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본

『자본론』 읽기 ②: 가치형태 또는 교환가치

인서비1 2021. 12. 20. 20:42

『자본론』 읽기 ②: 가치형태 또는 교환가치

 
 성두현  2018년 9월 27일
 

[연재기사 다시보기]

『자본론』 읽기 ①: 상품의 두 요소와 상품에 체현되어 있는 노동의 이중성

『자본론』 읽기 ③: 『자본론』의 핵심, 물신성 문제의 시작―상품의 물신적 성격과 그 비밀

『자본론』 읽기 ④: 교환과정과 화폐물신성

『자본론』 읽기 ⑤: 화폐의 기능들 파헤치기(가치의 척도, 유통수단)

『자본론』 읽기 ⑥: 화폐의 기능들 파헤치기(축장, 지불수단, 세계화폐)

『자본론』 읽기 ⑦: 화폐가 ‘자유로운 노동자’를 만나 자본이 된다

『자본론』 읽기 ⑧: 자본주의 착취구조의 해명―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자본론』 읽기 ⑨: 노동시간(노동일)을 둘러싼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의 계급투쟁

『자본론』 읽기 ⑩: 제10장 노동일 제2~4절―자본주의에 대한 맑스의 통렬한 고발장

『자본론』 읽기 ⑪: 표준노동일을 위한 투쟁―장기간에 걸친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 사이의 다소 은폐된 내전

『자본론』 읽기 ⑫: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필요노동시간 단축에 의한 잉여가치의 생산

『자본론』 읽기 ⑬: 매뉴팩쳐―분업의 도입

『자본론』 읽기 ⑭: 기계와 대공업(1)―노동자의 저항을 무력화시킨 기계의 도입

『자본론』 읽기 ⑮: 기계와 대공업(2)―자본주의에서 기계는 노동자에게 적대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자본론』 읽기 ⑯: 기계와 대공업(3)―교육, 가족, 여성, 생태문제의 해결 방향을 담고 있는 보물창고

『자본론』 읽기 ⑰: 절대적 및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자본론』 읽기 ⑱: 자본주의적 착취를 은폐, 왜곡하는 임금형태

『자본론』 읽기 ⑲: 단순재생산―“로마의 노예는 쇠사슬로 얽매여 있었지만, 임금노동자는 보이지 않는 끈에 의해 그 소유자에게 얽매여 있다.”

『자본론』 읽기 ⑳: 확대재생산―“상품생산의 소유법칙인 자기노동에 기초한 소유가, 자본주의적 취득법칙인 타인의 불불노동에 기초하는 더 많은 불불노동의 취득으로 전환된다.”

『자본론』 읽기 ㉑: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1)—자본가계급측의 부의 축적은 노동자 계급측의 빈궁, 노동의 고통, 노예상태의 축적이다

『자본론』 읽기 ㉒: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2)—자본주의적 축적에 대한 생생한 폭로

『자본론』 읽기 ㉓: 이른바 본원적 축적(1)—생산자와 생산수단 사이의 역사적 분리과정

『자본론』 읽기 ㉔: 이른바 본원적 축적(2)-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의 조종이 울린다. 수탈자가 수탈당한다

『자본론』 제3절 가치형태 또는 교환가치는 맑스가 가장 어렵다고 직접 말한 부분이다. 그만큼 제3절 부분은『자본론』 읽기에서 가장 커다란 난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난관을 돌파하는 데서 제3절의 도입부를 꼼꼼히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도입부에 제3절의 전후 맥락과 제3절의 직접적 목표, 왜 가치는 교환가치를 통해서만 나타날 수 있는지가 압축적으로 서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3절 도입부를 꼼꼼히 읽는다.

먼저 제3절의 전후 맥락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맑스는 앞부분 제1절에서 교환가치라는 현상형태에서 출발해서 상품 속에 숨어있는 가치를 찾아냈다. 제3절에서는 이와는 반대방향에서 본질인 가치로부터 출발해서 현상형태인 교환가치로 되돌아간다. 가치가 나타나는 형태인 교환가치(맑스는 제3절의 제목을 가치형태 또는 교환가치로 하고 있는데 이 둘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의미를 갖는 개념들이다. 가치가 나타나는 형태, 가치형태가 교환가치이기 때문이다.)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상품들의 교환가치 또는 교환관계로부터 출발해 상품 속에 숨어있는 가치를 찾아냈다. 이제 우리는 다시 가치의 이 현상형태로 되돌아가야 하겠다.

