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좋은글

똬리를 틀다 / 강봉환

인서비1 2010. 1. 3. 20:03


똬리를 틀다

松花 강 봉환

고즈넉하기만 한 산사[山寺]
바람도 잠시 쉬어 가고픈
대웅전 앞뜰 노송[老松] 밑
지금은 하찮은 미물[微物]마저도
졸음이 오는 한적한 오후
스님 홀로 읊는 염불소리마저
졸리 운 듯 늘어져 있는데

능구렁이, 똬리 틀어
오전나절 부터 시작돼
통째로 왕 두꺼비 조여 가더니
장장 6시간동안 지켜보는
나 자신도 배배 꼬여온다
두꺼비, 점점 힘에 겨운 듯
능구렁이에게 통째 삼켜지더니
죽은 듯, 좀체 움직일 줄 모르네.

고기 맛을 본지 오래인지
불심[佛心] 적은 갓 행자[行者]
부지깽이 들고 들락거리고
먼발치에서 수시로 곁눈질하는
이빨 빠진 늙은 고양이
눈만 뻐금거리며 굼실대고
언제라도 낚아 챌 듯, 
모두가 지켜보는 먹이사슬

잠시 소피[所避]가 하고 싶어 비운사이
감쪽같이 사라진 먹이사슬에
허탈함으로 멍하니 지켜보는 나 자신,
서서히 배배 꼬여가는 복통에
똬리를 틀듯 뒤틀려버린 심상[心狀]
세상사 마음대로 안 되는구나.





시작노트:

나른한 초여름 오후 산사[山寺]에서 있었던 우연하게 발생한 먹이사슬로 행자, 늙은 고양이, 그리고 나, 보이지 않는 사투를 벌이면서, 나 스스로는 귀한 능구렁이에게 먹혀 버린 두꺼비와 함께 늙으신 모친에게 3년 정도 소주에 푹 담아 보약으로 대신하려 했던 욕심이 잠시 소피하러 비운사이 일순간에 사라져버린 허탈함으로 모름지기, 중생은 물욕[物慾]을 버려야 한다는 마음공부를 하게한 씁스레 한 일상[日常] 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