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좋은글

아름다운 경계 / 장진숙

인서비1 2010. 1. 4. 12:33

아름다운 경계
                    -장진숙-

숨소리가 들릴 듯
키 큰 미루나무 두 그루 정겹게
마주보고 서 있다
멀리 다른 곳에서 보면 그저
훤칠한 한 그루로 보이는 그들 곁에 가서
무슨 험난한 시련을 딛고 왔기에
험하게 부르트고 주름살 깊숙이 패였는지
야윈 무릎 곰곰 쓸어 본다
고개 젖혀 바라보는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허옇게 세어버린 백발 같다
행여 서로를 다치게 할까봐 조심스레
한 발짝씩 비켜선 아름다운 경계
눈이 부시다

시난고난 부대끼다 결삭아
어느덧 서로 닮아버린 노부부처럼
시린 햇살 아래 나란히 서서
야외촬영 나온 젊은 한 쌍을
지켜보고 있다 아마도
까마득한 옛 생각이 난 게지
눈시울 붉은 노을이 흥건하다
덩달아 나도 검은 예복과 크림색 드레스
그 선명하고 눈부신 색깔의 대비를
숨죽여 바라보는 겨울오후

해로하는 미루나무 주위엔
바람도 발뒤꿈치를 들고 가는지
순하고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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