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EDIF는 날짜별로 섹션을 분류했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가... 비슷한 내용의 다큐가 모여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23일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많았고... 그중 제가 본 것은 동성애를 다룬 두편입니다.
지난 겨울 갑자기의 주인공 구스타프와 루카. 잘생긴꺼빼곤 일반인 같았던 이들의 심리변화에 주목.
'지난 겨울, 갑자기(Suddenly, Last Winter)'는 한국 못지않은 막장 국가; 이탈리아의 동성커플의 권리를 위한 법안을 둘러싼 분쟁과 이를 취재하는 두 동성커플이 주인공입니다. 유럽이라면 엄청 개방적인 이미지라 모든 나라가 다 그럴 것 같아도, 이탈리아는 정치적이나 문화적이나 다른 국가와는 차이가 있지요. 좀 안 좋은 쪽으로; 이 문제를 다룬 국내다큐도 꽤 있는데, 최근 KBS에서 방영했던 'KBS스페셜 - 베롤루스코니의 이탈리아(http://www.kbs.co.kr/1tv/sisa/kbsspecial/vod/1540694_11686.html) 를 필청하시면 이해가 빠를겁니다.
이 다큐의 주인공이자 감독이기도 한 두 사람은 법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차별문제에 대해 크게 인식하진 못했는듯 합니다. 주인공의 부모들이 좋은 분이신 탓이 컸겠지만, 주변도 개방적이었나보지요. 그러나 법안 문제가 나온이후 펑범하게 진행하던 다큐멘터리는 가면 갈수록 주인공들도 힘들어지고 평온했던 시위도 점차 격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천천히 움직이는 주인공들의 심리와, 인터뷰를 하면서 설득을 시도하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 그들을 보며 탄식하기도 하면서 그래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돌파하는 모습을 대단히 세련된 연출에 잘 녹여놓았습니다. 화면의 질이나 구성면에서 일반 극영화에 뒤지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단지 너무 세련되어서 조금 위화감이 있달까요...약간 인공적인 느낌도 받았지만(중간중간 연출된 장면이 너무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것도 한 원인), 다큐 이후 감독의 인터뷰에서 '아직 이탈리아 티비에서는 방영이 안되었다'라는 말을 듣고 더이상 따지지 않기로 했습니다. 인권수준면에서 결코 이탈리아보다 위라고 할 수도 없는 한국에선 당당히 공중파에 나오다니 아직 한국 언론이 이탈리아보단 덜 막장인게 감사해야할지, 아니면 내년에도 과연 이런 다큐가 방영이 될 수나 있을지 걱정해야할지 감이 서질 않습니다.
프리헬드의 주인공 로렐과 스테이시. 결국 로렐은 저세상으로 갔어도 그들의 투쟁은 다른사람을 위한 밑거름이 됩니다.
프리헬드(Freeheld)는 '암에 걸린 경찰의 연금을 동성애인하게 지급하는 것데 대해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둘러싸고 마지막까지 투쟁하는 두 사람과 그를 도우려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국산 다큐멘터리로, 방영시간이 38분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에 할말 다하는 타이트한 전개가 인상적입니다.
반대도 좋지만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도 그들은 어찌나 비정하던지 결국엔 자기 몸 가두지도 못하는 사람을 불러서 말을 하게 만들어야 움직이더군요; 그래도 작품이 벌어진 지역은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곳인지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우호적인듯 한게, 위에서 언급했던 지난겨울 갑자기와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이탈리아에선 성직자들이 나서서 동성커플 관련 법안을 반대하지만, 프리헬드에선 동성커플을 위해 성직자가 기도를 해주는 부분이 눈에 띄였습니다. 이 다큐가 만약 이탈리아의 티비에서 나왔다면 그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보다가 궁금해지더랍니다. 결국엔 중요한건 사람일텐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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