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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밭 / 김종제 ▷

인서비1 2010. 1. 8. 10:55

 

 소금밭

                                         김종제

 

소금 얻겠다고
바닷가까지 갈 필요 있겠느냐
물 다 빠지고
알갱이만 수북하게 남아있는
저 묵정밭을 보아라
이팔청춘 시절부터
억센 팔다리 밖에 가진 것이 없다고
근육 놀리면서 살아
땀 마를 새가 없었던 사내
이젠 힘 다 빠져나가고
바짝 마른 장작개비처럼 드러누웠으니
등이고 가슴이고
소금꽃이 허옇게 피었다
손으로 한 움큼 집어 맛을 보는데
눈물처럼 짜다
기생충처럼 방 하나 내고
살을 다 파 먹었는지
오래 담가놓고 절인 뼈마디가
썩은 나뭇가지처럼 뚝뚝 부러진다
저 사내에게 내가 배운 것도
소금 얻는 일이었으리
머리가 아니라
육신을 제대로 굴려야
맛 좋은 천일염 얻을 수 있다고 
생생하게 가르쳐주신 저 사내
온몸에서 짠내를 풍기면서
밭 하나 일구었던 것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