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음악

민주화운동 상징가요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인서비1 2009. 6. 22. 21:08

 

그리스 민중작곡가 테오도라키스
사랑과 평화의 노래 (6)

 ‘기차는 8시에 떠나네/’Haris Alexiou
기차는 8시에 떠나네/ 까떼리니행 기차는 언제나 8시에 떠나네/ 11월은 영원히 당신의 기억 속에 남으리/ 기차는 8시에 떠나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까떼리니행 기차는 언제나 8시에 떠나네/ 11월은 영원히 당신의 기억 속에 남으리(1절)

유요비기자 

나는 우연히 당신을 만났지요/ 우린 함께 우오조를 마셨지요./ 그러나 이제 당신은 돌아오지 못하리/ 가슴 속에 무슨 비밀을 간직한 채/ 가슴속에 무슨 비밀을 간직한 채 / 당신은 밤이 깊어도 돌아오지 못하리/ 그런 당신은 내 기억 속에 영원히 남으리(2절)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당신을 남겨 두고 떠나네/ 당신은 떠나가는 까떼리니행 기차를 지켜보고 있네/ 안개 자욱한 5시에서 8시까지/ 안개 자욱한 5시에서 8시까지/ 가슴 속에 칼을 품고서 당신은/ 떠나가는 까떼리니행 기차를 지켜보고 있네(3절)

이 노래는 그리스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자 음악가인 미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의 가사 전문이다. 그는 이 노래를 작곡한 지 얼마 안 되어 군부독재정권에 의해 투옥되었다가 국외추방을 당한다. 우리에게는 SBS의 드라마 <백야>의 주제가로, 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가 불러 친숙해진 노래이다. 비장하면서도 애절한 가락에, 카떼리니라는 기차역을 배경으로 남녀간의 이별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노래는 그냥 일반적인 이별의 노래가 아니다. 조수미 버전은 소설가 신경숙씨가 가사를 번안하면서 원곡의 가사를 단순한 이별의 노래로 개악해 버려 원곡의 정신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번안할 때 그리스의 현대사와 테오도라키스에 대한 이해가 좀 더 필요했었다. 이 노래는 반독재 민주화운동가를 애인으로 둔 한 그리스 여성의 심정을 노래한 이별가다. 원곡의 가사를 토대로 두 남녀의 이별장면을 상상해보면 이렇다.

유요비기자 

그녀는 11월의 어느 날 한 기차역에서 애인을 만나 지중해 연안의 한 작은 도시 카떼리니로 가기로 했지만 애인은 나타나지 앉는다. 아마 그는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어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8시 정각이 되자 그녀는 홀로 카떼리니행 기차를 타고 떠난다. 그녀의 애인은 몰래 숨어 홀로 떠나는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그녀는 애인을 다시 보기 힘들 것이다. 잡혀서 투옥되거나, 아니면 계속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하거나 간에 어쨌든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애인과 가슴 아픈 이별의 시간과 공간인 이 11월과 카떼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그녀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정말 애절한 이별가다. 역사의 큰 수레바퀴는 가끔씩 잔혹하리만치 사랑하는 사람들을 짓밟고 지나간다. 원곡의 가사에는 그가 “비밀을 간직한 채”, “가슴에 칼을 품고서” 떠났다고 표현되어 있다.

고대 그리스문화를 꽃피웠던 그리스는 1차세계대전으로 수백 동안 지배를 받아오던 터키로부터 독립한 이래 1974년 민주화되기까지 밖으로는 외세의 압박과 안으로는 왕정과 군부독재의 철권통치로 신음해 왔던 나라다. 이러한 그리스의 암울했던 현대사의 한 가운데 서 있었던 사람이 바로 미키스 테오도라키스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아테네 음악원의 학생신분으로 독일과 이탈리아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청년운동을 시작하여 수차례나 투옥됨으로써 그리스 현대사의 한 복판에 뛰어들게 된다.

종전 후 왕당파와 공화파 간의 이념적 대립으로 1944년에서 1949년까지 6년 동안이나 계속된 그리스의 내전이 미국의 지원을 받은 왕당파의 승리로 끝나자 테오도라키스는 아테네음악원을 마치고 파리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나 현대음악과 여러 장르의 음악이론을 공부한다. 귀국 후 테오도라키스는 그리스 민속음악인 렘베티카(Rembetika)를 기본으로 하여 마노스 하지타키스(Manos Hadjidakis)와 함께 민중의 정서를 담은 수많은 가요를 만들었는데, 람베티카는 “하층민으로부터”라는 그 뜻이 말해 주듯 피억압계층의 민요들이다. 이 람베티카가 테오도라키스에 의해 저항가요로 부활하자, 군부독재는 이를 금지시켰고, 그러자 람베티카는 다시 지하클럽에서 청년계층에 의해 새 노래운동인 네오 키마(Neo Kima)로 발전하게 된다.

유요비 시인 겸 문화평론가 cheyoo@naver.com

유요비님 소개
시인이자 문화평론가인 유요비님은 90년대 초반부터 ‘통일샘’, ‘인권연대’, ‘열린사회’, ‘북토피아 웹진’, ‘법무사저널’ 등의 잡지에 세계 저항음악들을 소개해 왔다. 대표적으로 광주 ‘오월가’의 원곡이 미셸 폴나레프(Michel Polnareff)의 ‘Qui A Tue Grand'Maman’(누가 할머니를 죽였는가’)인 것도 밝혀냈다. 2004년에는 CBS ‘시사자키’에서 두 달 동안 반전평화의 노래를 소개하기도 했다. 시집으로 ‘고척동의 밤’이 있으며, 저항음악 평론집이 곧 출간될 예정이다. 유요비는 열린사회시민연합 유종순 대표의 필명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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