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좋은글

비는 저 홀로 울고 있었다 /(宵火)고은영

인서비1 2009. 7. 12. 14:27


메마르고 까칠한 그의 입술이
비정한 미소와 함께 차갑게 움직였다

한 떼의 구름 들이 몰려오고
혼돈이 안개 늪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천근의 무게로 다가오던
시리기만 한 두꺼운 띠를 두르고....



"나는 단 한 번도 그 무엇도
어느 누구도 사랑을 해 본 일이 없었다"



짧은 순간에 추락하던 진통 사이로
비는 스치는 바람의 말을 듣고 있었다
너무나 당당하게 바람은 말했다



가슴으로 운다는 것은 얼마나 처량한 일인가
그 숱한 조우 속에도
하나가 될 수 없음을 절감하는 일



언제나 그랬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바람은 비가 될 수 없고
비는 바람이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비는 저 홀로 울고 있었다



밤이 새도록.......


비는 저 홀로 울고 있었다 /(宵火)고은영


● Giovanni Marradi - Secr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