( 『자본론』 Ⅰ, 60쪽)

그리고 제3절의 직접적 목표는 가치형태의 가장 발달된 형태인 화폐형태의 발생기원을 밝히는 것이다. 화폐는 매우 신비로운 것으로 나타나는데 화폐의 신비는 그 발생기원을 밝히면 사라지게 된다. 부르주아 경제학은 이 일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는데 맑스는 가치형태를 가장 단순한 형태로부터 출발해서 화폐형태에 이르기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제3절의 직접적 목표를 의식하고 공부하면 큰 길에서 만나는 지엽적인 것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제3절을 이해하는 데에서 결정적인 것은 왜 가치는 교환가치를 통해서만 나타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공부하고 익힌 가치 개념의 충실한 적용이 필수적이다. 부연 설명을 위해 『자본론』 60쪽의 해당 구절을 인용할 필요가 있는데 김수행 번역판이 많은 부분 영어판에 기초해서 독일어 원본과 다르고 내용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아 독일어판을 번역하여 인용한다.

상품의 가치대상성(Wertgegenständlichkeit)은 어디에서 그것을 포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퀴클리 부인과는 다르다. 상품체의 대상성은 감각적으로 분명하게 포착되는 데 반해 상품의 가치대상성에는 단 한 조각의 자연소재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하나의 상품을 아무리 돌리고 뒤집어보아도 그것은 가치물로서 포착할 수 없다. 그럼에도 상품은 그것이 인간노동이라는 동일한 사회적 단위의 표현일 경우에만 가치대상성을 가지며 따라서 상품의 가치대상성이 순전히 사회적인 것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가치대상성은 오직 상품과 상품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자명해진다. 사실 우리는 상품 속에 숨어있는 가치를 추적하기 위해 상품의 교환가치 또는 교환관계에서 시작하였다. 이제 우리는 다시 이러한 가치의 현상형태로 되돌아가야만 한다.(강조는 인용자)

이 구절에서 맑스는 가치대상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제1절에서 가치가 추상적 인간노동 자체가 아니라 추상적 인간노동이 대상화된(vergegenständlicht)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가치대상성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가치는 단순히 사고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추상적 인간노동이 대상화된 것으로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추상적 인간노동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는 감각적으로는 포착할 수 없다. 가치대상성에는 단 한 조각의 자연소재도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가치대상성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순전히 사회적인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 가치는 감각적으로는 포착할 수 없고 상품과 상품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

제1절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하여 이상의 것을 다시 말하면 가치는 사회적 실체인 인간노동이 응고된 것,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로서 순전히 사회적인 것이다. 이것은 감각적으로는 포착할 수 없다. 가치는 자기 스스로 존재를 직접 표현할 수 없다. 오직 상품과 상품의 관계 속에서만, 즉, 가치형태 또는 교환가치를 통해서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을 이해하면 가치가 가치형태 또는 교환가치라는 현상형태를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가치는 사회적인 것이라는 제1절의 핵심 내용이 제3절 이해에서 결정적인 것이다.

가치형태의 발전 단계들

맑스는 도입부에 이어 ‘A. 단순한, 개별적인 또는 우연적인 가치형태’에서 출발하여 ‘B. 전체적 또는 전개된 가치형태’, ‘C. 일반적 가치형태’를 거쳐 ‘D. 화폐형태’에 이르기까지 가치형태를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맑스는 제3절의 직접적 목표인 화폐형태의 발생기원을 밝힌다.

가치형태를 다루는 부분은 앞의 1, 2절에 비해 긴데, 그 기원을 밝히는 것이 제3절의 직접적 목표인 화폐형태에는 정작 2쪽에도 미치지 못하는 분량만이 할애되고, 오히려 반 이상이 ‘A. 단순한, 개별적인 또는 우연적인 가치형태’에 할애된다. 그만큼 맑스는 단순한 가치형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한 가치형태 속에 가치형태의 모든 비밀이 숨어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개별적인 또는 우연적인 가치형태

20미터의 아마포=1개의 저고리
또는, 20미터의 아마포는 1개의 저고리와 가치가 같다.

