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edu

교장제도 개선

인서비1 2014. 7. 13. 10:29
"경기교육 혁신을 위한 교원 승진제 혁신의 방향"

현행 교원 승진제도는 수업이나 생활지도에 충실하기보다는 장학사 경력이나 승진 가산점 확보를 위해 힘을 쏟게 만들어 학생들에게 소흘해지며, 근평을 매개로 지시하고 통제하는 학교 체제를 만들어 창의적 교육활동과 민주적 학교운영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이 높다. 더구나 현행 교원 승진제도는 그저 막연히 교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운용되고 있을 뿐 교장 적임자를 뽑기 위한 타당성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교장직 수행에 필요한 자질과 직무에 대한 분석도 없고, 교장자격을 부여하는 연수 자체의 적실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존재한다. 

‘2급 정교사-1급 정교사-교감-교장’의 교원 승진제가 명문화되고, 그 승진 요건으로 자격연수를 받아야한다는 원칙이 명문화 된 것은 1953년 교육공무원법 제정과 더불어다. 그러나 자격연수 대상자 선정(승진) 방법이 구체적으로 규정된 것은 1964년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시다. 이때부터 자격연수 대상자 선정을 위한 평정자료로 경력, 근무성적, 연수성적(연구대회, 학위), 가산점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 기존의 연공서열 문화에 더해 소숫점 아래 네째자리에 이르는 각종 점수와 가산점들이 무수하게 가지치기 하며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이 평정요소들은 객관성과 타당성에 문제가 있는 지표들이며 앞에 언급한 바처럼 그간 교육현장의 질곡이 되어왔다. 교육적 필요가 아닌 가산점을 위해 사업을 만들어 일상적 수업의 부실화를 초래하거나, 자의적 근평으로 존경받지 못하는 교감과 교장이 탄생하여 리더십의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그 대표적 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인사 적체 해결을 목표로 1991년 교장 4년 임기제 및 중임제를 도입하는 것 외에는 그 기본 골격이 큰 틀의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다.

1998년 교장 공모제가 도입되었으나 대부분 기존 교장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운용하여 교장의 임용방법에 일부 변화를 가져왔을 뿐 승진제 자체에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임기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2011년 승진열을 분산시킨다는 명분으로 수석교사제가 도입되었으나 그 역할과 지위의 적합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며 행정관리(Management) 경로와 교수(Instruction) 경로로의 승진제 이원화의 효과도 명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한편 교감을 거쳐 일단 교장이 되면 별 이변이 없는 한 8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교장은 교사와 달리 수업을 하지 않아도 되고, 명예와 지위가 보장된다. 일제시절 일본인 교장이 조선인 교사와 학생을 감시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집중시켜 놓은 교장의 권한도 그대로 존속되어 제도적으로는 말 그대로 '절대 권력'을 누릴 수 있다. 외국처럼 명예와 지위와 더불어 일이 많아지게 만드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낮아도 초등교장 직업 만족도가 다른 유수의 직업군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서울신문 2012.03.21)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이러다보니 승진은 힘든 교사생활에서 벗어나 그저 편하기 위한 탈출구로만 여겨지는 편향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그리고 이러한 교장직의 특성은 다시금 과도하고도 왜곡된 승진열로 이어져 학교 현장을 다시금 더욱 황폐화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승진제와 교장상은 밀접한 연관을 맺고 맞물려 있다. 따라서 교육현장의 주된 모순 중 하나인 교원 승진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교장의 직무 및 권한을 아우르는 새로운 교장상에 대해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 거기에 걸맞는 승진제 정비 모색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교장직에 관한 두 가지 관점 - 국내 사례와 해외 사례>

