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본

『자본론』 읽기 ④: 교환과정과 화폐물신성

인서비1 2021. 12. 20. 20:36

『자본론』 읽기 ④: 교환과정과 화폐물신성

 
성두현  2018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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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읽기 ①: 상품의 두 요소와 상품에 체현되어 있는 노동의 이중성

『자본론』 읽기 ②: 가치형태 또는 교환가치

『자본론』 읽기 ③: 『자본론』의 핵심, 물신성 문제의 시작―상품의 물신적 성격과 그 비밀

『자본론』 읽기 ⑤: 화폐의 기능들 파헤치기(가치의 척도, 유통수단)

『자본론』 읽기 ⑥: 화폐의 기능들 파헤치기(축장, 지불수단, 세계화폐)

『자본론』 읽기 ⑦: 화폐가 ‘자유로운 노동자’를 만나 자본이 된다

『자본론』 읽기 ⑧: 자본주의 착취구조의 해명―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자본론』 읽기 ⑨: 노동시간(노동일)을 둘러싼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의 계급투쟁

『자본론』 읽기 ⑩: 제10장 노동일 제2~4절―자본주의에 대한 맑스의 통렬한 고발장

『자본론』 읽기 ⑪: 표준노동일을 위한 투쟁―장기간에 걸친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 사이의 다소 은폐된 내전

『자본론』 읽기 ⑫: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필요노동시간 단축에 의한 잉여가치의 생산

『자본론』 읽기 ⑬: 매뉴팩쳐―분업의 도입

『자본론』 읽기 ⑭: 기계와 대공업(1)―노동자의 저항을 무력화시킨 기계의 도입

『자본론』 읽기 ⑮: 기계와 대공업(2)―자본주의에서 기계는 노동자에게 적대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자본론』 읽기 ⑯: 기계와 대공업(3)―교육, 가족, 여성, 생태문제의 해결 방향을 담고 있는 보물창고

『자본론』 읽기 ⑰: 절대적 및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자본론』 읽기 ⑱: 자본주의적 착취를 은폐, 왜곡하는 임금형태

『자본론』 읽기 ⑲: 단순재생산―“로마의 노예는 쇠사슬로 얽매여 있었지만, 임금노동자는 보이지 않는 끈에 의해 그 소유자에게 얽매여 있다.”

『자본론』 읽기 ⑳: 확대재생산―“상품생산의 소유법칙인 자기노동에 기초한 소유가, 자본주의적 취득법칙인 타인의 불불노동에 기초하는 더 많은 불불노동의 취득으로 전환된다.”

『자본론』 읽기 ㉑: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1)—자본가계급측의 부의 축적은 노동자 계급측의 빈궁, 노동의 고통, 노예상태의 축적이다

『자본론』 읽기 ㉒: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2)—자본주의적 축적에 대한 생생한 폭로

『자본론』 읽기 ㉓: 이른바 본원적 축적(1)—생산자와 생산수단 사이의 역사적 분리과정

『자본론』 읽기 ㉔: 이른바 본원적 축적(2)-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의 조종이 울린다. 수탈자가 수탈당한다

『자본론』 제2장 교환과정은 앞의 글에서 언급하였듯이 제1장 제3절 가치형태 또는 교환가치와 거의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때문에 두 부분을 같이 읽으면 가치형태와 화폐 출현의 필연성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제2장은 제1장 제3절을 보다 구체적으로 서술하였다고 할 수 있고 제3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숨고르기를 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제1장 상품에서 다룬 주제를 복습한다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은 부분이다.

상품소유자들이 직면한 곤경과 그 해결책=화폐의 출현

맑스는 제1장 제3절에서 가치형태를 상품들만 출연시켜 분석하였다. 제2장에서 처음으로 상품의 소유자들을 출연시키고 있다.

상품 소유자에 대해 그의 상품은 직접적인 사용가치를 갖고 있지 않다. 그의 상품은 다른 사람에 대해 사용가치를 갖고 있다. 상품 소유자에게 상품은 가치의 담지자 따라서 교환수단이라는 점에서만 직접적인 사용가치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상품 소유자는 자신을 만족시켜줄 사용가치를 가진 다른 상품을 얻기 위해 이 상품을 양도하려고 한다. 모든 상품은 그 소유자에게는 비사용가치이고 그것의 비소유자에게는 사용가치이다. 따라서 상품은 모두 교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교환이 상품을 가치로 서로 관련시키며 상품을 가치로 실현한다. 그러므로 상품은 사용가치로 실현될 수 있기 전에 먼저 가치로 실현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 상품은 가치로 실현될 수 있기 전에 먼저 자신이 사용가치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어떤 상품소유자에게도 자기 상품 이외의 다른 모든 상품은 자기 상품의 특수한 등가물로 간주되며, 자기 상품은 다른 모든 상품의 일반적 등가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 점은 모든 상품 소유자에게 타당하기 때문에, 어떤 상품도 사실상 일반적 등가물로 되지 못한다. 따라서 상품들은 서로 가치로 동등시되며 가치량으로 서로 비교되는 일반적 상대적 가치형태를 가지지 못한다.

이것은 상품소유자들이 직면하게 된 곤경인데 이 곤경을 벗어나기 위해 어떤 상품을 선발하여 이 상품에게 일반적 등가물의 지위를 부여하게 되고 이 상품은 화폐로 된다.