1. 가치표현의 두 극: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

위 등식에서 아마포는 자기의 가치를 저고리로 표현하며, 저고리는 이러한 가치표현의 재료가 된다. 아마포는 능동적인 역할을 하고 저고리는 수동적인 역할을 한다. 이를 두고 맑스는 아마포는 상대적 가치형태로 있고 저고리는 등가형태로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맑스는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에 대해서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이라는 변증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를 의식하고 이 부분을 읽으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는 상호 의존하고 상호 제약하는 불가분의 계기들이지만, 그와 동시에 상호 배제하는 또는 상호 대립하는 극단들[즉, 가치표현의 극]이다. 이 두 극은 가치표현에 의해 상호관련 맺는 상이한 상품들이 맡는다.

(강조는 인용자, 『자본론』 Ⅰ, 61쪽)

예를 들면 아마포의 가치는 아마포로 표현할 수 없고 다른 상품으로만 표현할 수 있다. 위 등식에서 아마포의 상대적 가치형태는 저고리가 등가형태로 아마포와 대면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다른 한편 동일한 상품은 동일한 가치표현에서는 동시에 두 형태를 취할 수 없다. 두 형태는 정반대의 것으로 서로 배제한다.

2. 상대적 가치형태

(a) 상대적 가치형태의 내용

20미터의 아마포=1개의 저고리든, 20미터의 아마포=20개의 저고리든 그러한 비율의 존재 자체는 가치량으로서는 아마포와 저고리가 동일한 단위의 표현들이며 동일한 성질을 가진 물건들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질적으로 아마포=저고리라는 것이 이 등식의 기초이다.

아마포는 등가물인 저고리와의 가치관계에서 자기의 사용가치, 현물형태와는 다른 가치형태를 얻는다. 아마포는 가치체인 저고리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사용가치, 현물형태의 저고리를 자기 자신의 가치의 표현재료로 삼는다. 가치관계를 매개로 등가물인 저고리가 아마포의 가치형태로 된다. 상품 아마포의 가치는 이와 같이 저고리의 사용가치로 표현되어 상대적 가치형태를 얻게 된다.

(b) 상대적 가치형태의 양적 규정성

상대적 가치형태의 내용을 다룬 후 맑스는 양적 규정성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 맑스는 서로 교환되는 상품, 가령 아마포와 저고리를 생산하는 노동의 생산성이 변동하는 여러 경우들이 상대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들을 예로 들고 있다. 이것은 앞에서 배운 노동생산성이 적용된 예라고 할 수 있는데 책의 본문을 꼼꼼하게 따라가며 읽을 것을 권하고 이 글에서는 생략한다.

3. 등가형태

조금 앞서가는 것이지만 단순한 가치형태에 등장하는 등가형태가 발전하면 금, 은과 같은 화폐가 출현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상품과 직접 교환될 수 있는 화폐의 신비성을 제대로 폭로하기 위해서는 등가형태의 신비성부터 제대로 폭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등가형태의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역으로 단순한 가치형태에서 등가형태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아직 그 모습이 전면적으로 발전한 상태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한 가치형태에서 등가형태의 이해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해서 하나의 방편으로 금, 은이 등가형태로 있다고 상상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책에서 예를 들고 있는 저고리 대신에 금, 은을 그 자리에 두면 이해가 조금은 쉬어질 수 있을 것이다.

20미터=1개의 저고리라는 등식에서 아마포는 저고리의 사용가치를 재료로 해서 자신의 가치를 표현함으로써 저고리에 등가형태를 부여한다. 저고리가 등가형태로 있으면 이것은 저고리는 아마포와 직접 교환될 수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등가형태를 고찰할 때 눈에 띄는 첫 번째 특징은 등가형태로 있는 저고리의 사용가치가 자기의 대립물인 가치의 현상형태로 된다는 점이다. 저고리의 현물형태가 가치관계 속에서 가치형태가 되는 것이다. 즉, 저고리가 아마포와의 가치관계에서 자신의 현물형태 자체로 아마포의 가치를 표현하는 형태, 가치형태가 되는 것이다.

