴 세상 체험’이란 프로그램과 연계해 지난 3월부터 준비 기간을 거친 후 실행한 이번 수학여행엔 대안학교인 전남 화순의 하리학교 학생 6명, 지산초 교사, 광주에코바이크 등 40여 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첫 날 담양 용소에서 1급수 영산강 물을 물병에 담고, 관방제림에서 출발, 담양읍~광주시(첨단교통공원, 산동교)~승촌보까지 50km 주행하고, 둘째날은 승촌보~죽산보~동강교~느러지언덕~몽탄대교까지 50km를 이동했다. 마지막 날은 몽탄대교~영산강 하구언~신재생에너지홍보관까지 30km를 주행했다. 목포 하구언에서는 첫 날 영산강 시원에서 물병에 담은 물을 영산강의 마지막 구간에 합수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지산초 학생들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시작 전부터 교사들이나 학부모, 학생들 모두 염려가 많았다. 일찍부터 학교 측은 4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자전거 20대를 구입해 교육을 실시하긴 했지만, 학생들은 학교 안이 아닌 ‘밖’에서 자전거를 타 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지산초 문승원 교감은 “첫 째날 관방제림에서 산동교까지 본격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때 학생들 대부분이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며 “길이 울퉁불퉁해서인지 자전거 운전도 서툰 모습이었고, 학생들간 안전거리도 잘 유지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자전거 도로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가 만나는 부분이 많아 위험했던 적도 많았는데, 몇몇 분들은 박수를 쳐주기도 했지만, 학생들 때문에 짜증을 내는 차량 운전자들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곧 지산초 학생들의 자전거 여행은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산동교를 지나면서 어느 새 영산강을 따라 자전거 타는 재미에 푹 빠진 아이들은 쥐가 나거나 넘어져 다쳐도 `계속 타고 갈래요’라며 의욕을 나타냈다”며 문 교감은 당시를 떠올렸다.
 특히, 처음엔 “왜 우리는 다른 학교 같이 에버랜드 안 가요?”라고 불평했던 아이들이 점점 `영산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이유’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다. 문 교감은 “담양 용소에서 깨끗한 물을 봤던 아이들이 점점 더럽혀진 강물의 모습을 보면서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됐다”면서 “또 2박3일 동안 휴대전화, 게임기, MP3 등 전자기기와 인스턴트 제품 없이 생활하면서 느꼈던 불편들이 환경을 위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알게 됐고,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야겠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지산초는 앞으로도 자전거 수학여행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 6학년이 되는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 가을부터 자전거 교육을 실시하고, 교사들도 직접 연수를 받을 예정이다. 문 교감은 “영산강뿐 아니라 광주지역 내 학생들이 가볼만한 의미있는 코스를 발굴해 배움과 추억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수학여행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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