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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츠키와 마르크스

인서비1 2022. 1. 6. 23:23

비고츠키와 마르크스

마르크스주의 심리학을 위하여

추천사

오랫동안 고대하던 책이 나왔습니다.마르크스주의적 입장에서 비고츠키 이론을 체계적으로 다룬 책이 드디어 나온 것입니다. 이 책이 특별히 반가운 이유는 비고츠키로부터 마르크스주의를 거세해 버린 왜곡된 상황을 바로잡음으로써 비고츠키 이론과 개념들을 좀 더 올바로 이해하고 그 속에 잠재된 혁명적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비고츠키의 발달심리학이 마르크스주의에 기초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서구 학자들이 마르크스주의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비고츠키 이론을 소개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비고츠키의 놀라운 연구성과에 경탄해 마지않았지만 비고츠키의 철학적,학문적 토대로서 마르크스주의를 분리하고 연구 성과의 결론이나 주요 개념들만을 쏙 빼서 세상에 소개했습니다.

그 결과 비고츠키 이론의 변혁성이 거세되고 내용도 왜곡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서 탱자가 되듯이, 미국을 거쳐 한국에 알려진 비고츠키 이론은 '탱자 비고츠키'로 변질되었던 것입니다.

1980년대 비고츠키 러시아판 선집이 영어로 완역된 이후에야 마르크스주의 심리학으로서 비고츠키 이론에 대한 인식이 비로소 조금씩 퍼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국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공인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비고츠키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마르크스주의의 철학과 방법론을 자신의 심리학 연구에 적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매우 빈약한 상황입니다.

이런 차에 비고츠키와 마르크스주의의 연관을 체계적으로 다룬 책이 나옴으로써 그 빈약한 공간을 채워 주기 시작한 점에서 반갑고도 소중한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은 비고츠키의 방법론과 도구와 의식, 기호와 언어, 상상과 창조 등 몇 가지 주요 주제들에 대해 비고츠키 이론이 어떻게 마르크스주의에 터하여 과학적이고 창조적인 탐구로 나아갔는지를 분석하고 설명하고 있습니다.그를 통해 마르크스주의로서 비고츠키 이론을 정당하게 위치 짓고 더 나아가 비고츠키를 토대로 더 총체적인 마르크스주의 심리학을 정립해 나갈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마르크스와 비고츠키 모두에 능통한 학자들로서 마르크스주의와 비고츠키의 연관을 전문적 식견을 통해 성공적으로 논증하고 있습니다. 혹 마르크스주의와 비고츠키 이론에 입문이 되어 있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이 책의 논의가 다소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한 그 때문에 비고츠키와 마르크스주의 둘 다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이점도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우선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비고츠키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마르크스주의적 관점과 방법론을 토대로 어떻게 과학적 심리학을 탐구할 수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잘못 알려진 비고츠키의 주요 개념들과 내용들의 왜곡을 바로잡고, 좀 더 명료하고 심화된 이해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탱자 비고츠키'를 공부하다 한참 뒤에야 마르크스주의로서 비고츠키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제도권 학계에 소개된 대로 '구성주의자'로 알았다가 나중에는 '사회적 영향'과 '협력'등을 강조하는 그저 그런 '유사 마르크스주의' 정도로 이해하기도 했습니다.그러다 [생각과 말}이 번역된 이후 비고츠키 원전들을 동료들과 함께 학습하고, 토론하면서 비로소 비고츠키의 마르크스주의를 발견하고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내용들을 접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개념들이 마르크스주의와의 연관 속에서 재구성되고 전진해 나갔습니다. '낱말 의미의 발달'과 '아하 경험'의 연속이었습니다. 이 책은 비고츠키와 마르크스주의의 연관을 직접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마르크스주의 비고츠키'의 발견에 더욱 효과적이며,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의의는 마르크스주의를 통해 비고츠키를 재발견하는 것만이 아니라 비고츠키를 통해 마르크스주의를 재인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비고츠키의 마르크스주의는 스탈린주의의 영향을 받지 않은, 스탈린주의와 대립했던 마르크스주의입니다.

비고츠키카 활동하던 1920년대에서 1930년대 초반은 아직 스탈린주의의 헤게모니가 확립되기 전이었고, 이 시기 마르크스주의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했으며 역동적, 개방적, 창조적인 흐름들이 있었습니다.비고츠키를 통해 우리는 스탈린주의의 기계적 경향성과는 전혀 결이 다른 마르크스주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비고츠키는 당시 마르크스주의를 '테제의 인용'과 '기계적 적용'으로 단순화하고 무매개적으로 이해하는 경향들에 매우 실망하면서 '사이비 자칭 마르크스주의'로 비판했습니다.

비고츠키는 마르크스주의를 확장하는 실천적 핵심이 무엇보다 마르크스가 '자본'의 분석에 행했던 관점과 방법론을 새로운 실천적 과제에 올바로 적용하고 그를 통해 과학적 분석과 설명에 이르는가 여부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인간 심리의 발달'이라는 주제에 혼신의 힘을 바쳤습니다. 기계론과 비고츠키 마르크스주의의 가장 큰 차이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기계론은 새로운 이론적, 실천적 대상에 대해 무매개적으로 마르크스의 태제들을 직접 적용하지만 비고츠키는 새로운 대상에는 항상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기계론이 새로운 상황과 문제들에 대한 분석에 게으르고, 설명에 무능한 것은 분명하지만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하는 것 또한 그 자체로 올바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을 올바로 적용한 것인지, 그를 통해 과학적 분석과 설명에 이르고 있는지는 따로 짚어 볼 문제입니다.이에 대해 저자들은 비고츠키가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 유물론'의 관점과 방법론을 '인간 심리 발달'이라는 새로운 연구 주제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