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society

[이종석 칼럼] 중산층 몰락 사회의 비극

인서비1 2015. 8. 22. 08:48

         몰락하는 중산층 10장면


사례로 본 2015년 대한민국 현주소

[이종석 칼럼] 중산층 몰락 사회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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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2년 전까지만 해도 A씨(55세)는 중견 금융회사의 부장급 간부였다. 상류층은 아니더라도 스스로 중산층은 된다고 자부했다. 퇴직 후 눈을 낮추면 소소한 일자리는 있겠지 싶었지만, 현실은 전쟁터였다. 재취업은 불가능했다. 중소기업 재무담당 경력채용 공고가 나오면 경쟁률이 금방 수백대 1을 넘었다. 2년여 백수생활 끝에 A씨는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더 이상 놀 수는 없지 않소. 앞으로 살 날이 얼만데..."

[채경옥 칼럼] 2015년 한국, 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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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2


나는 올해 52세다. 작년 연말 퇴직했다. 해외 명문대를 나와 외국계 기업에서 잘나가다가 삼성 임원으로 스카우트됐다. 그때는 삼성, LG, SK,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이 진공청소기처럼 인재들을 빨아들였다. 로봇이니 풍력이니 바이오니 신사업 구상들도 거창했다. 이 분야에 나만 한 스펙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으니 어디서든 연락이 오겠지 했는데 두 달이 지나도록 감감이다. 헤드헌터는 "요즘 구조조정이니 조직 개편이니 알게 모르게 밀려나는 40·50대가 엄청나다"고 했다. 스펙이 좋을수록, 직위가 높을수록 더 힘들다고 했다. '최소한 6개월~1년은 각오하시라'는 말도 덧붙였다. 모르는 이들은 삼성 임원을 오래 했으니 최소한 먹고살 걱정은 없겠다고 하지만 기러기 생활 8년째다. 쉰두 살부터 놀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고 애들 대학 졸업시켜 장가 보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사례3


나는 1963년생이다. 외국계 기업을 두세 군데 옮겨다니며 20년 넘게 관리회계 업무만 했다. 서류를 낼 때마다 나이가 많다고 난색이다. 눈높이 낮추라고 해서 부장, 팀장급으로도 지원했다. 구직 사이트에 이력을 올려놓으면 제일 먼저 연락오는 게 보험회사다. 사무실 제공, 월 100만원 기본급을 준다. 그나마 성과를 못 내면 잘린다. 이제 겨우 1년이 지났는데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친구들은 "그래도 와이프가 교사라서 얼마나 다행이냐"고들 하지만 대출 끼고 산 목동 주상복합아파트가 밤마다 목을 죄어온다.

[한국일보] 사교육비, 억대 연봉자도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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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4


그의 연봉은 1억 2,000만원이다. 매월 750만원을 실 수령액으로 받는다. 연봉이 어느 수준인지 영국 디자인에이전시 포크(POKE)사가 운영하는 글로벌리치리스트(globalrichlist.com)에서 확인해보니 전세계 72억 인구 가운데 상위 0.07%에 해당됐다. 시간당 6만2,500원을 벌어들이는 것으로도 나왔다. 전업주부인 아내에 재수생과 고등학교 1학년인 두 아들을 둔 금융회사 김모(49)부장 얘기다. 


(...) 그런 그도 "사교육비 감당하느라 노후계획은 꿈도 꿀 수 없다"고 했다.


(...) 빚은 최근 2년 사이에 급격히 늘었다. 고등학교 1, 2학년 때 공부를 해야 할 이유를 못 찾겠다던 큰 아들이 고3이 되자 뒤늦게 갑자기 마음을 바꿔 공부해보겠다고 나서면서다. 학교에서는 이미 성적이 뒤쳐진 아들을 챙겨줄 시스템이 없었고 결국 사교육에 맡겨야 했다. 김부장은 "매월 국영수 3과목에만 200만원이 넘게 들었다"며 "그때 중학생인 둘째도 학원비로 매월 100만원은 썼다"고 했다.

