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society

미숙아 두배 급증.. 지원은 '신생아 입원비'뿐

인서비1 2016. 6. 28. 06:08

미숙아 두배 급증.. 지원은 '신생아 입원비'뿐

[미숙아 3만명 시대] [上] 최근 노산 많아 미숙아 늘어 각종 장애 치료는 지원 안 돼.. 일부 가정 수천만원 쓰다 파산도 "4년만 치료 받으면 정상 되는데 정부 의료지원 턱없이 부족"조선일보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입력 2016.06.28. 03:05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두 딸을 키우는 '싱글 맘' 정모(34)씨는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개인 파산을 인정받았다. 파산 신청을 낸 지 6개월 만이다. 그의 파산은 네 살 난 둘째아이 출산에서 비롯됐다. 아이는 임신 25주 만에 몸무게 600g으로 태어난 미숙아였다. 출생 후 5개월간 신생아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 했다. 엄마 배 속에서 덜 성숙하여 나온 탓에 호흡부전증후군, 미숙아 망막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빈혈, 황달, 심장 혈관 기형 등 각종 질병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2000만원 가까운 돈이 의료비로 들어갔다.

아이가 신생아 중환자실을 나와 엄마 품으로 오면서 정씨의 싸움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가정용 산소호흡기를 대여해 써야 했고, MRI 검사에서는 소뇌에 출혈이 발견돼 기능 장애 치료를 받아야 했다. 정씨는 아이를 둘러업고 일주일에 세 번, 재활과 치료하러 다닌다. 한 달에 50만원 든다. 일주일에 한 번은 10만원 정도 하는 수혈 치료도 받아야 했다. 생후 1년이 지났는데도 아이는 잘 앉지도 못하고 말도 못했다. 발달 장애 판정이 나왔다. 장애아 등록으로 나온 지원금이 한 달 20만원 바우처이다. 매달 들어가는 재활, 언어, 인지 기능 개선 치료비 150여만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미숙아 망막증 수술과 사시(斜視) 수술도 받아야 했다. 대사 이상으로 과다하게 축적되는 칼슘 제거술도 빼 먹으면 안 된다.

정씨는 "아이를 안고 오만 군데를 돌아다니느라 허리디스크와 골반염이 생겨 하던 일도 그만뒀다"면서 "카드 대출을 갚을 수 없게 돼 결국 파산자가 됐다"고 말했다. "아이가 제대로 성장할 때까지는 재활과 외래 진료가 끊임없이 이어질 텐데…" 정씨의 한숨은 깊었다.

◇'의료 푸어'(poor)로 내몰리는 미숙아 가정

미숙아는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났거나 체중이 2.5㎏ 이하로 태어난 신생아를 말한다. 최근 출산 연령이 늦은 노산이 많고, 시험관 아기 출산으로 쌍둥이 임신이 늘면서 미숙아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00년 전체 신생아(63만여명)의 3.8%에서 2014년 신생아(43만여명)의 6.7%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신생아는 주는데 미숙아는 늘어나는 구조 속에서 한 해 2만9000여명이 이른둥이로 세상에 나왔다. 이른바 '미숙아 3만명' 시대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미숙아로 태어난 신생아의 집중 치료실 입원비를 무상 지원한다. 하지만 이 미숙아들이 가정 품에 안기는 순간부터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각종 미숙아 관련 장애 치료와 수술, 시력 교정 등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지만, 일반적인 소아과 환자와 같은 수준의 건강보험 적용(진료비 본인 부담 비율 20~40%)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발달 장애 재활 비용과 고가의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예방 주사는 전액 본인 부담이다. 미숙아 양육 과정의 의료비는 잦은 외래 진료비, 폐렴 등으로 인한 재입원비, 재활 치료비 순으로 많이 들어간다. 대한신생아학회가 서울 시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치료받는 미숙아 부모 23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미숙아 가족이나 친지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요청하거나 모아놓은 적금을 해지했다. 미숙아 부모의 60%는 아이에게 제대로 된 의료 지원을 못 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미숙아는 생후 3~4년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대다수가 정상 아이와 똑같아질 수 있다는 게 소아과학계의 의견이다. 하지만 정부가 불임 부부 인공 수정 비용으로는 수백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정작 아기를 낳은 미숙아 가정에는 지원이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신생아학회 김병일(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회장은 "이제는 이른둥이(미숙아)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숙아(未熟兒)란?

정상적 임신 기간 40주 이전인 37주 미만에 태어났거나, 출산 시 체중이 2.5㎏ 이하로 작게 태어난 아이. 신체 장기 발달이 미숙하고 면역력이 약하다. 우리말로는 '이른둥이'라고 한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회 > societ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급 인간의 존엄  (0) 2016.09.09
가난해지는 가계 부유해지는 기업  (0) 2016.09.07
늑대 소녀  (0) 2016.06.15
아말라 카말라  (0) 2016.06.15
한국인, GDP·기대수명 높지만 주관적 행복감은 평균 이하  (0) 2016.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