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평균연령 낮을수록 문 대통령 지지 높아… 지역구도 영향은 줄어
역대 대선에서 판세를 점치는 주요 풍향계는 지역과 세대였다. 특히 전통적으로 동서 지역구도의 영향이 컸다. 이번 대선에서도 대구·경북은 구여권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우세가 두드러졌지만,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이탈이 뚜렷해지면서 과거보다는 지역의 영향이 줄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서울에서 굳건한 보수 표밭을 상징했던 강남 3구도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다. 민주당 출신 후보가 강남 3구에서 모두 이긴 것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반면 지난해 4·13 총선에 이어 세대투표 경향은 더 강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19대 대선의 유권자 수는 4243만2413명으로 18대 대선보다 196만7000여명이 늘었다. 이 중 20~30대 유권자 수는 지난 대선보다 줄어든 반면, 50대 이상의 장년층은 늘어났다.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후보에게, 장년·노년층은 보수 후보에게 표를 던져온 것을 고려한다면 고령화 사회는 진보성향 후보와 정당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 통설이었다. 이 통설은 이번 대선에서 어떻게 작용했을까.
부울경 이탈·강남 3구도 문 대통령 선택
역대 대선 중 최대 표차 당선. 이 압도적인 승리의 배경에는 전국적으로 20~40대의 탄탄한 지지가 있었다.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은 20대부터 50대까지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20대에서는 47.6%, 30대에서는 56.9%, 40대에선 52.4%의 지지를 얻었다. 이들 세대에서 지지율 2위를 기록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격차도 각각 29.7%포인트, 38.9%포인트, 30.2%포인트로 컸다. 전체 득표율로 따지면 2위를 기록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0대에서는 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도 밀린 꼴찌로 유일하게 한 자릿수(8.2%) 지지를 받았고, 30대에서도 다섯 명의 유력 후보 중 4위(8.6%)에 그쳤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60대에서 24.5%의 지지를 받은 반면, 홍 후보는 45.8%로 1위를 기록했다. 70대에선 격차가 더 벌어져 홍 후보가 50.9%로 1위, 문 대통령은 안 후보(22.7%)에게도 뒤진 22.3%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세대투표 경향은 전국의 득표율 지도에서 ‘붉은 섬(홍준표 지지 우세)’으로 표현됐던 대구·경북(TK)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대구·경북에서도 평균연령이 낮은 지역일수록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타난 반면, 평균연령이 높은 지역일수록 홍 후보에게 표가 쏠렸다. 역대 대선에서 대구·경북 지역이 세대보다는 지역투표 경향성이 강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일례로 평균연령이 가장 낮은 경북 구미시의 경우 문 대통령을 지지한 비율이 25.5%로 대구·경북 지역 중 가장 높았다. 심상정 후보를 지지한 비율도 6.53%로 대구·경북 지역 중 최고치였다. 구미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지역으로 전통적으로 구여권의 ‘텃밭’으로 인식돼 왔다. 반면 평균연령이 55.3세로 가장 높은 경북 의성군의 경우 홍준표 후보에게 63.3%의 지지를 보냈고, 문 대통령의 득표율은 14.3%에 그쳤다.
세대별로 지지 후보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단순히 ‘머릿수 대결’로만 따지면 문 대통령이 불리한 구도였다. 앞서 언급한 선관위의 유권자 수 집계에 따르면 20~30대 유권자(19세 포함)는 5년 전 대선보다 58만명가량 적은 1489만6291명이었다. 비율도 감소해, 18대 대선에서는 20대 유권자가 18.1%, 30대가 20.1%를 차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각각 17.5%, 17.6%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60대 이상 유권자의 비중은 18대 20.8%에서 19대 24.4%로 늘어났고, 숫자 역시 1034만2391명으로 1900만명가량 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5년 뒤인 2032년 대선에서는 유권자 10명 중 4명이 60대 이상이 되고, 그로부터 15년 뒤인 2047년 25대 대선에선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이 될 전망이다. 빨라진 고령화의 결과다.
