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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가족의 '황당한 부실공사'

인서비1 2009. 6. 16. 14:20

제비 가족의 '황당한 부실공사' 노컷뉴스 | 입력 2009.06.15 18:48 |

 

 '부실공사' 탓에 둥지가 폭삭 무너져 제비 일가족이 '이재민 신세'가 됐다.

어린 제비 다섯마리는 사고 당시 바닥에 떨어져 2~3일간 후유증에 시달렸으나 집주인이 마련해 준 종이박스 둥지에서 어미새의 극진한 간호를 받아 다시 건강을 회복 중이다.

 

 

 

 제천시 수산면 오티리 한모씨(67) 집에 날아든 제비부부는 지난 5월 중순 둥지를 틀고 알을 까 새끼 다섯마리를 낳았다. 그러나 콘크리트 슬라브집 현관 윗쪽 벽에 어렵사리 지은 둥지가 지난 7일 무너져 2m 아래 땅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둥지가 차츰 자란 새끼 다섯마리의 몸무게를 견디지 못했던 탓이다.

 

황당한 사고는 어미새가 날갯짓을 가르치기도 전에 터졌다. 어린 제비 다섯마리는 날개를 펴지도 못한 채 추락했고, 살아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씨는 "처음엔 새끼들이 혼수상태에 빠진 것 같아 과연 살아날까 걱정했는데 정신을 차려 다행"이라며 "평생 농촌에 살았지만, 제비집이 부서져 떨어진 장면을 목격하긴 처음이고,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애처러운 심정에 가로, 세로 한 뼘 크기 종이 상자를 구해 새둥지를 마련해줬다. 쥐나 고양이, 야생동물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조치도 취했다. 농사용 고무삼태기에 종이박스를 넣어 주변을 가리고, 다시 접이식 알루미늄 빨래 건조대 위에 올려 놓는 등 신경을 바짝 썼다.

 

 어미 제비는 한동안 경계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으나 금세 집주인 뜻을 헤아렸다는 듯 새 둥지로 날아 들어 새끼들을 보살피고 있다. 며칠 사이 어미새는 새집 지을 생각을 접고, 논흙과 덤불을 물어와 종이박스 바닥과 벽에 깔았다. 제비집 인테리어 공사도 끝낸 셈이다.

 

  사고 후 일주일가량 지나자 충격에서 벗어난 제비들은 마당 빨래줄과 전깃줄을 오가며 비행훈련 중이다.

 

 한씨는 "작은 나뭇가지, 마른풀과 같은 덤불과 논바닥 진흙을 적절히 배합했어야 했는데 덤불을 많이 써 부실공사가 됐고, 결국 무너진 것"이라고 진단하고 "2~3주후면 다른 제비들과 함께 강남으로 날아가지 않겠냐"며 흐뭇해 했다.

 

  한씨 농가에는 수년 전부터 제비들이 매년 날아들어 지난해에는 세 가족이 둥지를 틀기도 했다.

 

 집주인이 마련해 준 종이박스로 옮겨진 '이재민 제비'들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경계심에 앵글을 응시하고 있다. 

 노컷뉴스 제휴사/ 충청타임즈 한인섭 기자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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