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좋은글

사리돈이 필요하다 / 김영희

인서비1 2010. 1. 7. 20:13

 

사리돈이 필요하다 / 김영희

 

 

 

 

영양제보다 진통제가 더 잘 나간다는 민 약국

골목에 줄줄이 앉아있는 아낙들

절이고 말린 보따리 봉지봉지 펼쳐놓았다.

촌두부 이천 원 청국장 이천 원,

무말랭이 시래기 깻잎장아찌 삼천 원,

어디에선가 본 듯

손대중으로 담은 삶의 무게들이 고만고만하다. 

속내 다 꺼내놓고

명태처럼 덕장에 매달려 얼었다 녹았다.

빈 생을 살아온 여인들

굴묵허리 내걸린 시래기 같이

한 줌 햇살에 물기 빠지며 말라가는 생

사리돈이 필요하다.

 

시집 <저 징헌 놈의 냄시> 리토피아포에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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