이렇듯 세대별 유권자 규모에 투표율 차이까지 고려한다면, 세대선거는 곧 보수에 유리한 게임이라는 것이 이제까지의 관측이었다. 이 관측이 이번엔 깨졌다. 여론분석 전문가인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이번 대선의 기본적인 특징은 탄핵 대선”이라며 “보수세력이 위축되고 지지의 명분 역시 약화되면서 보수의 ‘마지막 보루’라고 여겨지는 60대 이상, 안보 보수의 지지만 남았다. 세대 대결이 투표자 중간세대를 기점으로 양분된 것이 아니라 60~70대 가장 고령층만 제외하고 50대 이하가 동질적인 경향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보다 높아진 젊은층 투표율도 영향을 미쳤다. 문 대통령 지지성향이 강한 20~40대의 ‘적극 투표’가 그의 승리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선관위가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2차 유권자 여론조사 결과 20~40대의 ‘적극 투표 의향’은 전체 평균(86.9%)을 모두 웃돌았다. 특히 30대의 적극 투표 의향 답변은 응답자의 91.2%로 가장 높았고,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답변이 가장 낮은 집단은 60대(80.8%)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지난 대선과 비교해봐도 20~30대의 적극 투표 의향은 20대 이하가 12.7%포인트, 30대가 19.4%포인트 뛰었다. 반면 60대의 적극 투표 답변은 18대 대선 91.5%에서 19대 80.8%로 10.7%포인트가량 주저앉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유력 보수 후보가 없던 전례 없는 대선이었던 만큼 이들 세대의 투표 의지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후보의 독주가 뚜렷했던 17대 대선에서 20~30대의 투표율이 낮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수에게 유리한 ‘세대투표’ 깨졌다
과거 대선에서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투표율도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했다. 18대 대선에서 세대별 투표율은 20대 68.5%, 30대 70.0%, 40대 75.6%, 50대 82%, 60대 이상 80.9%였다. 그보다 앞선 17대 대선에서도 비슷했다.
당시 20대 투표율(19세 포함)은 46.6%로 전체 투표율 63.0%를 크게 밑돌았다. 때문에 높은 투표율은 진보성향의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정설이 생겼다. 높은 투표율은 젊은층의 적극 참여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고, 이는 진보 쪽에 더 유리한 상황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77.2%. 지난 18대 대선(75.8%)보다는 다소 높지만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세 번의 대선(13대, 14대, 15대)보다는 낮은 수치로, 80%의 벽을 깨지는 못했다. 다만 15대 대선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번 대선 투표율에는 사전투표의 영향이 컸다. 사전투표에서도 젊은층의 높은 투표율이 확인됐다.
사전투표에서 20대(19세 포함)의 투표율이 23.9%로 60대 이상의 20.2%를 앞질렀다. 세대 특성상 20대는 학업 등으로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경우가 많아 사전투표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풀이되지만, 촛불정국을 거치며 젊은층의 선거에 대한 관심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컸던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점은 50대의 변화다. 가장 치열한 접전이 50대에서 일어났다. 과거 선거에서 50대는 확고한 보수 유권자로 분류됐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캐스팅보터’로 불리기 시작했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대는 문재인·안철수 지지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이다 대선 당일 출구조사에서는 50대의 36.9%가 문재인 대통령을, 26.8%가 홍준표 후보를, 25.4%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해 3파전 양상이 뚜렷했다.
이 역시 18대 대선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18대 대선 출구조사에서 나타난 50대의 박근혜 당시 후보 지지율은 62.5%. 문재인 당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37.4%로 그 격차가 1.7배에 달했다. 사실상 50~60대의 결집이 ‘박근혜 시대’를 만들어낸 셈이다. 60대의 ‘몰표’보다는 덜한 수준이지만 50대를 보수성향으로 불러도 무리가 없었다. 그로부터 약 4년. 전문가들은 50대의 분화를 특정 세대의 진입에서 찾는다. 이른바 ‘386세대’의 50대 진입이다. 1960년대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니며 민주화운동에 대한 집단 경험이 남아있어 정치적으로 비교적 진보에 가깝다고 평가됐던 이 세대가 어느덧 50대로 편입한 것이다. 