[한겨레21] 시작된 잿빛 양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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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5


어제까지 그는 평범한 중산층이었다. 이른바 명문대를 졸업해 해운회사에서 6년, 코엑스에서 23년을 근무했다. 내 집도 있고, 두 아이의 학자금은 회사에서 대줬다. 큰 걱정 없이 살았다. 2010년 퇴직 뒤에는 달라졌다. 노후를 책임져줄 벌이가 필요했다. 아내(54)는 평소 꿈이던 커피숍을 해보자 했다. 아들(29)은 군 제대 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탐앤탐스 매장 경험을 쌓았다. 서울 풍납동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받고 퇴직금을 보탰다. 10평 남짓한 커피숍을 차리는 데 권리금 1억6200만원, 보증금 4800만원 등 총 2억8천만원이 들었다. 건물 1층 부동산 주인은 "재건축은 걱정하지 마라. 5년이고 10년이고 장사해도 된다"고 장담했다. 2011년 7월, 라떼킹 강남역점이 문을 열었다.


꿈은 2년 만에 깨졌다. 2013년 6월 말, 건물주는 재건축을 이유로 가게를 비워달라고 통보했다. 엄씨가 거부하자 건물주는 명도소송을 냈다. 1년여의 법정다툼 끝에 법원은 2014년 9월25일까지 가게를 건물주에게 넘기지 않으면 강제집행하겠다는 계고장을 보내왔다. 2014년 10월 어느 날 법원 집행관과 용역 직원 등 10여 명이 들이닥쳤다. 아내는 그날 이후 혼자 있질 못한다. 가게 앞에는 '바리케이드'처럼 컨테이너를 갖다놨다. 가게 안에는 간이침대가 놓였다. 엄씨는 지난주 가게에서 밤을 지새웠다.

[주간경향] 빚 내서 집 사지 말고 돈 아껴 저축해야 산다 관련기사 : 주간경향 · [표지이야기]빚 내서 집 사지 말고 돈 아껴 저축해야 산다

#사례6


김지욱씨(가명·45)는 5년 전 대출 2억원을 받아 집을 샀다. 그는 1.5t 트럭으로 물류유통을 하는 개인사업자다. 경기를 많이 타는 일이다. 호황일 때는 잘 벌면 월 1000만원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불황일 때는 200만원도 못 번다. 여기에 공공보험료와 세금, 유류비 등을 제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별로 없다. 


김씨는 2년 전부터 집에 생활비를 갖다주는 것은 고사하고 트럭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퇴직한 사람들이 물류유통으로 유입됐다.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집을 사면서 빌린 빚을 갚는 것이었다. 한 달 150만원씩 갚아나가야 하는데 제때 갚지 못하는 달이 늘었다. 해당 은행은 집을 경매에 넘기겠다고 했다. 집을 포기해야 할까. 집을 포기하게 되면 아내와 아이들은 본가와 처가로 뿔뿔이 흩어져서 살아야 한다. 그것만은 막아보겠다며 김씨는 다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이제 빚 독촉과 압류 협박은 은행만이 아니었다. 우울증까지 앓게 된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다.

#사례7


이기환 / 2009년 KT 퇴직자, 26년 근무 


나레이션: 퇴직 직후 이기환 씨는 퇴직금을 투자해 고물상을 열었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시작한 첫 창업이었다.


PD: 벌이가 어떠셨어요?

이기환씨: 한 달에 평균 40만 원, 50만 원 잡으면 될 것 같아요.


나레이션: 하지만 3년 반 동안 벌이는 커녕 퇴직금 6천만 원이 고스란히 날아갔다. 고물상이 생각만큼 되질 않자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창고에서 먹고자고 했다고 한다.


이기환씨: 별 생각이 다 들지. 죽으려는 생각도 들고, 별 생각 다 들지. 혼자 있으면 또 그렇잖아요. 이 생각도 했다, 저 생각도 들었다가… ‘세상이 왜 이런가, 나는 왜 이렇게 사나’ 이런 생각 많이 하지.


PD: 무엇이 나를 가장 힘들게 하던가요?

이기환씨: 가족밖에 없어요, 가족. 가족이 살아갈 수 없으니까 그게 제일 힘들었던 거죠.


나레이션: 3남매의 아빠이자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 못한 것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헤럴드경제] 소비와 경제활력의 '중추'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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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8


경기 분당에 사는 김명직(가명, 49)씨는 20여 년 다니던 증권회사를 지난해 초 그만두었다. 경영난으로 명예퇴직을 당한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여러 회사와 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명문대를 나오고 증권사 요직을 지낸 경력으로 곧 새 일자리를 잡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재취업 시장의 칼바람은 생각보다 매서웠다.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으나 이젠 저축했던 돈도 바닥이 나면서 자동차를 팔 생각까지 하고 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딸, 고등학생이 된 아들, 아내와 함께 했던 해외여행이나 외식은 꿈도 꾸지 못한다. 동반 퇴직한 옛 동료들과 가끔 만나 쓴 소주로 마음을 달래보지만 대부분 길거리를 떠도는 신세다. 회사에 남은 동료들도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몰라 몸을 사리고 있다.