등가형태의 두 번째 특징은 구체적 노동이 그 대립물인 추상적 인간노동의 현상형태가 된다는 점이다.

등가형태의 세 번째 특징은 사적 노동이 그 대립물의 형태[즉, 직접적으로 사회적인 형태의 노동]로 된다는 점이다.

4. 단순한 가치형태의 총체

맑스는 상대적 가치형태, 등가형태를 분석한 후 이를 함께 결합시켜 단순한 가치형태의 총체를 분석한다.

맑스는 다음 구절에서 지금까지의 분석의 결과를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상품 A와 B의 가치관계에 포함되어 있는 상품 A의 가치표현을 더욱 상세하게 고찰하면, 이 관계 안에서는 상품 A의 현물형태는 오직 사용가치의 모습으로 상품 B의 현물형태는 오직 가치형태[또는 가치의 모습]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상품 안에 숨어 있는 사용가치와 가치 사이의 내적 대립은 하나의 외적 대립을 통해, , 두 상품 사이의 관계자기의 가치를 표현해야 할 한 쪽 상품은 직접적으로 사용가치로서만 간주되고, 반면에 전자의 가치를 표현해야 할 다른 쪽 상품은 직접 교환가치로서만 간주된다 통해 밖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한 상품의 단순한 가치형태는 그 상품 안에 있는 사용가치와 가치 사이의 대립의 단순한 현상형태다.

(강조는 인용자, 『자본론』 Ⅰ, 79쪽)

즉, 가령 아마포, 저고리 안에 각각 사용가치와 가치 사이의 내적 대립이 있는데 이것이 아마포는 사용가치로만 간주되고 저고리는 교환가치로만 간주되는 외적 대립을 통해 나타난다는 것이다. 상품 내에 숨어있는 내적 대립이 필연적으로 외적 대립을 통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매우 박력 있게 서술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단순한 가치형태는 불충분한 것이다. 이 형태가 실제로 나타나는 것은 [노동생산물이 우연적인 때때로의 교환행위에 의해 상품으로 전환되는] 교환의 초기 단계에서뿐이다. 이 가치형태에서 하나의 상품은 다른 어떤 하나의 상품과 교환관계를 맺을 뿐이다. 한 상품의 단순한 상대적 가치형태에는 다른 한 상품의 개별적인 등가형태가 대응한다. 그러나 단순한 가치형태는 스스로 더 완전한 형태로 이행한다.

다음 소주제로 넘어가기 전에 가치형태를 처음으로 분석하였지만 가치개념의 결여로 더 이상의 분석을 포기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한계에 대해 맑스가 언급한 부분을 다루어 보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상품의 화폐형태가 단순한 가치형태가 한층 발전한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지적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5개의 침대=한 채의 가옥”이라고 말하는 것은 “5개의 침대=얼마의 화폐”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는 더 나아가 가치관계는 가옥이 침대와 질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는 것, 이 감각적으로 다른 물건들은 본질상의 동일성 없이는 [같은 단위로 잴 수 있는 크기로] 서로 비교될 수 없다는 것을 통찰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들이 질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은 실제로는 불가능하고 따라서 그와 같은 등식은 오직 “실제상의 필요를 위한 임시변통” 일 따름이라고 결론짓는다.

맑스는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서 그에게는 가치개념이 결여되어서 동일한 것이 없다고 말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맑스는 “상품가치의 형태에서는 일체의 노동은 동등한 인간노동, 따라서 동등한 질의 노동으로 표현된다는 사실을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치형태의 분석으로부터 끌어내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맑스의 이 비판은 가치개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부각시킨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의미 있는 것은 맑스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식의 한계를 당시의 역사적 조건과 결부시켜 다음과 같이 설명한 점이다.

