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좋은글

성석제의 문장배달(희랍인 조르바>

인서비1 2009. 2. 22. 19:50

“이름을 여쭈어도 될까요?”
“알렉시스 조르바……내가 꺽다리인 데다 대가리가 납작 케이크처럼 생겨 먹어 ‘빵집 가래삽’이라고 부르는 친구들도 있지요. 한때 볶은 호박씨를 팔고 다녔다고 해서 ‘파사 템포’라고 부르는 치들도 있었고…… 또 ‘흰곰팡이’라는 별호도 있습니다. 이렇게 부르는 놈들 말로는, 내가 가는 곳마다 사기를 치기 때문이라나. 개나 물어가라지. 그 밖에도 별호가 많지만 그건 다음으로 미루기로 합시다…….”
“어떻게 해서 산투리를 다 배우게 되었지요?”
“스무 살 때였소. 내가 그때 올림포스 산기슭에 있는 우리 마을에서 처음 산투리 소리를 들었지요. 혼을 쭉 빼놓는 것 같습디다. 사흘 동안 밥을 못 먹었을 정도였으니까. ‘어디가 아파서 그러느냐?’ 우리 아버지가 묻습디다. 아버지 영혼이 화평하시기를……. ‘산투리를 배우고 싶습니다.’ ‘창피하지도 않으냐? 네가 집시냐, 거지 깡깽이가 되겠다는 것이냐?’ ‘저는 산투리가 배우고 싶습니다!’ 결혼하려고 꼬불쳐 둔 돈이 조금 있었지요. 유치한 생각이었소만 그 당시엔 대가리도 덜 여물었고 혈기만 왕성했지요. 병신같이 결혼 같은 걸 하려고 마음먹었다니! 아무튼 있는 걸 몽땅 털고 몇 푼 더 보태 산투리를 하나 샀지요.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바로 이놈입니다. 나는 산투리를 들고 살로니카로 튀어 터키인 레트셉 에펜디를 찾아갔지요. 그는 아무에게나 산투리를 가르쳐 주었지요. 그 앞에 일단 넙죽 엎드리고 봤어요. ‘왜 그러느냐, 꼬마 이교도야.’ ‘산투리를 배우고 싶습니다.’ ‘오냐, 그런데 왜 내 발밑에 엎드렸느냐?’ ‘월사금으로 낼 돈이 없습니다.’ ‘산투리에 단단히 미친 게로구나.’ ‘네.’ ‘그럼 여기 있어도 좋다, 젊은 친구야, 나는 월사금을 받지 않는단다.’ 나는 1년을 거기 있으면서 공부했지요. 하느님이 그 영감의 무덤을 돌보아 주시기를…… 지금쯤 아마 죽었을 겁니다. 하느님이, 개도 천당에다 들여놓으신다면, 레트셉 에펜디에게도 천당 문을 활짝 열어 주실 것이외다. 산투리를 다룰 줄 알게 되면서 나는 전혀 딴 사람이 되었어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나 빈털터리가 될 때는 산투리를 칩니다. 그러면 기운이 생기지요. 내가 산투리를 칠 때는 당신이 말을 걸어도 좋습니다만, 내게 들리지는 않아요. 들린다고 해도 대답을 못해요. 해봐야 소용없어요. 안 되니까…….”
“그 이유가 무엇이지요, 조르바?”
“이런, 모르시는군. 정열이라는 것이지요. 바로 그게 정열이라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