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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일에 치여 황폐화되는 삶

인서비1 2018. 1. 7. 21:09
[신간 탐색]일에 치여 황폐화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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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을 권리
데이비드 프레인 지음·장상미 옮김 동녘 펴냄·1만6000원


책의 제목부터 시선을 끌어당긴다. ‘일하지 않을 권리’,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높은 청년실업률의 나라 한국에서 영국 작가의 이 도발적인 주장은 다소 ‘먼 나라’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실업자조차도 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 역시 현실일 터.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이들과 반대로 자신의 노동력을 쓰지 못해 고달픈 이들로 나뉜다. 고통 받기는 매한가지다. 누군가는 과로에 시달리고, 다른 누군가는 불안정한 노동에 불안해하며 이를 잃으면 실업자라고 비난받는다.


사회학 연구자인 저자 데이비드 프레인은 “일상생활 속에서 점점 커지는 일의 지배력에 우리가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익숙해져 있는지 생각해 보면 일이 갖고 있는 교리적 지위가 드러난다”고 말한다. 일하고, 일하기 위해 회복하고, 일해서 번 돈을 쓰고, 일하기 위한 고용 가능성을 키우라는 사회의 요구가 개인의 나머지 삶의 영역을 얼마나 앗아가고 있는지 묻는다. 우리는 일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런 일에 대한 고정관념이 대안적 사회의 비전을 가로막는 주된 장애물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아울러 저자는 자신이 만난 정시 출퇴근 고용을 거부한 사람들, 일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일에 저항한’ 이들이 어떤 모욕과 고립을 경험했고, 동시에 어떤 즐거움을 만나게 됐는지 이야기 한다. 모두에게 당장 일을 그만두라고 말하는 책은 아니다. 다만 ‘어떤 일 하세요?’라는 질문에서 ‘어떤 걸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삶, 일하지 않는 삶도 쓸모없게 취급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706051612041&code=116#csidxfe52e5a01bdbbafb7ce6ef4732d13a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