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돈천 - 쇠소깍 하천트래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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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돈천... 우리나라 최남단 제주도, 제주도 내에서도 최남단의 하천인 이곳은 알려질 대로 알려진 제주에서도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오지에 속하는 곳으로, 남들이 가보지 못한 미지의 곳을 탐험하고픈 욕망을 지닌 이들이 한번 즈음 도전해 볼 만한 곳이다.
효돈천은 한라산 정상에서 발원하여 서귀포쪽으로 내려오는 하천을 말하며 아름다운 절경으로 소문난 돈내코지역도 이 하천의 일부에 포함된다. 효돈천 역시 제주의 다른 하천들과 마찬가지로 비가 오지 않는 때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乾川)이다. 제주의 하천들이 거의 건천인 까닭은 제주의 지형지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제주도의 지표를 구성하고 있는 현무암과 송이는 물을 저장할 능력이 없으니 제주에 내린 비들은 지표면에서 현무암과 송이를 투과하여 바로 지하에 고여 지하수가 된다. 그리고 그 지하수는 해안가에서 용출하게 되니 그것이 용천수.
하여 효돈천은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여름에도 물길을 걱정 하지 않고 트래킹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
이번 효돈천 트래킹 여정은 효돈천의 하류에 속하는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쪽에서 시작하여 효돈천의 끝인 숨은 비경으로 유명한 '쇠소깍'까지였다.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오로지 원시상록수림과 정적만이 숨쉬고 있는 이곳에서는 기침소리마저도 조심스러워진다.
(위 사진의 오른쪽 상단 귀퉁이 끝을 보시라. 효돈천 트래킹 중 찍은 약간 흔들린 사진인데... 마치 작은 숲의 요정이 나무가지에 걸터앉아 외인의 침입을 경계하고 있는 듯한 형상이지 않은가? ^^)
시작도 끝도 없는 듯 이어진 마른 계곡길을 기계적으로 걷다 자칫 큰 일을 당할 뻔 하였다.
마른 계곡길은 길은 갑자기 끊어졌고, 그 밑은 천길 낭떨어지였다. 앞을 보지 않고 조금만 더 전진했다면... 정말 아찔했던 상황...
그러나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본 수십미터의 높이의 절벽은 정말 신비하기 이를데 없다.
절벽 위의 무성한 상록수림이 하늘을 두텁게 가리니, 이곳에서는 대낮이라도 빛은 줄기로 내려와 예기소의 수면위에서 은빛으로 부서진다.
예기소~! 이 신비로운 절벽의 이름으로 이곳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어려있다고.
고려시대... 서울에서 내려온 검마관을 대접하기 위하여 제주의 관리가 큰 잔치를 베풀었다 한다. 대대로 제주의 말은 나라에서 철두철미하게 관리를 하였기에 제주 목사마저도 말고기는 숨어서 몰래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니 검마관의 위세가 얼마나 당당했겠는가? 제주의 관리는 그 검마관의 유흥을 위해 이곳 절벽의 양쪽에 줄을 매달아 기생으로 하여금 재주를 부리게 했는데, 그 줄 위에서 춤을 추던 기생이 발을 헛디뎌 그만 추락하여 사망했다고. 그때부터 이곳은 예기소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작은 돌맹이 하나를 예기소에 툭 던져본다...
한참 후에서야... '찰랑'하는 소리가 은빛으로 퍼진다...
비가 왔다면 호수를 이루고 있을 하천의 바닥은 대부분 이처럼 바닥을 드러내 놓고 있다...
예기소와 같은 수십미터의 절벽이 계속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하는 효돈천 트래킹...
하여 이곳은 솔직히 노약자를 동반한 트래킹이나 홀로 트래킹을 할 만한 장소는 아니다.
안전로프등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깍아지는 듯한 절벽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
화산폭발과 풍화작용이 이뤄놓은 거대한 물길 속을 거닐다보면 그저 자연의 위대함에 고개만 숙여질 뿐이다.
