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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이 집보다 좋아요"…PC방속에 갇힌 초딩들

인서비1 2011. 5. 15. 09:00

"PC방이 집보다 좋아요"…PC방속에 갇힌 초딩들

뉴시스 | 박성환 | 입력 2011.05.15 06:01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게임방에서는 부모님 눈치 보지 않고 친구들하고 마음껏 게임할 수 있어 집보다 PC방이 훨씬 편하고 좋아요."

가정의달 5월을 맞아 어린이들은 부모나 가족과 함께 놀이공원이나 행사장 등을 찾아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뒤로한 채 어두운 PC방 한구석에서 성인용 게임을 하는 어린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A초등학교 인근의 PC방. 하교 시간이 되자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초등학교 4~5학년 학생들로 가득찼다.

아이들 대부분은 친구들과 함께 18세 이상만 할 수 있도록 설정된 성인용 전투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모니터에서는 총이나 칼과 같은 무기 등을 동원해 다른 게이머의 캐릭터를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가 반복됐다. 유혈이 낭자한 모습도 끊임없이 연출됐다.

이 게임에 빠진 아이들은 죽고, 죽이는 모습이 수차례 반복되는 모니터에만 열중한 채 낯 뜨거울 정도의 온갖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심지어 친구를 마구 때리는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초등학생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리가 없어 기다리고 있는 몇몇 초등학생들에게 "게임이 너무 잔인하지 않느냐"고 묻자 "18세 이용가(성인용 게임) 게임인데 잔인하지도 않고 전체 이용가로 등급을 낮춰도 무관하다"고 대답했다.

게임 삼매경에 빠진 초등학생 5학년 김모(11)군 "성인용 게임인줄 알지만 이 게임을 모르면 친구들과 대화가 안 될 정도다. 유혈이 낭자한 모습을 볼 때 마다 오히려 더 재밌다"며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친구들과 3시간째 게임을 하고 있는 서모(12)군은 "전투 게임이 성인용인 것을 알고는 있지만 다른 게임들은 유치해서 할 수 없다"며 "재밌고 별 문제가 되지 않아 거의 매일 이 게임을 한다"고 말했다.

3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0년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9세부터 39세까지 인구의 인터넷 중독률은 8%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12.4%로 분석됐다. 성인 중독률 5.8%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이 심각하다는 반증인 셈이다.

특히 초중고등학생의 인터넷 중독률이 각각 13.7%, 12.2%, 10%로 인터넷 중독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 큰 문제는 PC방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는 초등학생들이 사실상 방치 상태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하루 4~5시간 넘게 게임을 하거나 틈이 날 때마다 찾아오는 등 자신도 모르게 게임에 중독된 초등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PC방 종업원 박모(24)씨는 "요즘 초등학생들은 친구들과 단체로 올 경우 4~5시간은 기본으로 한다"며 "유혈이 낭자하는 게임을 하는 초등학생들을 보면 이런 게임을 해도 되나 싶어 수차례 제지도 해봤지만 워낙 많이 하고 말도 듣지 않아 이제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PC방 업주 김모(45)씨는 "현실적으로 일일이 초등학생들이 무슨 게임을 얼마나 하는지 감시를 할 수 없지 않냐"며 아이들이 무슨 게임을 하든지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초등학생이 게임 중독에 빠지면 사회성이 결여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역할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초등학생들이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할 경우 주의력 결핍이나 우울증 같은 증상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소외되고 방치된 아이들을 관리하고 정상적인 생활범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셧다운제 같은 강제적인 방법보다는 아이가 부모님과 대화를 자주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조성이 필요하다"며 "게임밖의 다양한 사회활동과 경험을 해주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엄나래 선임연구원은 "부모들이 게임을 제재의 대상이 아닌 일종의 문화코드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엄 연구원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가르치는 방식이 아닌 아이가 게임을 통해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며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주면서 게임 선택과 시간 등을 상호 협의해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아이 스스로 조절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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