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환경

캠퍼스에서 빗물, 인분, 음식쓰레기가 새롭게 태어난다

인서비1 2015. 7. 25. 19:40

캠퍼스에서 빗물, 인분, 음식쓰레기가 새롭게 태어난다[연재기획] 에코 캠퍼스 ④ 자원순환형 캠퍼스강민규 기자l승인2005.11.08l수정2006.

<연 재 순 서>   
① 관악 생태지도 
② 녹색소비 캠퍼스  
③ 차없는 캠퍼스
④ 순환형 캠퍼스
⑤ 에너지 절약형 캠퍼스
⑥ 안전한 캠퍼스 

학교 식당에서 배출된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켜 얻은 질 좋은 유기질 비료를 인근 농장에 공급해주고, 그 대가로 농장에서 생산된 농작물을 싼 값에 식당에서 쓸 수 있다면? 인분을 처리할 때 많은 양의 물을 쓰는 대신 발효시킬 때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위의 모습들은 ‘자원순환형 캠퍼스’의 예로, 모두 불가능한 이야기들이 아니다. 이미 학교 밖 일부 지역에서 상용화되고 있는 만큼 기술적으로 무리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폐기물을 최대한 재활용하고 자연적으로 분해 가능한 상태로 생태계에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원순환형 캠퍼스는 서울대가 인근지역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덮어쓰고 있는 상황에서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 물

올해 2분기 서울시에서 가장 높은 액수를 기록했던 서울대 환경개선부담금의 85.8%가 수질부담금이었다. 용수 사용량 증가에 대처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빗물 활용을 들 수 있다. 건물지붕에 떨어져서 홈통을 타고 내려온 빗물을 건물 지하에 설치된 빗물저장조에 받아서 청소용수, 조경용수 등으로 활용하는 빗물이용시설은 이미 학교 안 신축건물들에 설치되고 있다. 2004년 4월부터 대학원 기숙사에 200톤 규모로 설치된 빗물처리시설은 현재까지 2천톤의 수돗물 절약효과를 내고 있다. 버들골에도 10톤 규모로 설치된 빗물저장조가 청소용수와 산불방지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빗물이용연구센터 소장 한무영 교수(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는 “빗물이용시설을 통해 활용되는 용수는 매우 깨끗하고, 대학원 기숙사 빗물이용시설에서 보듯 유지관리비도 전혀 들지 않는다”며 “신축건물 뿐 아니라 기존 건물에도 빗물이용시설 설치가 전면적으로 확대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세식 화장실의 수자원 낭비에 대해서도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똥은 자원이다』의 저자 전경수 교수(인류학과)는 “수세식 화장실 1회 이용 시 10~13리터의 물이 소모될 뿐만 아니라, 물에서는 인분이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인위적인 분해를 위해 투입돼야 하는 화공약품은 수질오염을 낳는다”고 말했다. 현재 학교 내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인분은 교내 136개소의 정화조에서 처리되고 있다. 전 교수는 “음식물이나 낙엽 등 다른 유기물과 인분이 함께 발효될 수 있는 발효조를 정화조 대신 설치하면, 축산단지에서처럼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메탄가스를 에너지로 활용하고 퇴비는 농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음식물

교내 식당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수거업체들이 일괄적으로 수거해간 후 가축사료나 비료로 재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 근처나 교내에 유용미생물군(Effective Microorganisms:EM)을 활용한 발효조를 설치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더 위생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발효를 통해 더 질 좋은 퇴비를 생산할 수 있다. 효모, 유산균, 광합성 세균 등 사람에게 유익한 미생물들로 구성된 EM을 활용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에 비해 발효 과정에서 영양분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은주 교수(생명공학부)는 “EM을 활용한 음식물 쓰레기 발효조는 제주시 등지에서 이미 운용되고 있다”며 “서울대에서도 충분히 운용할 수 있지만 공간 부족이 문제라면 지역사회와 연계해 관악구 내에 발효조 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분리수거

자원 재활용을 위해 쓰레기 분리수거는 필수적이지만, 많은 쓰레기들이 분리배출되지 않아 환경미화원들이 다시 일일이 분리수거하는 경우가 많다. 쓰레기를 분리배출해야 할 학내구성원들의 의식부족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분리수거 시스템 자체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환경동아리  대표 김수진씨(산림환경학과ㆍ03)는 “분리수거가 잘 되려면 한 장소에 쓰레기통이 최소 6개 정도는 필요하지만 교내 쓰레기통들은 종류가 적으며, 관리전담기구도 없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규 기자  scv2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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