그러므로 다른 모든 상품의 사회적 행동이 [자신들의 가치를 모두 표시하는] 특수한 상품을 분리해 낸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선발된 상품의 현물형태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등가형태로 된다. 사회적 과정을 통해 일반적 등가(물)는 이 선발된 상품의 독자적인 사회적 기능으로 된다. 그리하여 이 상품은 화폐로 된다.

……

화폐는 [종류가 다른 노동생산물이 실제로 서로 동등시되고, 따라서 상품으로 전환되는] 교환과정의 필연적인 산물이다. 교환현상의 역사적 확대와 심화는 [상품의 성질 속에 잠자 고 있는] 사용가치와 가치 사이의 대립을 발달시킨다. 원활한 상거래를 위해 이 대립을 외 부로 표현하려는 욕구는 독립적인 가치형태를 만들려는 충동을 낳게 되는데, 이 충동은 [상품이 상품과 화폐로 분화됨으로써] 하나의 독립적 가치형태를 얻을 때까지 중지하는 일이 없다. 따라서 노동생산물이 상품으로 전환되는 것에 발맞추어 특정상품이 화폐로 전환된다.”

(강조는 인용자, 『자본론』Ⅰ, 111, 112쪽)

이처럼 상품생산과 상품교환의 발전에 따라 화폐는 필연적으로 출현하게 된다. 이 점은 이미 제1장 제3절에서도 자세히 밝힌 점이다. 이 때문에 상품생산은 영구화하려고 하면서 화폐는 폐지하려고 한 프루동식의 소부르주아적 사회주의는 상품생산과 화폐의 본질에 대한 무지(상품생산이 계속되면 화폐는 필연적으로 다시 출현할 수밖에 없다)에 기초하는 것이었다, 맑스는 이러한 시도가 성공할 수 있다면 “가톨릭교는 존속시키면서 교황을 폐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프루동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금과 은이 날 때부터 화폐는 아니지만, 화폐는 날 때부터 금과 은이다.” (맑스,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135쪽)

화폐형태가 어떤 종류의 상품에 부착되는가는 처음에는 우연적이었다. 그러나 대체로 화폐형태는 교환을 통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가장 중요한 물품에 부착되거나, 양도 가능한 토착재산의 주요한 요소를 이루는 유용한 물건[예: 가축]에 부착되었다. 상품 교환이 좁은 국지적 한계를 타파함에 따라 화폐형태는 일반적 등가물이라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자연적으로 적합한 상품인 귀금속으로 옮아갔다.

금과 은의 자연적 속성은 화폐의 기능에 적합하다. 첫째, 금과 은은 어느 한 부분을 떼어내어 보아도 동일하고 균등한 질을 갖고 있다. 둘째, 금과 은은 마음대로 분할할 수 있고 또 융합할 수 있다. 그래서 “금과 은이 날 때부터 화폐는 아니지만” 화폐로서 역할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속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금과 은이 화폐상품이 되고나서 금과 은은 두 가지 사용가치를 갖게 되었다. 하나는 상품으로서의 특수한 사용가치(금은 이빨을 때우거나 사치품의 원료로 쓰인다.)이고 다른 하나는 독특한 사회적 기능으로부터 나오는 형태적 사용가치이다.

화폐 물신성

제1장 제3절, 제2장에서 보듯이 화폐형태는 오로지 상품세계 전체의 공동사업(제1장 제3절)으로만 생길 수 있을 뿐이다. 다른 모든 상품의 사회적 행동(제2장)이 금과 은과 같은 상품을 화폐로 만든 것이다. 원래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금도 개별적인 교환에서 개별적 등가물로서 그리고 전개된 교환에서는 다른 여러 가지 등가물 상품과 나란히 특수한 등가물로서 기능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점차 금은 일반적 등가물로 기능하기 시작했는데, 최종적으로 금이 상품세계의 가치표현에서 일반적 등가물의 지위를 독점하자마자 화폐상품이 된 것이다. 맑스는 제3절에서 가치형태를 가장 단순한 형태로부터 출발해서 화폐형태에 이르기까지 추적함으로써 ‘다른 모든 상품과의 직접적 교환가능성을 갖는’ 화폐의 신비를 철저히 폭로하였다. 가장 단순한 가치형태에서의 등가형태가 이미 화폐의 신비성을 맹아적으로 갖고 있고 이것이 화폐형태에서 완성된다고 맑스는 폭로한 것이다. 그래서 다른 모든 상품들이 자기들의 가치를 하나의 특정한 상품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그 특정상품이 화폐로 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한 상품이 화폐이기 때문에 다른 모든 상품들이 일반적으로 자기들의 가치를 그 상품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즉, 화폐 물신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이렇게 이끌어 온 운동은 운동 그것의 결과에는 나타나지 않으며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이리하여 상품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자신의 가치모습을 [자신들의 외부에서 자신들과 나란히 존재하는] 하나의 상품체에서 발견하게 된다. 이 상품체, 즉 금 또는 은은 지하로부터 나오자마자 모든 인간노동의 직접적 화신으로 된다. 여기에 화폐의 신비성이 있다.

(『자본론』Ⅰ, 119쪽)

그리고 제2장은 화폐물신성이 상품물신성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점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며 끝나고 있다. (김수행 번역판의 119쪽 해당 부분의 번역이 정확하지 않아 독일어판을 번역하여 인용한다.)

그러므로 화폐물신의 수수께끼는 단지, 눈에 뜨이게 된,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상품물신의 수수께끼일 뿐이다.

제2장으로 화폐의 본질 규명이 마무리되었다. 다음에는 화폐의 기능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사회주의자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