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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지에'... 거칠고 순수한 자연을 닮은 아이

인서비1 2009. 1. 15. 17:36

 

 

'푸지에'... 거칠고 순수한 자연을 닮은 아이

 

 

 

 

 1999년, 탐험가 세끼노 요시하루는  남미 최남단으로부터 아프리카를 목표로 하는 여행 도중, 몽골을 방문해 대초원을 자유자재로 말을 타는 한명의 소녀와 만난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세끼노에게 소녀는 단호하게 말한다. 

 

「사진 찍으려면 그냥 거기서 찍으세요!」

 

 소녀의 이름은 '프제'라고 했다. 당시 6세. 자립심이 강하고, 결코 어른에게 아첨하지 않는 태도에  세끼노는 유목민의 이상을 보게 된다. 갑작스레 찾아온 낯선 세끼노를 프제의 가족은 따뜻하게 받아 주었다.

 

 5 년 간의 교류에서, 세끼노는 바뀌어 가는 몽골의 현실을 직접 목격한다. 사회주의 이후 도입된 시장 경제는 빈부의 격차를 낳고, 유목민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인 가축 도둑이 횡행해, 프제의 집도 그 희생양이 된다. 초원에서는 시장가치가 높은 염소의 수를 너무 늘려, 초원은 감소하고,  풀은 시들어 몽골의 가축 총수의 10%가 아사해 버린다. 그런 근대화의 물결은 프제의 가족에게도 예외가 아니어서 또다른 비극을 낳게 된다.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이것은, 시대의 물결과 맞물리는 몽골 유목민 5년간의 기록이다.

 

 세키노 요시하루는 대학교수이자 탐험가다. 카메라는 세키노가 프제와 프제의 가족을 만나는 과정에서 생기는 '우연' 혹은 '필연'을 따라가며 보여준다. 6살의 프제가 보여주는 삶이 놀라운 것이 사실이나, 몽골의 유목민에게 닥친 변화의 바람을 제대로 읽어내지 않으면, 이 다큐는 유목민의 후예인 한 소녀의 죽음과 슬픔, 연민으로 밖에는 보여지지 않을 것이다.

 

 이 다큐가 EIDF에서 최우수작을 수상했다는 뉴스는 한참 뒤에나 알았다. 또한, 몇 년에 걸쳐 한 가족의 단편적인 삶을 달랑 영화 한 편 보는 정도의 시간으로 압축해 보여주는 것이 과연 다큐가 가진 정신에 일치하는가 혹은 다큐라는 것이 그러한가, 뭐 이런 생각도 더불어 들었다. 그래도 아직 우리 사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또 보여주고자 하는 영상장르가 다큐멘터리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하다.

 

 프제? 푸지에? Puujee! 지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의 이름이다. 선생님 또는 통역관의 부푼 꿈을 안고 입학한 학교를 얼마 다니지도 못하고 교통사고를 당했다. 세끼노는 프제가 죽은 다음에야 그곳을 찾게 되고, 이 사실을 직접 듣고는 할말을 잃는다.

 

 의료보험증이 없어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프제의 어머니, 황량한 벌판에 새로 난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에 죽임을 당한 프제. 그냥 몽골 한 가족의 아픔으로 봐도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저미게 하지만, 그것은 한 가족의 문제를 넘어서는 그 이상의 것들이 이면에 작용하고, 어떻게 인간을 사회를 파괴시키고 있는지를 심사숙고하게 만든다.

 

 다시 보는 다큐멘터리 [푸지에]에서 프제가 세끼노를 만나면서 처음 내뱉은 말이 자꾸 뇌리에 남는다.

 

 '사진 찍으려면 그냥 거기서 찍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