왜냐하면, 그리스 사회는 노예노동에 의거하고 있었고, 따라서 인간과 인간노동력의 부등성을 사회의 자연적 토대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체의 노동은 인간노동 일반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경우에만, 동등하며 동일하다는 가치표현의 비밀은, 인간의 동등성이라는 개념이 대중의 선입관으로 확립되었을 때 비로소 해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상품형태가 노동생산물의 일반적 형태며, 따라서 상품소유자로서의 인간관계가 지배적인 사회관계로 되는 사회에서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천재는 바로 그가 상품의 가치표현에서 하나의 동등관계를 발견한 데서 훌륭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만, 그가 살고 있던 사회의 역사적 한계 때문에 바로 이 동등관계가 ‘실제로’ 무엇인가를 해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본론』 Ⅰ, 77쪽)

이는 인식의 역사적 한계라는 인식론상의 주요한 명제를 지적한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내용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 또는 전개된 가치형태

단순한 가치형태와 비교해서 전체적 또는 전개된 가치형태의 특징은 우변에 무수히 많은 상품들이 있는 점이다. 아마포는 이제는 단 하나의 다른 상품종류와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상품세계 전체와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

저고리, 차, 커피, 밀, 금, 철 등의 상품은 아마포의 가치표현에서는 등가물로서 역할 한다. 이 상품들 각각의 특정한 현물형태는 다른 많은 상품과 나란히 하나의 특수한 등가형태이다.

이 가치형태는 결함을 갖고 있다. 첫 번째 결함은 상품의 상대적 표현이 미완성이라는 점이다. 우변의 상품 시리즈는 끝나는 일이 없다. 두 번째 결함은 이 사슬은 조각조각 끊어진 잡다한 가치표현의 다채로운 모자이크를 이룬다는 점이다. 세 번째 결함은 만약 각 상품의 상대적 가치가 이 전개된 형태로 표현된다면, 상품들의 상대적 가치형태는 서로 상이한 무한의 가치 표현으로 된다는 점이다. 전개된 가치형태는 어떤 특수한 노동생산물[예컨대 가축]이 예외적이 아니라 관습적으로 각종 상품들과 교환될 때에 비로소 실제로 나타난다.

전체적 또는 전개된 가치형태의 좌우변을 뒤바꾸면 다음의 형태가 나온다.

일반적 가치형태

전개된 가치형태의 좌우변을 바꾸었을 뿐이지만 제2형태(전개된 가치형태)와 제3형태(일반적 가치형태)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일반적 가치형태에서 상품들은 자신의 가치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1) 단순하게 표현한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단 한 개의 상품으로 가치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2) 통일적으로 표현한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동일한 상품으로 가치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일반적 가치형태는 상품세계의 가치들을 그 세계에서 선발된 한 개의 상품으로 예를 들면 아마포로 표현하며, 그리하여 모든 상품의 가치를 그 상품과 아마포와의 동등성을 통해 표현한다. 일반적 가치형태는 오로지 상품세계 전체의 공동사업으로만 생길 수 있을 뿐이다. 하나의 상품이 자기의 가치를 일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모든 상품이 자기들의 가치를 동일한 등가물로 표현하기 때문이며, 새로 등장하는 상품 종류가 반드시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대적 가치형태는 상품세계로부터 제외된 등가물 상품인 아마포에 일반적 등가물의 성격을 부여한다. 아마포의 현물형태는 모든 상품들의 가치가 공통적으로 취하는 형태며, 따라서 다른 모든 상품과 직접 교환될 수 있다. 아마포의 현물형태는 온갖 인간노동의 눈에 보이는 화신으로 간주된다. 직포[아마포를 생산하는 사적 노동]은 일반적인 사회적 형태를 획득한다.

가치형태에서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는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 가치형태의 발전 정도와 등가형태의 발전 정도는 서로 대응한다. 그러나 두 형태 중 능동적인 역할은 상대적 가치형태가 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등가형태의 발전은 상대적 가치형태의 발전의 표현이며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가치형태 그 자체가 발전함에 따라 가치형태의 두 극[즉,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 사이의 대립도 발전한다.

이미 제1형태(단순한 가치형태)도 이 대립을 내포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고정시키지는 않는다. 아마포와 저고리가 어느 극에 있는가는 아직은 우연적이다. 따라서 두 극의 대립성을 분명히 파악하는 것은 이 형태에서는 아직 곤란하다.

제2형태에서 한 번에 단 한 가지 상품만이 자기의 상대적 가치를 완전히 전개할 수 있을 따름이다. 이미 여기에서는 가치등식의 양변을 바꾸어 놓을 수 없다. 만약 이렇게 하면 등식의 성격이 바뀌어 일반적 가치형태로 전환된다.

