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좋은글

몽촌토성 / 강정식

인서비1 2010. 1. 7. 11:49

몽촌토성

 

                                 강정식

 

높은 흙담
오늘도 시린 강바람 막고 섰는데
들일 끝낸 남정네들
곰다리께서 다리 쉼 하느라 해가 짧고
아낙들 웃음소리
넘쳤던 냇가 빨래터
천년 넘은 세월이 무명처럼 바래 있다
성 안의 백성들 
무슨 큰 꿈을 키웠기에
곰말*이라 했을까
아니면, 모두가 허망한 꿈이던가
늙은 은행나무 한 그루 오늘도
무너져 내린 흙담 끝자락 붙잡고
혼자서 지키고 섰다
바람처럼 스러져 간 백제 사람들
소박했을 꿈도 빛을 잃어
토성에 걸린 적막한 저녁 노을

*곰말: 꿈마을(夢村)의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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