이곳 효돈천은 희귀 식생의 보고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바쁜 트래킹 일정 때문에 식생을 세심히 관찰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나방 한마리의 완벽한 위장술 앞에... 거대한 자연의 풍화작용이 빚어놓은 절벽 못지 않은 감동을 느끼다.
한고비를 넘기면 또다시 등장하는 수십미터 절벽의 구비구비~
저 화강암과 지면 사이의 간극은 사람의 키를 넘고도 남을 정도다.
만약 비가 왔다면 거대한 폭포의 장관을 이룰 듯...
이 인적없는 트래킹에서 유일하게 만난 인간의 흔적 - 둥근 돌탑하나... 조약돌로 생긴 수면 위의 파문처럼 번지는 작은 감동 하나...
용암이 물결처럼 흐르다 그대로 굳어버린 듯한 독특한 형상의 절벽이 있는가 하면...
사람의 옆모습을 닮은 듯한 바위까지...
마치 내가 한줄기 물길에 그저 흘러내리는 나뭇잎처럼 구비구비 걷다 보면... 마침내 효돈천의 끝 쇠소깍에 다다르게 된다.
예로부터 쇠소깍에는 전설 하나가 내려온다.
이곳 쇠소깍을 지나다 돌을 던지거나 떠들면 용왕님이 화를 내어 폭풍우를 일으켰을 뿐더러, 그 해엔 흉년이 들었다고.
그러나 이 전설을 알지 못하는 이들도 어쩐지 이 쇠소깍의 물빛을 접하면 숙연해질 정도로...
이 깊고 푸른 쇠소깍의 물빛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항상 고요를 강요하는 마력이 있다.
('쇠소깍'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쇠소깍을 품어안은 효돈마을의 옛 이름 '쇠둔'에서 첫자를 따왔고, 연못을 의미하는 '소'에다 , 제주 방언에서 끝을 의미하는 접미사 '깍'이 붙어서 만들어졌다 한다.)
쇠소깍 한켠에는 '테우'라는 좀처럼 보기 드문 제주 전통의 뗏목을 만나볼 수 있다.
이 테우는 뗏목을 가리키는 제주도 방언으로, 우리나라 선박의 원형으로 간주되는 중요한 유물이란다.
통나무 10여개를 엮어서 만든 이 테우는 만드는 과정도 단순할 뿐더러, 선체가 수면에 밀착되어 심한 파도에도 엎어지지 않고 안전하며, 해초등을 바로 건져내어 배에 싣기도 편리했으니, 원시적인 선박 형태라 하나 제주지역에서는 최근까지도 명맥이 이어져왔고.
모터보트처럼 짜릿한 속도의 쾌감은 느낄 수 없지만, 이 느릿느릿한 원시배 '태우'를 타고 쇠소깍 깊은 물길을 왕복하는 일은 어쩐지 깊은 전설 속을 유영하는 듯한 색다른 매력이 있다.
한데 트래킹 내내 마른 바닥을 드러내었던 효돈천이 그 끝인 이곳 쇠소깍에 이르면 왜 수량이 급속이 늘어나는 것일까?
제주에 내린 비는 현무암과 송이에 걸러져 땅 밑에 고여 지하수가 되고, 그 지하수는 바닷가에서 용출하니 그것이 용천수.
이곳 효돈천의 끝 쇠소깍에선 사시사철 18도 내외의 용천수가 나오고 있다 한다. 해서 차가운 겨울에도 이곳 쇠소깍의 수온은 다른 곳보다는 따스하다고.
그리고 제주의 담수와 푸른 바다가 만나는 곳도 이곳 쇠소깍.
한라산에 내린 비의 일부는 효돈천 물길을 따라 바다와 만나고, 지하에 고인 물 역시 효돈천 끝 쇠소깍에서 품어져 나와 결국 바다와 조우한다. 이곳은 이번 하천 트래킹의 궁극의 장소이기도 했다...
트래킹 후 피곤한 몸을 검은 갯벌에 뒹글린 후... 바다속으로 뛰어들다... 그 시원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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