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society

교장이 먼저 뇌물요구.."교육계 왜 이러나"

인서비1 2009. 7. 21. 17:39

교장이 먼저 뇌물요구.."교육계 왜 이러나"

연합뉴스 | 입력 2009.07.21 15:57 | 수정 2009.07.21 16:17 |




현금착복에 향응까지..'도덕불감증'
(인천=연합뉴스) 정묘정 기자 = "아이들에게 양심과 도덕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학교에 운동기구를 납품하게 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기 지역 교사와 교직원 25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되면서 교육계의 '도덕 불감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업체 측에 금품을 먼저 요구하거나 음식점.술집 등에서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더 충격을 주고 있다.

21일 경찰 관계자가 전한 이들의 행태는 교육계의 부패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기도 모 초등학교 교장 A 씨는 그 대표적인 경우.
A 씨는 운동기구 납품 가능성을 타진하는 판매직원에게 "납품하게 해주면 내게 무엇을 줄 것이냐"라며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

"이왕이면 현금으로 달라"라는 '주문'까지 잊지 않았던 A 씨는 결국 현금 300만 원을 받아챙겼지만, 지금까지도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초등학교 교장 B 씨는 185만 원짜리 고급 러닝머신을 자택으로 배달받아 사용했고, 모 중학교 행정실장 C 씨는 현금 300만 원에 더해 56만 원 상당의 향응까지 받았지만, 이들 역시 혐의 축소나 부인에 급급하다는 후문이다.

더 큰 문제는 학교 측에 각종 기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들 사이에서 이런 '리베이트'가 이미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수사를 담당한 방종수 인천지방경찰청 수사5팀장은 "학교에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뇌물을 안 주면 학교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라면서 "교육계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방 팀장은 이어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발뺌에 급급하고, 자백마저도 계산적으로 하는 교사들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꼈다"라면서 "교육자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이 같은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경찰에 적발된 교사 등에 대해 내부 감사를 벌여 중징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의 '청렴의무 위반 처리기준'은 부정한 청탁과 함께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교직원을 해임이나 파면하도록 하고 있다.

m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