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좋은글

추운 밥 / 공광규

인서비1 2010. 1. 7. 19:46

추운 밥 / 공광규

 

 

 

겨울 아침 인도 위에

비둘기 한 마리가 깃털을 덮고 누워 있다

썩어 먹다 남은 토사물이

주검 옆에 얼어 있다

 

부러진 고개를 걲고

빨간 발을 오므린 채

신축빌딩 아래서 삶을 멈춘

그의 깃털을 찬바람이 흔들고 있다

 

오늘 새벽 슬픈 부리로

얼어 있는 토사물을 찍어 먹다

발길에 채었거나 갑자기

날아가려다 시멘트벽에 부딪혔을 것이다

 

눈앞에 두고 간 밥을

저승에서도 못 잊겠는지

차마 감지 못한 눈으로

서울 하늘 아래 추운 밥을 바라보고 있다.

 

 

 

시집 <소주병> 실천문학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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