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김경락의 초딩 이코노미
(3) 위안화 평가절하
중국 경제 악화의 여파로 한국의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중국 경제 악화의 여파로 한국의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아기돼지 3형제’. 한번쯤 읽어봤지요? 지푸라기집과 나무집을 지었다가 늑대한테 혼쭐이 난 첫째와 둘째가 벽돌집을 지은 막내한테 도움을 요청한다는 이야기 말이에요. 다들 기억날 거예요. 늑대가 아무리 힘이 세고 영리해도 벽돌집을 무너뜨리지 못했지요?

요즘 세계경제가 마치 이래요. 미국에 버금갈 정도로 경제 규모가 큰 중국이 잔기침을 몇 번 하니 우리나라를 비롯해 수많은 나라들이 몸살을 앓고 있어요. 아기돼지 3형제 이야기 속 막내처럼 튼튼한 벽돌집을 지었다면 중국이 아무리 센 기침을 했더라도 꿈쩍하지 않았을 텐데….

이번 편에선 중국에서 시작된 경제 불안을 살펴보려 합니다. 중국이 감기에 걸린 이유가 뭔지, 왜 중국의 감기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수많은 나라들을 힘들게 하는지 차근차근 알아봅니다.

아이폰도 중국 공장서 만든다죠

‘세계의 공장’. 중국을 가리키는 말 중 하나이지요. 무수한 물건들을 만들어 세계 곳곳으로 내다 파는 구실을 지금껏 해왔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지요. 이런 방식으로 중국은 매우 빠르게 성장한 나라이기도 하지요.

중국이 이런 구실을 할 수 있었던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어요. 그중 하나가 인구지요. 알다시피 중국엔 사람이 참 많아요. 13억명쯤 되지요. 전세계 인구가 70억명 조금 더 넘으니깐,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 6명 중에 1명은 중국 사람인 셈이네요.

사람은 많은데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후진국이었어요. 경제가 덜 발전됐다는 거지요. 사람은 많은데 경제는 덜 발전되다 보니 인건비가 매우 쌌겠지요?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건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물건을 매우 값싸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 기업들도 앞다퉈 중국에 공장을 세워 물건을 만들 정도이니까요. 여러분이 잘 아는 미국 애플의 ‘아이폰’도 실은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답니다.

중국은 이처럼 값싼 물건을 많이 만들어 밖에다 내다 파는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해왔어요. 이제는 경제 규모가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크죠. 곧 미국마저 앞지른다고 해요. 다른 나라에 물건을 내다 팔기 시작한 게 불과 20여년밖에 되지 않은 점을 떠올리면 중국의 성장 속도는 그야말로 고속열차와 다를 바 없어요.

하지만 어디에나 한계는 있는 법. 수년 전부터 중국의 성장 속도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부정부패와 같이 고속 성장 기간 동안 쌓이고 쌓였던 문제점들이 하나둘 불거지기도 했지요. 생활 수준도 높아지면서 인건비도 많이 뛰어올랐어요.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라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미 10년은 됐어요.

한마디로 중국의 경제 체력이 점점 약해져 왔다는 거죠. 날씨가 아무리 춥더라도 체력만 강하면 감기에 잘 걸리지 않잖아요? 중국은 이제 언제라도 감기에 걸릴 수 있는 상태가 된 거죠. 이때 결정적 한방이 터졌습니다.

2008년에 미국의 은행들이 무너지면서 세계경제에 불경기가 시작됐습니다. 조금 경기가 살아나는가 하면 또다른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아직까지도 불경기는 이어지고 있지요. 얼마 전까지 시끄럽던 그리스 사태도, 조금 더 멀리 2010년 유럽의 재정 위기도 모두 2008년 위기와 무관하지 않아요.

여하튼 세계경제가 장기 불경기에 빠지면서 사람들은 씀씀이를 점차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거지요. 버는 돈이 있어도 당장 쓰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저축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강해지고 지속되면서 중국의 경제 불안이 시작된 거지요. 물건을 내다 팔아서 먹고사는 중국으로선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 않으니 당연히 벌어오는 돈도 줄어들 게 아니겠어요?

‘물건을 적게 만들면 되잖아요?’ 그렇지요. 안 팔리면 적게 만들어야 하지요.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물건을 만들려면 기계도 필요하고 사람도 필요하잖아요. 갑자기 물건이 안 팔린다고 해서 사놨던 기계를 갑자기 팔기도 어렵고 직원을 마구 자를 수도 없어요. 그래서 돈을 잘 벌기 위해선 무엇보다 예측이 중요한 거지요.