이상일 대표는 “민주화운동을 경험했거나 그 시기 청년기를 보낸, 산업화 세대인 과거의 50대와는 다른 성향의 50대가 등장했다”면서 “이 세대 자체를 진보성향으로 보기는 힘들지만 안정감, 합리성 등의 가치와 민주적 절차를 모두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386세대가 점차 나이 들어감에 따라 보수화가 진행되는 ‘연령 효과’가 존재하지만, 이 보수화가 이전의 산업화 세대에 비해 강하지 않은 ‘세대 효과’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연령 효과(age effect)란 나이가 들수록 안정 지향·보수화 등 사고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세대 효과(generation effect)는 특정 세대의 집단적 경험에 따라 정치성향이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프랑스의 68혁명 세대가 60대가 되어도 진보적인 성향을 유지하는 것도 세대 효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50대 여론 추이를 분석하면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동의하면서도 문재인 후보가 아닌 다른 대안에도 주목해 끊임없이 지지가 이동하는 탐색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50대가 돌아섰다고 해서 이들 ‘386세대’가 앞으로도 차츰 진보·개혁의 투표 성향을 보일 것이라고 속단할 수 없는 이유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역대 대선에서 판세를 점치는 주요 풍향계는 지역과 세대였다. 특히 전통적으로 동서 지역구도의 영향이 컸다. 이번 대선에서도 대구·경북은 구여권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우세가 두드러졌지만,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이탈이 뚜렷해지면서 과거보다는 지역의 영향이 줄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서울에서 굳건한 보수 표밭을 상징했던 강남 3구도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다. 민주당 출신 후보가 강남 3구에서 모두 이긴 것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반면 지난해 4·13 총선에 이어 세대투표 경향은 더 강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19대 대선의 유권자 수는 4243만2413명으로 18대 대선보다 196만7000여명이 늘었다. 이 중 20~30대 유권자 수는 지난 대선보다 줄어든 반면, 50대 이상의 장년층은 늘어났다.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후보에게, 장년·노년층은 보수 후보에게 표를 던져온 것을 고려한다면 고령화 사회는 진보성향 후보와 정당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 통설이었다. 이 통설은 이번 대선에서 어떻게 작용했을까.
탄핵으로 치러진 19대 대선은 기존의 영호남 지역구도보다 세대 대결 구도가 더 뚜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선일인 5월 9일 전남 강진군 주민이 투표소로 향하는 모습. / 연합뉴스
부울경 이탈·강남 3구도 문 대통령 선택
역대 대선 중 최대 표차 당선. 이 압도적인 승리의 배경에는 전국적으로 20~40대의 탄탄한 지지가 있었다.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은 20대부터 50대까지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20대에서는 47.6%, 30대에서는 56.9%, 40대에선 52.4%의 지지를 얻었다. 이들 세대에서 지지율 2위를 기록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격차도 각각 29.7%포인트, 38.9%포인트, 30.2%포인트로 컸다. 전체 득표율로 따지면 2위를 기록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0대에서는 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도 밀린 꼴찌로 유일하게 한 자릿수(8.2%) 지지를 받았고, 30대에서도 다섯 명의 유력 후보 중 4위(8.6%)에 그쳤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60대에서 24.5%의 지지를 받은 반면, 홍 후보는 45.8%로 1위를 기록했다. 70대에선 격차가 더 벌어져 홍 후보가 50.9%로 1위, 문 대통령은 안 후보(22.7%)에게도 뒤진 22.3%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세대투표 경향은 전국의 득표율 지도에서 ‘붉은 섬(홍준표 지지 우세)’으로 표현됐던 대구·경북(TK)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대구·경북에서도 평균연령이 낮은 지역일수록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타난 반면, 평균연령이 높은 지역일수록 홍 후보에게 표가 쏠렸다. 역대 대선에서 대구·경북 지역이 세대보다는 지역투표 경향성이 강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일례로 평균연령이 가장 낮은 경북 구미시의 경우 문 대통령을 지지한 비율이 25.5%로 대구·경북 지역 중 가장 높았다. 심상정 후보를 지지한 비율도 6.53%로 대구·경북 지역 중 최고치였다. 구미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지역으로 전통적으로 구여권의 ‘텃밭’으로 인식돼 왔다. 반면 평균연령이 55.3세로 가장 높은 경북 의성군의 경우 홍준표 후보에게 63.3%의 지지를 보냈고, 문 대통령의 득표율은 14.3%에 그쳤다.
세대별로 지지 후보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단순히 ‘머릿수 대결’로만 따지면 문 대통령이 불리한 구도였다. 앞서 언급한 선관위의 유권자 수 집계에 따르면 20~30대 유권자(19세 포함)는 5년 전 대선보다 58만명가량 적은 1489만6291명이었다. 비율도 감소해, 18대 대선에서는 20대 유권자가 18.1%, 30대가 20.1%를 차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각각 17.5%, 17.6%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60대 이상 유권자의 비중은 18대 20.8%에서 19대 24.4%로 늘어났고, 숫자 역시 1034만2391명으로 1900만명가량 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5년 뒤인 2032년 대선에서는 유권자 10명 중 4명이 60대 이상이 되고, 그로부터 15년 뒤인 2047년 25대 대선에선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이 될 전망이다. 빨라진 고령화의 결과다.