학교장직을 보는 관점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교장직을 최고경영자(CEO)로 보는 관점이다. 책임자이자 의사결정자로서의 학교장의 전문성은 수업을 하는 교사의 전문성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보는 것이다(박상완, 교육행정전문직으로서 교장직 정립을 위한 교장임용제도 개혁, 2004). 단위학교 책임경영제의 사조와도 부합한다는 이 주장에 의하면 일반 교원의 승진과 교장의 임용을 하나로 묶은 현행 교장 임용제도는 문제가 있는 것이며 교장직은 보직이 아닌 자격이므로 종신제가 원칙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행 임기제로 인해 정년퇴임 시기를 맞추기 위한 교장의 고령화, 원로교사 발생시 전문성의 문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대되는 것이 교장을 'head teacher'로 보는 관점이다. 이중 대표적인 것은 2001년 전교조가 대의원대회에서 핵심사업으로 채택한 바 있는 교장선출보직제론이다(안승문, 교장선출보직제 도입을 위한 기초 연구, 2004). 참여와 자치에 기반을 둔 시민사회의 발달이라는 시대적 변화와도 조응한다는 이 주장에 의하면 교장은 한 사람의 훌륭한 교육자이자 학교공동체의 구심점으로서의 지위를 갖되, 다만 교육활동 전반에 걸쳐 특별한 책임을 지는 존재이다. 따라서 임기동안 교장 보직을 수행한 뒤 다시 평교사로 돌아오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관료주의와 권위주의를 탈피해 민주적 협치에 바탕을 둔 학교의 교육적 본질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장직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쪽의 경우 교장직은 경영 및 관리적 측면을 강조하는 비지니스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 유럽쪽 교장들의 경우에는 수석교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체적으로 3년 이상의 교직 경력이 있으면 교사, 행정가, 교육과정전문가, 카운슬러, 사서 등의 다양한 직위에서 교장이 된다. 대부분 대학원에서의 과정 이수를 통해 학교장 자격을 취득한다. 미국 교장의 실제 활동 분석 자료를 보면, 교장은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교육과정과 장학), 인사(평가, 조언, 협의회, 충원), 학교관리(기획, 예산, 사무), 교육청 관계업무(회의, 보고), 지역사회 교류(사친회 등), 학생행동지도(기강, 출석)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최근 들어 CEO형 경영 마인드와 혁신적 리더십을 강조하는 추세가 강하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유럽에서도 영국이 이러한 흐름에 동조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유럽의 독일에서는 교장에게 수업능력(대개 주당 4~6시간, 초등은 10시간), 교직원회 운영능력, 학교법에 기반한 학교행정 조직관리능력, 지도자로서의 능력이 요구된다. 이렇듯 교장의 ‘교육자’(교사)로서의 성격이 강조되는 가운데 특히 베를린이나 브레멘 등지에서는 교장이 전체교사회의에서 투표로 선출된다. 독일 외에도 영국,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등지에서도 교감이나 교장이 관리직 고유의 업무 외에도 정규 수업이나 학생상담을 맡는 경우가 많다(한국교육개발원, OECD 학교장 리더십 개선 국제비교 연구, 2006). 장인정신(Meisterlehrer)에 의하여 교장은 우선 교사여야 한다는 문화적 풍토가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교원 승진제 혁신하기>

현재 지자체 차원에서 교원 승진제를 개혁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장의 임명권자는 대통령이고 '교육공무원승진규정' 같은 국가차원의 각종 법령과 지침에 의해 아주 세세하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의 질곡이 되고 있는 승진제의 폐해와 한계를 극복하고, 일부 교장들의 무사안일과 전횡을 막으며, 더 나아가 21세기형 교육체제로의 학교 혁신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교원 승진제에 대해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비록 한계는 있으나 현행 체계 안에서도 교장 중임 평가 같은 요소는 제대로 운영할 수 있으며, 최소한 새로운 교장상을 모색해갈 수는 있다.

먼저 교장 중임 평가를 보면, 건강, 관리능력(경영실적평가), 비위 여부 등에 의해 중임을 제한할 수 있게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교장 원감 임기제실시업무처리지침), 그간 형식적으로 봐주기식으로 운영되어 왔던 측면이 농후하다. 따라서 중임평가위를 제대로 구성하고, 형식적이던 경영실적 평가를 실질화하여 학생 교사 학부모 등의 아래로부터의 피드백이 가능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적어도 교사와 학생에게 "애완견 털을 깎인다던가"(한겨레 2011.10.26), “니 속옷 안이나 들여다봐라” 성희롱과 폭언을 일삼는(파이낸셜뉴스 2011.10.11) 중임 심사를 버젓이 통과한 부적격 교장들이 나타나는 일만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그저 누리는 것이 아닌, 솔선수범과 민주적 정당성을 통해 집단지성에 바탕을 둔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새 교장상을 모색할 수도 있다. 물론 교장의 직무가 행정가인가 교육자인가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기는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전자에 치우쳐 있는 것이 현실이고, 따라서 후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교사의 직무와 교장의 직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주장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교사는 수업만 하며 기획, 조정하는 능력이 필요 없는가? 교육기획이나 교육과정 재구성, 학생자치와 동료교사와의 협의 과정은 자연스런 리더십 훈련 과정이 아닌가?