그런데 중국은 이 예측을 잘못했어요. 세계적인 불경기가 곧 끝날 줄 알았던 거죠. 경제가 회복될 거라고 생각하고 더 많은 공장을 짓고 기계를 사들였어요. 또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은 집 사고 땅 사며 투기에 열을 올렸지요. 주식도 많이 사서 3년 만에 그 가격이 세배 가까이 뛰어올랐지 뭐예요.

이 때문에 지금 중국의 공장 창고에는 팔리지 않은 물건이 가득하고, 일터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또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과 땅값, 주식값이 추락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지요.

이제 중국 경제가 왜 불안해졌는지, 감기에 왜 걸렸는지 알겠지요? 그 뿌리가 깊고 길어서 감기가 폐렴이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나라들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는 건 중국 정부도 잘 알고 있어요. 지난해부터 대응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요.

일단 ‘돈값’을 뜻하는 금리를 내렸습니다. 사람들이 좀더 싸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한 거지요. 더 많은 돈을 빌려 더 많은 물건을 사거나 과거에 비싸게 빌린 돈을 갚아 나가길 기대한 정책이지요. 아마도 불경기가 더 심해지면 돈값 내리는 정책은 계속 나올 거예요.

정부가 직접 물건을 많이 사겠다는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정부도 기업과 가계와 더불어 경제의 주요한 주체잖아요. 기업과 가계가 물건을 안 사니 정부가 나서겠다는 거예요. 방법은 방치되다시피 하던 시골을 개발하는 거였어요.

사실 중국에는 개발되지 않은 땅이 많습니다. 바다에서 먼 내륙 지방이 그런 곳이죠. 지금껏 개발된 곳은 수도가 있는 베이징 주변이나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 등 바다 인접 지역에 그칩니다.

이런 땅을 개발하기 위해선 사람들도 더 많이 써야 하고 건설 자재 등 여러 물건들도 많이 사야 합니다. 정부도 이런 데 씀씀이를 더 늘리고, 이 과정에 기업들에 돈을 벌 기회를 줘 감기에서 벗어나보자는 게 정부 생각인 거지요.

내년 초까지 중국 중심의 국제기구를 만들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 속에 있습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지리적·정치적으로 가까운 혹은 가깝길 기대하는 주변 국가까지 끌어들여서 개발이 덜 된 지역에 돈을 쏟아부으려 합니다.

최근에는 급기야 환율까지 올렸습니다. 세계가 깜짝 놀랐지요. 중국은 환율은 잘 건드리지 않았거든요. 앞에서 금리 인하를 돈값을 떨어뜨린 것으로 이야기를 했지요? 환율 인상도 비슷합니다.

환율은 다른 나라 돈과 비교한 돈값이에요. 다시 말해 환율 인상은 다른 나라에 견준 자기 나라의 돈값을 떨어뜨린다는 뜻이지요. 중국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3일 동안 잇달아 미국돈(달러)에 견준 중국돈(위안) 값을 떨어뜨렸습니다.

미국돈보다 중국돈이 과거보다 싸지면 해외에 내다 파는 중국 물건값도 떨어집니다. 해외에 물건을 수출하는 기업으로선 더 많은 물건을 팔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지요. 이처럼 환율 인상은 해외에 내다 파는 물건값을 떨어뜨려 더 많이 팔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우리나라돈 1000원을 주면 미국돈 4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해봐요. 그렇다면 우리돈 500원짜리 연필은 미국돈으로는 얼마죠? 그렇죠, 2달러입니다.

그런데 우리돈 값을 떨어뜨려 2000원을 줘야 4달러로 바꿀 수 있게 됐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연필 값은 우리돈으로는 500원 그대로이지만 미국돈으로는 1달러가 됩니다. 미국 사람한테는 똑같은 연필값이 절반이나 싸진 거지요. 아무래도 다른 연필보다는 우리나라 연필을 더 사게 될 겁니다. 중국도 이를 기대해 중국돈 값을 떨어뜨린 거예요.

그럼 이제부터 중국의 감기가 우리에겐 몸살이 된 이유를 살펴봅시다.

일단 우리나라는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수출 의존도가 30%나 되지요. 우리나라가 해외에 내다 파는 물건 10개 중 3개를 중국 사람들이 사고 있다는 뜻입니다.

조금 전에 중국에서도 팔리지 않고 남아도는 물건이 많다고 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 물건까지 사기란 쉽지 않을 거라고 짐작하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닐 거예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수출에 많이 기대어 왔습니다. 수출이 아니라 다른 걸로도 잘 먹고 사는 경제라면 수출이 나빠졌다고 해서 나라 경제 전체가 흔들리지는 않았을 거예요.

