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좋은글

해녀 / 강정식

인서비1 2010. 1. 7. 11:38

해녀

 

                                                          강정식

 

곤고한 날들만큼이나 헤어진 검정 물 옷 입고
해풍에 등 대고 기다리는
푸른 바다로 물질을 간다
질척대는 남편에게 몸을 주듯
철썩이는 물살에 내어 주고
자맥질해 내려간다
갈매기조차 놓고 간 시간 속으로
파도에 밀려온 날들만큼이나
칙칙하고 어둑해진 물속
죽고 사는 것이
숨 한끝 밖인 그 가장자리
천년을 가라앉아 기다리고 있는
바위 문 두드려 본다
과거와 지금 사이에서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물밑과
기다리는 이 없는
날들 사이를 들락이면서
눌러 참았던
목쉰 날숨 소리만 길게
대답 없는 바다를 부른다
갈매기를 부른다

차가운 물살
그녀를 끌어안고 놓으려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