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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한국도 일본처럼 교육붕괴”

인서비1 2012. 8. 20. 11:43

[이사람] “이대로 가면 한국도 일본처럼 교육붕괴”
등록 : 2012.08.16 19:48

‘스승은 있다’ 한국어판 출간한 우치다 다쓰루

‘스승은 있다’ 한국어판 출간한 우치다 다쓰루

일, 입시경쟁 치닫다 학교 시장화로
도피하는 젊은 세대 ‘하류지향’ 예측
“목적없는 진짜 배움의 스승 찾아야”

“시장에서 쇼핑하듯 교육하는 한국에서도 곧 학력 저하 등 교육 붕괴가 일어날 것입니다. 그 전에 진짜 배움을 위한 스승을 찾아야 합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식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우치다 다쓰루(62·사진) 전 고베여자학원대학 교수(종합문화학)는 한국 교육현실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저서 <스승은 있다>(민들레 펴냄) 한국어판 발간에 맞춰 15일 한국을 찾은 우치다는 “30년 전 ‘4당5락’이라는 말이 유행하며 끔찍한 입시전쟁을 겪었던 일본은 이후 학교가 교육을 판매하는 시장이 되면서 심각한 학력 저하를 겪고 있다”며 “역시 고등학교 입학 단계부터 심각한 입시경쟁을 겪고 있는 한국도 한계점에 도달하면 같은 위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우치다는 구조적으로 약자를 양산하는 사회에서 공부와 노동으로부터 도피하는 젊은 세대의 출현을 짚어낸 <하류지향>, ‘일본은 중심이 되고자 하는 변경’이라는 주장을 펼친 <일본변경론> 등의 책을 써 일본의 대표 지성으로 평가받았다.

우치다는 “일본에서는 이미 교육의 시장화로 교육이 붕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는 교육상품을 판매하는 시장이고, 공부를 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화폐로, 화폐를 들여 사는 교육상품의 가치는 고액 연봉·일류대 입학 등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느냐에 따라 평가된다”고 지적한 그는 “그러다보니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교육상품과 교육자에 대해선 등을 돌리는 현상이 심해져, 결국 교육의 황폐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문부성에서 ‘글로벌 인재 육성’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는데 ‘경쟁을 통해 돈을 더 많이 버는’ 글로벌 인재는 진짜 교육을 통해선 효율적으로 양성될 수 없어요. 결국 문부성에서 학교의 시장화를 강요하고 있는 거죠.”

우치다는 ‘교육의 시장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배우는 청년들이 스승이 있다고 믿고 배우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진짜 배움이란 ‘배우기 전과 달라지는 과정’이지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이번 책 <스승은 있다>에서도 그는 ‘스승과 교육은 기성품이 아니며,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면 진짜 스승은 어디에나 있다’는 메시지를 청년들에게 전한다.

30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다 지난해 봄 정년퇴임한 우치다는 고베시에서 일종의 마을학교인 ‘개풍관’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에서는 6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합기도를 배우고, 인문학 강좌를 들으며 ‘목적 없는 배움’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교육이 황폐해지자 제도권 밖에서 배움을 회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