제3형태는 상품세계에 일반적 사회적인 상대적 가치형태를 주는데 그것은 상품세계에 속하는 모든 상품이 일반적 등가물로 역할 하는 단 하나의 상품을 제외하고는 등가형태로부터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 등가물로 역할 하는 아마포만이 다른 모든 상품과의 직접적 교환가능성의 형태를 얻게 된 반면 다른 모든 상품들은 이러한 형태를 획득하지 못한다. 다른 한편 아마포는 일반적인 상대적 가치형태로부터 제외되어 있다. 일반적 등가물의 상대적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제3형태를 거꾸로 놓아야 한다. 이럴 경우 가치형태는 제2형태로 된다.

어떤 상품이 일반적 등가형태로 되는 것은 그 상품이 다른 모든 상품에 의해 그들의 등가물로 선출되어 배제되기 때문인데 이러한 배제가 최종적으로 하나의 특수한 상품종류에 한정되는 그 순간부터, 비로소 상품세계의 통일적인 상대적 가치형태는 객관적인 고정성과 일반적 사회적 타당성을 획득한다.

[자기의 현물형태가 사회적인 등가형태로 간주되는] 특수한 상품 종류는 이제 화폐상품이 된다.

화폐형태

제1형태에서 제2형태로, 제2형태에서 제3형태로 이행하면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이에 반해 제3형태에서 제4형태(화폐형태)로의 이행은 그렇지 못하다. 단지 금이 제3형태에서 아마포가 하던 역할을 수행한다. 유일한 진보는 직접적인 일반적 교환가능성의 형태가 이제는 사회적 관습에 의해 최종적으로 금이라는 특정한 현물형태와 일체화되었다는 점뿐이다. 이런 점에서 제3형태에서 제4형태로의 이행은 실제로는 비약적이지 못하고 매우 평범한 것이다.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금도 개별적인 교환에서 개별적 등가물로서 그리고 전개된 교환에서는 다른 여러 가지 등가물 상품과 나란히 특수한 등가물로서 기능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점차 금은 일반적 등가물로 기능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이 상품세계의 가치표현에서 일반적 등가물의 지위를 독점하자마자 화폐상품이 된 것이다. 그리고 금이 화폐상품으로 되었었을 때 일반적 가치형태는 화폐 형태로 되었다.

맑스는 제3절을 요약 마무리하기 전에 가격형태를 정의하고 있다. 가격형태는 한 상품의 상대적 가치를 화폐상품으로 기능하는 상품, 예를 들면 금에 의해 표현하는 단순한 형태를 말한다. 예를 들면 아마포의 가격형태는 다음과 같다.

20미터의 아마포 = 2온스의 금

가격형태는 뒤에서 자주 사용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가격형태의 정의를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맑스는 제3절의 마지막 문장을 “그러므로 단순한 상품형태는 화폐형태의 맹아인 것이다”로 마무리하고 있다. 맑스는 제3절의 도입부에서 ‘가치형태를 가장 단순한 형태로부터 출발해서 화폐형태에 이르기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었는데 이로써 맑스는 그 목표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고 이와 함께 화폐의 신비도 폭로되어 사라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제3절은 화폐형태의 기원을 밝혔다. 제3절을 읽으면 상품 생산과 교환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화폐형태라는 가치형태를 가져온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과 같은 내용이 제2장 교환과정에서도 다음과 같이 나온다. 제3절과 제2장의 이 부분을 연결하여 읽으면 화폐출현의 필연성을 확실하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화폐는 [종류가 다른 노동생산물이 실제로 서로 동등시되고, 따라서 상품으로 전환되는] 교환과정의 필연적인 산물이다. 교환현상의 역사적 확대와 심화는 [상품의 성질 속에 잠자고 있는] 사용가치와 가치 사이의 대립을 발달시킨다. 원활한 상거래를 위해 이 대립을 외부로 표현하려는 욕구는 독립적인 가치형태를 만들려는 충동을 낳게 되는데, 이 충동은 [상품이 상품과 화폐로 분화됨으로써] 하나의 독립적 가치형태를 얻을 때까지 중지하는 일이 없다. 따라서 노동생산물이 상품으로 전환되는 것에 발맞추어 특정상품이 화폐로 전환된다.

(『자본론』 Ⅰ, 112쪽)

사회주의자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