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항
- 김선우
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막배 떠난 항구의 스산함 때문이 아니라
대기실에 쪼그려 앉은 노파의 복숭아 때문에
짓무르고 다친것들이 안쓰러워
애써 빛깔 좋은 과육을 고르다가
내 몸속의 상처 덧날 때가 있다
먼곳을 돌아온 열매여
보이는 상처만 상처가 아니어서
아직 푸른 생애의 안뜰 이토록 비릿한가
손가락을 더듬어 심장을 찾는다
가끔씩 검불처럼 떨어지는 살비늘
고동소리 들렸던가, 사랑했던가
가슴팎에 수십 개 바늘을 꽂고도
상처가 상처인줄 모르는 제웅처럼
피 한방울 후련하게 흘려보지 못하고
휘적휘적 가고 또 오는 목포항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보다는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기를
떠나간 막배가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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