따라서 학교장에게 일정시간의 수업을 하게 하거나, 최소한 미국처럼 문제학생을 상담 지도하는 일이라도 맡긴다면 교육 중심으로의 학교혁신에 기초가 될 것이다. 이는 교실현장의 분위기 파악과 학생 이해를 학교 운영의 기초로 삼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며, 휘하 후배 교사들에게 교육을 통해 모범을 보이고 우수한 교육력을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전수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수업하기 싫어 승진을 꿈꾸는' 일부의 잘못된 풍토에도 경종을 울릴 수 있게 되며, 교원 승진체제 개편의 방향과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줄 것이다. '수업하는 교장상'이 정립된다면, 당연히 승진체제가 수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장이 일반교사와 똑같은 수업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창의적 체험활동이 되었든 정규 교과가 되었든 관리자들이 주 3~5시간(하루 한시간 이내) 정도의 수업을 진행하는(물론 시험도 출제하고, 교원평가도 받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업무가 많다면 기존에 과도하게 집중되었던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고 분산하면 될 일이다. 사실 지금도 사회발전에 따라 학교에 요구되는 일이 계속 늘어나고 복잡해져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이렇게 현장의 교사들에게의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것(업무처리구조의 분권화)은 교사들의 자연스러운 리더십 훈련과정인 동시에 최고의 현장성 강화 방책이기도 하다.

현행 교육법상 교장의 임무는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 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므로 법적으로도 문제는 없다. 또한 혁신학교의 교장선생님 중에는 이미 이렇게 수업을 담당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하니, 시행 불가능한 몽상적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학교 현장의 많은 부조리의 근원이 되고 있는 교원 승진제의 개편은 지자체 차원에서 수행하는 데 한계가 많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일은 아니다. 현행 체계 안에서도 교장 중임 심사를 실질화하여 소극적으로나마 부적격자를 걸러낼 수 있으며, 보다 적극적으로는 혁신 교육에 걸맞는 새로운 교장상의 정립을 모색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승진을 위해 ‘노력’한 이들의 신뢰 보호(기득권 보호) 차원에서만 논의되던 교원 승진제 개편은 보다 폭넓고도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경기교육연구소 소식지 5호, 2014.07.07)

 

사진: "경기교육 혁신을 위한 교원 승진제 혁신의 방향"

현행 교원 승진제도는 수업이나 생활지도에 충실하기보다는 장학사 경력이나 승진 가산점 확보를 위해 힘을 쏟게 만들어 학생들에게 소흘해지며, 근평을 매개로 지시하고 통제하는 학교 체제를 만들어 창의적 교육활동과 민주적 학교운영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이 높다. 더구나 현행 교원 승진제도는 그저 막연히 교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운용되고 있을 뿐 교장 적임자를 뽑기 위한 타당성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교장직 수행에 필요한 자질과 직무에 대한 분석도 없고, 교장자격을 부여하는 연수 자체의 적실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존재한다. 

‘2급 정교사-1급 정교사-교감-교장’의 교원 승진제가 명문화되고, 그 승진 요건으로 자격연수를 받아야한다는 원칙이 명문화 된 것은 1953년 교육공무원법 제정과 더불어다. 그러나 자격연수 대상자 선정(승진) 방법이 구체적으로 규정된 것은 1964년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시다. 이때부터 자격연수 대상자 선정을 위한 평정자료로 경력, 근무성적, 연수성적(연구대회, 학위), 가산점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 기존의 연공서열 문화에 더해 소숫점 아래 네째자리에 이르는 각종 점수와 가산점들이 무수하게 가지치기 하며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이 평정요소들은 객관성과 타당성에 문제가 있는 지표들이며 앞에 언급한 바처럼 그간 교육현장의 질곡이 되어왔다. 교육적 필요가 아닌 가산점을 위해 사업을 만들어 일상적 수업의 부실화를 초래하거나, 자의적 근평으로 존경받지 못하는 교감과 교장이 탄생하여 리더십의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그 대표적 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인사 적체 해결을 목표로 1991년 교장 4년 임기제 및 중임제를 도입하는 것 외에는 그 기본 골격이 큰 틀의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다.