#사례9


서울시 성북구의 A뉴타운 지역에 사는 김진영(55) 씨는 지난 1년간 자신에게 닥친 생활의 변화가 지금도 잘 믿기지 않는다. 김씨는 지난해 봄, 다니던 회사를 나왔다. 세 달 전에는 소유하고 있던 34평형 아파트를 팔고 24평형 낡은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갔다.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퇴직 초기, 김씨는 아침마다 아내의 손을 잡고 집 근처 체육공원으로 테니스를 치러 다녔다. 주말에는 쏘나타 승용차를 직접 운전해 교외 나들이도 즐겼다. 꿀맛 같은 여유를 맛보는 것도 잠시, 얇아진 가계 수입을 불평하던 아내 임씨(53)가 인근 프랜차이즈 스테이크 가게에 취업하게 되면서 김씨가 기대했던 행복한 노후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점심과 저녁 밥상 차리기, 집안 청소, 쓰레기 버리기 등 익숙하지 않은 집안일이 김씨의 차지가 돼버렸다. 집에 있기 싫어서 작은 체인점 창업을 해볼까도 고민해봤지만 창업자의 절반이 3년 안에 망한다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는 생각을 접었다. 몇 달 뒤, 취직에 목을 매던 큰아들이 그 어려운 관문을 뚫고 기업체 입사시험에 합격했다. 아들이 사귀던 여자친구와 결혼 날짜까지 잡게 되자 신혼집 전세 비용을 마련해주는 일이 발등의 불이 됐다. 


김씨 부부는 밤잠을 안자고 궁리하던 끝에 살고 있던 34평형 아파트를 팔기로 하고 인근 부동산에 급매물로 내놓았다. 분양 당시만 해도 중산층을 위한 맞춤형 아파트라며 프리미엄까지 붙었던 아파트는 그새 인기가 추락해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2010년 입주 당시 4억8천만 원까지 올랐던 아파트는 4억2천만 원에 내놓았는데도 찾는 이가 없었다. 


김씨는 결국 13층의 전망 좋은 34평형 아파트를 시세보다 1천만 원 싸게 내놓고 나서야 겨우 매수자를 만날 수 있었다. 집을 판 돈에서 전세금을 제외한 차액과 퇴직금 일부를 더해 아들의 신혼 전셋집을 겨우 마련해준 뒤로는 기름값과 보험료라도 아끼자는 아내의 성화에 김씨는 주말이면 사용하던 자동차마저 중고차 시장에 내다팔았다. 


퇴직 이후 1년여 동안 내핍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어느 정도 살 만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던 김씨의 자신감도 차츰 무너져갔다. “중산층은 무슨? 그저 밥이나 굶지 않고 사는 것을 다행으로 알고 살아야지. 경기가 없어 아파트 값도 떨어지고 아들 장가보내느라 집까지 팔고 보니 그동안 무얼 하고 살았나 싶었어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전셋집도 있고 퇴직금이 남아 있지 않느냐”고 되묻자 그는 “나중에 딸 시집 보내려면 전세금 빼내서 월세로 살든지 남은 퇴직금까지 다 털어야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사례10


서울 송파구의 주상복합아파트에 사는 한상준(42) 씨 부부가 그런 경우다. 올해 결혼 10년차로 두 아이를 둔 한씨 부부는 맞벌이를 해서 한 달 수입이 700만 원쯤 된다. 하지만 매달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다. 아파트 대출금 이자로 150만 원, 두 자녀의 교육비로 꼬박 150만~200만 원이 들어간다. 


한씨의 아내는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대학교 졸업 때까지 자녀 1명을 교육하는 데 1억~2억 원이 투자돼야 한다는 극성 아줌마 부대의 말을 듣고 나서는 남는 돈은 교육비에 쓰려고 모아두고 있다고 한다. 그가 유별난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40대 연령층 가구의 소득 가운데 14%가 교육비로 지출됐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요즘 부모들은 자녀에게 올인하는 게 대세다.


하지만 한씨 자신은 정작 자녀에 대한 교육보다 아내와 아이들과 자연을 찾거나 가족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에 더 목말라 한다. 그는 “내일 모레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된다고 하는데 삶의 여유를 누리지 못하고 사는 데 무슨 선진국이고 중산층이냐?”고 반문했다. 남보다 소득이 많다고 해도 제대로 삶의 질을 누리지 못하고 살고 있다는 불만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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