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edu2(비고츠키)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인서비1 2018. 1. 8. 16:42

도전하는 김에 그간 자주 손이 덜 간 분야 책 한 권을 선택했다. 분류 주체에 따라 인문/심리분야에도 속하고, 과학분야에도 들어가는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이다. 이제까지 마음은 마음대로 정의해온 게 사실이다. 당연히 마음의 작동 방식 역시 마음대로 해석하고, 그대로 통용되었다. 스티븐 핑커는 그 빈 자리를 치고 들어가 무려 960여 쪽에 달하는 벽돌책 하나를 우리 앞에 내놓았다. 지금은 상식처럼 인식되지만, 마음과 뇌는 별개라는 통념을 깨고 스티븐 핑커는 “마음은 뇌의 활동”이라고 역설한다. 또한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마음이 변한다’는 우리 옛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마음은 여러 개의 모듈 즉 마음 기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모듈은 이 세계와의 특정한 상호작용을 전담하도록 진화한 특별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심리학자이자 인지과학자답게 스티븐 핑커는 마음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진화했는지, 특히 자연선택에 의해 인간의 마음이 어떤 변천과정을 거쳤는지 소상하게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삶의 궤적을 나눠야 하는 추석 연휴. 각 사람의 마음이 어디서 발현되고 표출되는가를 알고 싶다면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가 제격이다. 


인간의 좌표를 새롭게 물은 <돈의 철학> 

이제까지도 그랬지만, 마지막 도전자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다. 분량부터 남다르다. 무려 1100쪽 가까운, 하지만 분량만큼이나 내용의 함량도 충실한 독일 철학자 게오르그 짐멜의 <돈의 철학>이다. <돈의 철학>은 출간 시기를 알아야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다. 이 책은 1900년 출간되었는데, 이제 막 자본주의는 세계를 집어삼킬 준비를 마친 때였다. 돈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가능케 할 희망과도 같았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돈의 위력 앞에 절망해야 하는, 이를 테면 소외된 사람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아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때 게오르그 짐멜은 화폐경제에 대한 비판을 넘어 자본주의 비판의 깃발을 든다. 일단의 비평가들은 짐멜이 “더 나아가 문화 비판 또는 시대 비판”을 가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세기말의 암울함 혹은 새로운 세기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던 시기, 짐멜은 <돈의 철학>을 통해 인간의 좌표를 새롭게 물었다. 짐멜이 일갈한 대목이다. “돈은 어떻게든 무차별화되고 외화(外化)되는 모든 것에 대한 상징이자 원인이다. 그러나 돈은 또한 오로지 개인의 가장 고유한 영역 내에서만 성취될 수 있는 가장 내면적인 것을 지키는 수문장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돈은 개인적인 것이면서도 사회적인 산물로 인간의 삶, 즉 문화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당연히 객관 문화라고 일컫는 ‘물질문화’와 주관 문화라고 불리는 ‘정신문화’가 돈이라는 하나의 사물에 깃들 수밖에 없다. 짐멜은 과거 돈이라는 상징을 통해 정신문화가 쇠퇴하고 물질문화가 득세하는 세상, 즉 돈과 영혼이 결합한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을 <돈의 철학>을 통해 전개한다. 100년도 더 전에 출간된 책이라고 낡은 생각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짐멜이 예견한 물질문화가 승한 세상은 오늘 우리 시대에 더 심각해졌다. 

어디 읽을 만한 벽돌책이 이뿐이겠는가. <젠틀 메드니스> <축의 시대> <광기와 문명>은 물론 고래학 교과서로도 손색없는 <모디빅>을 더 언급하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모쪼록 추석 연휴에는 벽돌책이 아니라도 책 한 권쯤은 읽고 지나가야 할 일이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709261430451&code=115#csidx60cf84ae1a37414ad6fa5838e6bb2e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