1998년 교장 공모제가 도입되었으나 대부분 기존 교장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운용하여 교장의 임용방법에 일부 변화를 가져왔을 뿐 승진제 자체에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임기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2011년 승진열을 분산시킨다는 명분으로 수석교사제가 도입되었으나 그 역할과 지위의 적합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며 행정관리(Management) 경로와 교수(Instruction) 경로로의 승진제 이원화의 효과도 명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한편 교감을 거쳐 일단 교장이 되면 별 이변이 없는 한 8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교장은 교사와 달리 수업을 하지 않아도 되고, 명예와 지위가 보장된다. 일제시절 일본인 교장이 조선인 교사와 학생을 감시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집중시켜 놓은 교장의 권한도 그대로 존속되어 제도적으로는 말 그대로 '절대 권력'을 누릴 수 있다. 외국처럼 명예와 지위와 더불어 일이 많아지게 만드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낮아도 초등교장 직업 만족도가 다른 유수의 직업군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서울신문 2012.03.21)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이러다보니 승진은 힘든 교사생활에서 벗어나 그저 편하기 위한 탈출구로만 여겨지는 편향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그리고 이러한 교장직의 특성은 다시금 과도하고도 왜곡된 승진열로 이어져 학교 현장을 다시금 더욱 황폐화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승진제와 교장상은 밀접한 연관을 맺고 맞물려 있다. 따라서 교육현장의 주된 모순 중 하나인 교원 승진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교장의 직무 및 권한을 아우르는 새로운 교장상에 대해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 거기에 걸맞는 승진제 정비 모색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교장직에 관한 두 가지 관점 - 국내 사례와 해외 사례>

학교장직을 보는 관점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교장직을 최고경영자(CEO)로 보는 관점이다. 책임자이자 의사결정자로서의 학교장의 전문성은 수업을 하는 교사의 전문성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보는 것이다(박상완, 교육행정전문직으로서 교장직 정립을 위한 교장임용제도 개혁, 2004). 단위학교 책임경영제의 사조와도 부합한다는 이 주장에 의하면 일반 교원의 승진과 교장의 임용을 하나로 묶은 현행 교장 임용제도는 문제가 있는 것이며 교장직은 보직이 아닌 자격이므로 종신제가 원칙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행 임기제로 인해 정년퇴임 시기를 맞추기 위한 교장의 고령화, 원로교사 발생시 전문성의 문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대되는 것이 교장을 'head teacher'로 보는 관점이다. 이중 대표적인 것은 2001년 전교조가 대의원대회에서 핵심사업으로 채택한 바 있는 교장선출보직제론이다(안승문, 교장선출보직제 도입을 위한 기초 연구, 2004). 참여와 자치에 기반을 둔 시민사회의 발달이라는 시대적 변화와도 조응한다는 이 주장에 의하면 교장은 한 사람의 훌륭한 교육자이자 학교공동체의 구심점으로서의 지위를 갖되, 다만 교육활동 전반에 걸쳐 특별한 책임을 지는 존재이다. 따라서 임기동안 교장 보직을 수행한 뒤 다시 평교사로 돌아오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관료주의와 권위주의를 탈피해 민주적 협치에 바탕을 둔 학교의 교육적 본질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장직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쪽의 경우 교장직은 경영 및 관리적 측면을 강조하는 비지니스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 유럽쪽 교장들의 경우에는 수석교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체적으로 3년 이상의 교직 경력이 있으면 교사, 행정가, 교육과정전문가, 카운슬러, 사서 등의 다양한 직위에서 교장이 된다. 대부분 대학원에서의 과정 이수를 통해 학교장 자격을 취득한다. 미국 교장의 실제 활동 분석 자료를 보면, 교장은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교육과정과 장학), 인사(평가, 조언, 협의회, 충원), 학교관리(기획, 예산, 사무), 교육청 관계업무(회의, 보고), 지역사회 교류(사친회 등), 학생행동지도(기강, 출석)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최근 들어 CEO형 경영 마인드와 혁신적 리더십을 강조하는 추세가 강하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유럽에서도 영국이 이러한 흐름에 동조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유럽의 독일에서는 교장에게 수업능력(대개 주당 4~6시간, 초등은 10시간), 교직원회 운영능력, 학교법에 기반한 학교행정 조직관리능력, 지도자로서의 능력이 요구된다. 이렇듯 교장의 ‘교육자’(교사)로서의 성격이 강조되는 가운데 특히 베를린이나 브레멘 등지에서는 교장이 전체교사회의에서 투표로 선출된다. 독일 외에도 영국,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등지에서도 교감이나 교장이 관리직 고유의 업무 외에도 정규 수업이나 학생상담을 맡는 경우가 많다(한국교육개발원, OECD 학교장 리더십 개선 국제비교 연구, 2006). 장인정신(Meisterlehrer)에 의하여 교장은 우선 교사여야 한다는 문화적 풍토가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교원 승진제 혁신하기>

