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좋은글

그리운 이름은 눈물로 써도 소금기가 없다 / 이민정

인서비1 2010. 1. 3. 20:21

그리운 이름은 눈물로 써도 소금기가 없다

 

                                                        이민정

 

 

아침 밥상에 떠억 하니 올라앉은
누르스름한 갈치 한 조각
살을 발라내 내 밥 위에 얹으면서
마주 앉아 먹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지
너와
너를 닮은 나와
너와 나의 아이가
졸린 눈을 비비면서 억지로 잠에서 깨어나는
하루에 꼭 한 번씩 마주하는 밥상
그 밥상 앞에서 세월을 꼭꼭 씹어주고 싶다
생각했지

수저를 들고 한. 참.
드는 햇살이 부셔 그런가
창문 틈으로 잽싸게 끼어든 초록이 눈을 찔러 그런가
밥그릇에 물이 흥건히 고이네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 차지게 눙친 밥을
꾸역꾸역 밀어 넣는데, 자꾸만
밥이 저 혼자 풀어져
오뉴월 더위에 늘어진 엿가락처럼 제풀에 풀어져
짜디 짜게 먹고 단물을 들이켜려고
꾸역꾸역 밀어 넣는데, 자꾸만
달달하니 단내만 나고 침이 고여

하루를 못봐도 네가 이렇게 그리운데
열흘을, 몇 달을, 해를 넘기도록 못 볼지도 모른다니
차라리 그 이름을 묻고 말지
남몰래 가슴에 묻고 말지
담기만 하면 녹아지는 내 뜨거운 가슴 속에
눈물로 써도 단내나는 그 이름,
네 이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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