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좋은글

장 담그기 / 배두순

인서비1 2010. 1. 7. 12:33

장 담그기

배두순

정월달, 장을 담근다
항아리 깊숙이 메주를 쟁여넣고 소금을 푼다
소금물의 농도를 가늠하기위해
계란 하나까지 넣어본다
혹시 빠진 것이 없는지 둘러보는 사이
항아리 속 낮은 궁리에 젖어있던
계란이 겨우 솟구쳐 오른다
저 맹물들,
한동안은 짠맛 보다 더 깊은 단맛을 찾기 위해
싱거운 고개를 낮추고
세상 저쪽의 농도를 기웃거릴 것이다
그래서인지 오래된 간장독 속에는
긴 시간을 두고도 변하지 않는
검고 진한 향기가 천근의 무게로 서려있다

장을 담근다
변질되기 쉬운 우리들 눈치를 담근다
간장을 담그는 일은 쉽사리 변하지 않을
지조 하나 담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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