현재 지자체 차원에서 교원 승진제를 개혁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장의 임명권자는 대통령이고 '교육공무원승진규정' 같은 국가차원의 각종 법령과 지침에 의해 아주 세세하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의 질곡이 되고 있는 승진제의 폐해와 한계를 극복하고, 일부 교장들의 무사안일과 전횡을 막으며, 더 나아가 21세기형 교육체제로의 학교 혁신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교원 승진제에 대해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비록 한계는 있으나 현행 체계 안에서도 교장 중임 평가 같은 요소는 제대로 운영할 수 있으며, 최소한 새로운 교장상을 모색해갈 수는 있다.

먼저 교장 중임 평가를 보면, 건강, 관리능력(경영실적평가), 비위 여부 등에 의해 중임을 제한할 수 있게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교장 원감 임기제실시업무처리지침), 그간 형식적으로 봐주기식으로 운영되어 왔던 측면이 농후하다. 따라서 중임평가위를 제대로 구성하고, 형식적이던 경영실적 평가를 실질화하여 학생 교사 학부모 등의 아래로부터의 피드백이 가능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적어도 교사와 학생에게 "애완견 털을 깎인다던가"(한겨레 2011.10.26), “니 속옷 안이나 들여다봐라” 성희롱과 폭언을 일삼는(파이낸셜뉴스 2011.10.11) 중임 심사를 버젓이 통과한 부적격 교장들이 나타나는 일만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그저 누리는 것이 아닌, 솔선수범과 민주적 정당성을 통해 집단지성에 바탕을 둔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새 교장상을 모색할 수도 있다. 물론 교장의 직무가 행정가인가 교육자인가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기는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전자에 치우쳐 있는 것이 현실이고, 따라서 후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교사의 직무와 교장의 직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주장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교사는 수업만 하며 기획, 조정하는 능력이 필요 없는가? 교육기획이나 교육과정 재구성, 학생자치와 동료교사와의 협의 과정은 자연스런 리더십 훈련 과정이 아닌가?

따라서 학교장에게 일정시간의 수업을 하게 하거나, 최소한 미국처럼 문제학생을 상담 지도하는 일이라도 맡긴다면 교육 중심으로의 학교혁신에 기초가 될 것이다. 이는 교실현장의 분위기 파악과 학생 이해를 학교 운영의 기초로 삼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며, 휘하 후배 교사들에게 교육을 통해 모범을 보이고 우수한 교육력을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전수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수업하기 싫어 승진을 꿈꾸는' 일부의 잘못된 풍토에도 경종을 울릴 수 있게 되며, 교원 승진체제 개편의 방향과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줄 것이다. '수업하는 교장상'이 정립된다면, 당연히 승진체제가 수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장이 일반교사와 똑같은 수업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창의적 체험활동이 되었든 정규 교과가 되었든 관리자들이 주 3~5시간(하루 한시간 이내) 정도의 수업을 진행하는(물론 시험도 출제하고, 교원평가도 받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업무가 많다면 기존에 과도하게 집중되었던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고 분산하면 될 일이다. 사실 지금도 사회발전에 따라 학교에 요구되는 일이 계속 늘어나고 복잡해져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이렇게 현장의 교사들에게의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것(업무처리구조의 분권화)은 교사들의 자연스러운 리더십 훈련과정인 동시에 최고의 현장성 강화 방책이기도 하다.

현행 교육법상 교장의 임무는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 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므로 법적으로도 문제는 없다. 또한 혁신학교의 교장선생님 중에는 이미 이렇게 수업을 담당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하니, 시행 불가능한 몽상적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학교 현장의 많은 부조리의 근원이 되고 있는 교원 승진제의 개편은 지자체 차원에서 수행하는 데 한계가 많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일은 아니다. 현행 체계 안에서도 교장 중임 심사를 실질화하여 소극적으로나마 부적격자를 걸러낼 수 있으며, 보다 적극적으로는 혁신 교육에 걸맞는 새로운 교장상의 정립을 모색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승진을 위해 ‘노력’한 이들의 신뢰 보호(기득권 보호) 차원에서만 논의되던 교원 승진제 개편은 보다 폭넓고도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경기교육연구소 소식지 5호, 2014.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