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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의 반란…농촌 고교생 세 영역 '만점'

인서비1 2009. 12. 13. 07:13

공교육의 반란…농촌 고교생 세 영역 '만점'

연합뉴스 | 입력 2009.12.13 06:03

 
가평고 이용재군 "과외요, 컴퓨터학원 한번이 다예요"
(가평=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언어와 외국어는 학교 수업 잘 들었고요. 수학은 예습한 뒤 학교 수업시간에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분으로 공부했습니다"

'학원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경기도 가평군의 농촌학교, 가평고등학교 3학년 자연계열 이용재(19) 군이 2010학년도 수능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영어) 영역 모두에서 만점을 받아 주목받고 있다.

이군은 내신 성적도 우수해 수시모집으로 11일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했다.
올해 수능 3개 영역의 문항을 다 맞혀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수험생은 모두 68명.
68명 안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이군은 사교육이 아닌,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공교육과 본인의 노력이 맞물리며 이 같은 성과를 내 사교육이 판을 치는 대입 시험에서 '공교육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평군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이 곳에서 자란 이군은 처음부터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껏 다녀본 학원이라곤 컴퓨터 학원이 유일하다.

그런 이군이 기숙형 공립고등학교인 가평고에 오면서부터 우수 학생들을 깊이 있게 가르치는 심화학습을 중심으로 사교육 못지않은 학교의 체계적인 지원 아래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

가평군 하면에 있는 이군의 집과 가평읍에 있는 학교까지 꽤 먼 거리지만 기숙사가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이군은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자는 시간을 빼고는 대부분 학교에서 수업 듣고 공부했다"며 "학원 교육이나 과외는 한 번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이군의 일과를 보면 1∼2학년 때는 오전부터 오후 5시까지 학교에서 수업 듣고 기숙사로 돌아와 오후 10시까지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하는 영어.수학 심화수업을 들으며 기초를 다졌다.

3학년 때는 수업이 끝나면 학교 교실에 남아 오후 11시까지 자습했다.
이군은 "내신과 수능이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학, 과학, 언어, 외국어 모두 수능 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내신에 임했다"고 말했다.

수학의 경우 교과서와 참고서로 예습한 뒤 수업 시간에 설명을 들으며 이해한 내용을 보완해 나갔고,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해설을 보지 않고 아는 선에서 풀려고 노력했다.

영어는 1∼2학년 때 단어가 3천∼5천개씩 수록된 단어집을 외우고, 3학년 때는 문제를 풀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모아뒀다 암기했다. 문법은 학교 수업과 심화수업으로 해결했다. 단어와 문법이 되니 독해는 자연스럽게 잘 됐다.

수능이 끝난 지금은 논술 지도도 학교에서 받고 있다.
이군의 담임인 가평고 신인균 교사는 "학교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면 아이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2000년대 이전까지는 성적이 우수한 중학생들이 가평군 밖으로 빠져나가는 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일도 줄었다"고 말했다.

가평고는 2001년부터 학년당 우수학생 5명을 뽑아 방과후 특수반을 운영한 결과 이듬해 20년만에 처음으로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한 이후 매년 1∼2명 배출하고 있으며 2003년에는 기숙사를 지어 학년당 10명씩 우수학생을 육성하고 있다.

2008년 9월엔 기숙형 공립학교로 지정돼 내년 2월에는 135명 정원의 새 기숙사가 완공될 예정이다.

gatsb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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