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요리

스끼야끼

인서비1 2009. 1. 9. 22:55


자랄 때..해마다 겨울이면 반드시 먹고 넘어가는 음식이 있었습니다.
김치만두, 곱창전골, 그리고 스끼야끼...



커다란 전골냄비에 쇠고기며 굴, 연근 배추 버섯 등을 넣고, 당면까지 넣은 다음,
달달한 국물을 부어 식탁위에서 바글바글 끓여먹던 스끼야끼...

친정어머니는 꼭 굴과 연근을 넣으셨더랬어요.
굴은 그렇다 치더라도 연근은 왜 넣으시는지..너무너무 싫었거든요. 절대로 안먹었죠.
또 다른 식구들은 건더기를 건져서 달걀에 찍어먹는데..
저는 날달걀에 찍어먹는 것도 싫어서, 그냥 고기와 당면만 건져먹었습니다.

풀무원 게시판에 보니까 루비레드님이..샤브샤브 자주 해먹느라 가정경제가 흔들린다고 쓰셨던데...
저도 그렇답니다..^^...샤브샤브용 고기만 보면 산다는...

오늘은 볼 일이 있어서 상암동 까르푸를 들러서 일산 하나로클럽까지 갔었는데,
까르푸에서 샤브샤브 고기를 샀으면서도 하나로에서 또 샀다는..
하나로꺼는 냉동육이라서, 한 팩 정도 냉동고에 넣어두면 아주 유용할 것 같아서 또 집어들었어요.

까르푸에서 고기를 집어들 때는 오늘 저녁 샤브샤브 해먹어야지 했었는데,
하나로에서 바로 그 연근을 발견하는 순간 마음이 바뀌어 스끼야끼를 했습니다.
어렸을 때 그리 싫어하던 연근이었는데..^^;;

스끼야끼 레시피입니다.



재료 (4인분)
요리국물 샤브샤브진 1봉지, 물 1컵(240㎖), 간장 2큰술, 설탕 2큰술
쇠고기(샤브샤브용) 400g, 굴 100g, 배추 100g, 연근채 100g, 맛타리버섯 100g, 해송이버섯 100g, 팽이버섯 200g,  파 1대
당면(마른 것) 100g, 달걀 4개

만드는 법
1. 제일 먼저 당면을 뜨거운 물에 담가 30분 정도 노골노골하게 놔둡니다.
2. 재료들, 굴 배추, 연근, 맛타리버섯, 해송이버섯, 팽이버섯, 파 등을 모두 손질해둡니다.
3. 물을 펄펄 끓인 후 당면을 삶은 후 찬물에 2~3번 씻어 체에 받쳐놓습니다.
4. 샤브샤브진에 물과 간장 설탕을 넣고 끓입니다.
5. 냄비에 쇠고기 굴 당면 연근 배추 팽이버섯 맛타리버섯 해송이버섯을 모두 둘러 담습니다.
6. 위에 대파를 올리고 국물을 부어 보글보글 끓입니다.
7. 각자 앞접시를 놓고 달걀을 푼 후 달걀에 건더기를 찍어 먹습니다.

Tip!
※ 간장과 설탕은 각자 입맛에 맞게 조절하세요. 이대로 하면 조금 싱겁습니다.
※ 건더기를 따로 간장이나 소스에 찍어먹지 않아도 됩니다.
※ 고기를 좋아한다면 더 준비했다가 한번 고기를 건져먹은 뒤 넣어주면 됩니다.
※ 해송이버섯은 새로 나온 버섯으로 약간 쌉싸름한 맛이 납니다. 다른 버섯으로 대체해도 됩니다.


김치 딱 한가지만 상에 올려놓고 먹었는데..김치에도 젓가락이 가지질 않았습니다.
반찬을 이것저것 놓지 않아도 되니까 상차리는 것도 쉽고, 먹은 후 먹다남은 음식 정리할 일도 없어 간단하고 좋았습니다.
설거지 간단하고, 정리가 쉬운 것도 좋았지만...

더 좋은 것은 추억을 먹을 수 있어서 입니다.
스끼야끼 냄비에서 당면을 건지면서, 지금은 너무 늙으신 우리 부모님의 젊은 모습이 보였고,
쇠고기를 건지면서  먹성 좋은 까까머리 오빠랑 동생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리운 시절이 바로 손앞에 잡힐 듯 제 눈 앞에 펼쳐졌는데...젊음을 잃어버린 우리 아버지는 또 건강이 안좋으시고...

kimys는 '스끼야끼'라는 일본 이름 대신 다른 전골로 이름지어 부르라고 하는 걸...
"그럼 샤브샤브나 스파게티도 한국이름으로 고쳐야겠네??" 하면서 '스끼야끼'라는 단어를 고집했습니다.
오늘 제가 먹은 스끼야끼는 음식이 아니라 추억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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