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edu3(인간의 발달)

인간의 뇌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프랜시스 젠슨

인서비1 2019. 2. 15. 07:28

#10대의_뇌
#프랜시스_젠슨 
"우리 애 머릿 속에 한 번 들어가 보면 좋겠다. 도대체 어떤 악마가 들어있는지" 를 의학적으로 실천한^^ 두 아이를 기른 미국의 신경과 의사가 쓴 책이다.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일목요연하게 쓰여져 편하게 잘 읽힌다.

'10대의 뇌' 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세 가지다. 
이마엽, 편도체, 그리고 가소성.
#이마엽 은 말 그대로 '이마'와 가까운 가장 앞 쪽 부분으로 절제와 이성을 관장하는데, 이 부분이 그만! 두뇌의 각 영역 중 가장 나중에! 발달한다고 한다. 인간의 뇌는 뒤에서부터 앞쪽으로 시냅스가 연결되며 발달하는데, 청소년기까지는 20% 정도가 미연결 상태라고. 10대 때는 성과 분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 까지만! 발달한다는군... 이마엽이 발달하지 않아 다른 뇌 영역이 더 극단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성인보다 편도체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그러니까 당신의 아이가 미친 것이 아니라,
'뇌'가 그렇게 생겨먹었다고 ㅎㅎ

청소년기 남여의 차이도 이 '이마엽과 편도체'가 그 열쇠를 쥐고 있다. 13세 이전까지는 여성이 남성보다 이마엽까지의 시냅스 연결이 더 풍부하고, 편도체는 남성보다 18개월이나 먼저 발달한다는군. 그러니까, 여동생 혹은 옆집 딸래미와 비교해서 당신의 아들을 구박하고 쪼아대지 말라는 의사의 부탁이다.
'뇌'가 그렇게 생겨먹었다니까...ㅠㅠ

그러나, 이 이마엽이 비극만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시냅스가 연결이 안 되어 있어서 조현병등 정신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성인보다 낮다는군^^

세 번째 키워드 #가소성 이 우리가 가장 염두에 둘 지점이다. 
가소성. plasticity. 변화가능성. 
뇌에서 계속 시냅스를 연결하고 있어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므로(이마엽 연결은 20대 초반 경, 백질까지 완성은 30세) 변화 가능성이 큰 것이 10대의 뇌.
저자는 청소년의 음주나 흡연이 성인보다 더 해로운 이유를 이 가소성 개념을 들어 설명한다. 뇌 내부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해서 자극으로 얻을 수 있는 쾌락에 대한 보상추구 충동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반면, 역설적으로 이 모든 '이마엽과 편도체의 비극'이 영구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바로 '가소성'이다. 변하니까^^

변할 수 있는 시기이므로, 변화를 활성화시켜야 뇌가 발달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려면 자유롭게 '활성화' 되어야겠지. '쥐' 조차 자유롭게 놀게 두었더니 미로 실험을 더 잘 통과하더라고 한다. '자극과 경험의 양'이 뉴런의 양을 늘리고 시냅스를 연결시키는데 관건이라고. 
그러니까, 아이들이 '자극과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이 두뇌발달의 첩경이라는 뜻. 그렇게 하자, 쫌! 우리 아이들이 최소한 쥐보다는 더 잘하지 않겠나!

이 맥락에서 저자는 영국이나 독일 등에서 행해지는 '10대 초반의 진로 결정' 을 우려한다. 그 나라들에선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인문계로 가서 대학에 진학할 지, 실업계로 가서 취업을 할 지 여부를 상당히 어릴 때(영국은 11세, 독일은 심지어! 초4!!!) 결정하는데, '가소성' 입장에서 보면 어불성설인 것이다. 이 점에 나도 강하게 동의한다. 내가 독일교육에 심드렁한 결정적인 이유.

그리고, 알고 있었으나 알지 못했던(?) 팁 하나.
인간은 유아기에는 '아침형'이다가 청소년기엔 '저녁형'이 되고, 성인이 되면 다시 '아침형'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휴일 아침 늦잠 자는 부모를 깨우는 꼬마들과 밤 10시만 되면 눈이 감기는 중년들, 그 시간부터 말똥말똥해지는 '도깨비' 들이 모두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자는 동안 뇌가 학습 내용을 저장하므로 의학적으론! 청소년기엔 9시간 15분 수면을 권장하는데(지구상에 매일 그 정도 시간을 자는 청소년은 없을 테지만), 아이의 뇌는 '저녁형'이므로 등교시간을 1시간 가량 늦추는 실험을 했더니 학습 효과가 상승했다고 한다. 몇년 전 방송 프로그램이었던 #0교시_없애기 프로젝트가 단지 '아침밥' 뿐만 아니라 뇌에도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의 #9시_등교 정책에 심드렁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저자는 책의 끝 무렵에 "10대에게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관련 재판에서 전문가로서 견해를 피력하는 활동도 활발히 하는 것으로 보이고. 바로 위에서 얘기한 10대 뇌의 '가소성' 때문이다. 도덕적으로 반성하고 개과천선할 것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뇌'가 그렇게 생겨먹어서!!!
변할 수 있으니까.

10대는 '작은 어른'이 아니라, 독자적인 특징을 가진 생명체라는 것을 잊지 말자는 것이 의사이자 부모이자 성인인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그러나, '외계인'도 아니라고 ㅎㅎ

신경과학적 지식과 더불어 의사이자 부모인 저자가 겪은 다양한 임상 사례가 적시에 소개되어 활용 범위가 넓으니 일독을 권한다.

이미지: 텍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