요약을 해보면, 중국 경제가 나빠지니 중국에 많이 기대고 있는 우리나라 수출이 나빠지고, 또 수출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 구조 때문에 경제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겁니다. 수출과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우리나라의 숨길 수 없는 약점입니다.

말레이시아나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우리나라보다 중국 경제 불안에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는 나라도 있습니다. 이들 나라가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약점을 갖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우리에게는 없는, 그러나 이들에게는 있는 약점은 이런 겁니다. 이들 나라는 공통적으로 구리나 철 등 원자재를 팔아 먹고사는 나라들입니다. 이러한 원자재를 가장 많이 사는 나라가 바로 중국입니다. 중국은 이들 나라에서 원자재를 사서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들어 이를 다시 다른 나라에 내다 파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왔지요.

그런데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원자재를 사는 양이 줄어들고 앞으로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원자재를 팔아 먹고사는 나라들의 경제가 불안해진 거지요.

이 나라들은 나라 곳간도 튼실하지 않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부가 돈을 풀어서 경제를 살릴 수 있거든요. 나라 곳간이 텅텅 비어 있다면 이런 구실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는 정부가 다른 나라에서 빌린 돈마저 갚지 못하게 되고 또 돈을 빌릴 수 없게 될 수도 있지요. 이런 경우를 가리켜 사람들은 ‘국가부도 사태’라고 부릅니다. 이미 몇몇 나라들은 부도 위기 코앞에까지 갔습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 그 뿌리가 있어요

그러면 지금의 경제 불안은 오로지 중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당사자만의 문제일까요? 아기돼지 3형제의 막내처럼 튼튼한 벽돌집만 지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좀더 뿌리 깊은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뿌리는 스스로의 약점을 제때 치료하지 못한 중국이나 우리나라와 같은 나라에 있는 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 2008년에 미국에 큰 위기가 왔고 그 여파로 2010년에 유럽에도 위기가 발생했다고 말했지요? 여기에 세계경제를 주름잡는 나라 중 하나인 일본은 무려 20년째 불경기에 빠져 있습니다.

경제가 매우 어려워지자, 미국과 유럽, 일본 정부가 취한 조처는 무엇이었을까요? 앞서 중국이 취한 조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돈값을 떨어뜨려 많은 돈을 풀었지요.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이자 은행가는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돈을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지요. 아주 많은 돈이 시장에 흘러들어왔습니다.

이렇게 풀린 막대한 자금은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보다 경제 상황이 좋은 나라에 투자해서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한 사람들이 많았던 거죠.

이런 돈들이 많이 들어간 곳이 바로 중국, 우리나라, 인도네시아, 브라질같이 이번에 큰 충격을 받고 있는 나라의 금융시장입니다.

결국 이렇게 들어왔던 돈들이 중국 등의 경제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순식간에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매우 빠른 속도로 나가다 보니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상품 값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위기를 더 증폭하는 거지요.

돈은 참 무섭습니다. 다른 물건보다 이동이 매우 빨라서이지요. 자동차는 만들고 배에 실어 바다를 건넌 뒤 다시 수입한 나라에서 여러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됩니다. 하지만 돈은 컴퓨터 키보드 한번 두드리는 것으로, 전화 한통 하는 것만으로도 태평양도 건너고 대서양도 건널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을 갖는 돈을 미국과 유럽, 일본이 4~5년간 엄청나게 뿌렸고, 그렇게 뿌린 돈들이 대륙을 순식간에 넘나들면서 불안감을 더욱 키우는 거지요. 이런 점에서 세계는 지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들로 가득 찼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8년엔 미국, 2010년엔 유럽, 2015년엔 그리스와 중국. 그다음은 또 어디가 될까요?

김경락 경제부 기자
김경락 경제부 기자
김경락 경제부 기자 sp96@hani.co.kr

▶김경락 경제부 기자. 세종특별자치시에서 기획재정부를 출입하며 재정·금융 분야를 다루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것만큼이나 알기 쉽게 경제 현상을 소개하는 데 관심이 많다. 쓴 책으로 <내 동생도 알아듣는 쉬운 경제>(사계절)가, 번역한 책으로 <오래된 희망, 사회주의>(메디치미디어)가 있다. 딱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눈높이에서 경제 현상의 이면을 풀어줄 ‘초딩 이코노미’는 한달에 한 번 이상씩 비정기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