이렇듯 세대별 유권자 규모에 투표율 차이까지 고려한다면, 세대선거는 곧 보수에 유리한 게임이라는 것이 이제까지의 관측이었다. 이 관측이 이번엔 깨졌다. 여론분석 전문가인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이번 대선의 기본적인 특징은 탄핵 대선”이라며 “보수세력이 위축되고 지지의 명분 역시 약화되면서 보수의 ‘마지막 보루’라고 여겨지는 60대 이상, 안보 보수의 지지만 남았다. 세대 대결이 투표자 중간세대를 기점으로 양분된 것이 아니라 60~70대 가장 고령층만 제외하고 50대 이하가 동질적인 경향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보다 높아진 젊은층 투표율도 영향을 미쳤다. 문 대통령 지지성향이 강한 20~40대의 ‘적극 투표’가 그의 승리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선관위가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2차 유권자 여론조사 결과 20~40대의 ‘적극 투표 의향’은 전체 평균(86.9%)을 모두 웃돌았다. 특히 30대의 적극 투표 의향 답변은 응답자의 91.2%로 가장 높았고,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답변이 가장 낮은 집단은 60대(80.8%)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지난 대선과 비교해봐도 20~30대의 적극 투표 의향은 20대 이하가 12.7%포인트, 30대가 19.4%포인트 뛰었다. 반면 60대의 적극 투표 답변은 18대 대선 91.5%에서 19대 80.8%로 10.7%포인트가량 주저앉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유력 보수 후보가 없던 전례 없는 대선이었던 만큼 이들 세대의 투표 의지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후보의 독주가 뚜렷했던 17대 대선에서 20~30대의 투표율이 낮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수에게 유리한 ‘세대투표’ 깨졌다
과거 대선에서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투표율도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했다. 18대 대선에서 세대별 투표율은 20대 68.5%, 30대 70.0%, 40대 75.6%, 50대 82%, 60대 이상 80.9%였다. 그보다 앞선 17대 대선에서도 비슷했다.
당시 20대 투표율(19세 포함)은 46.6%로 전체 투표율 63.0%를 크게 밑돌았다. 때문에 높은 투표율은 진보성향의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정설이 생겼다. 높은 투표율은 젊은층의 적극 참여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고, 이는 진보 쪽에 더 유리한 상황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77.2%. 지난 18대 대선(75.8%)보다는 다소 높지만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세 번의 대선(13대, 14대, 15대)보다는 낮은 수치로, 80%의 벽을 깨지는 못했다. 다만 15대 대선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번 대선 투표율에는 사전투표의 영향이 컸다. 사전투표에서도 젊은층의 높은 투표율이 확인됐다.
386세대의 진입, 50대의 변화
사전투표에서 20대(19세 포함)의 투표율이 23.9%로 60대 이상의 20.2%를 앞질렀다. 세대 특성상 20대는 학업 등으로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경우가 많아 사전투표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풀이되지만, 촛불정국을 거치며 젊은층의 선거에 대한 관심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컸던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점은 50대의 변화다. 가장 치열한 접전이 50대에서 일어났다. 과거 선거에서 50대는 확고한 보수 유권자로 분류됐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캐스팅보터’로 불리기 시작했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대는 문재인·안철수 지지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이다 대선 당일 출구조사에서는 50대의 36.9%가 문재인 대통령을, 26.8%가 홍준표 후보를, 25.4%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해 3파전 양상이 뚜렷했다.
이 역시 18대 대선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18대 대선 출구조사에서 나타난 50대의 박근혜 당시 후보 지지율은 62.5%. 문재인 당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37.4%로 그 격차가 1.7배에 달했다. 사실상 50~60대의 결집이 ‘박근혜 시대’를 만들어낸 셈이다. 60대의 ‘몰표’보다는 덜한 수준이지만 50대를 보수성향으로 불러도 무리가 없었다. 그로부터 약 4년. 전문가들은 50대의 분화를 특정 세대의 진입에서 찾는다. 이른바 ‘386세대’의 50대 진입이다. 1960년대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니며 민주화운동에 대한 집단 경험이 남아있어 정치적으로 비교적 진보에 가깝다고 평가됐던 이 세대가 어느덧 50대로 편입한 것이다. 이상일 대표는 “민주화운동을 경험했거나 그 시기 청년기를 보낸, 산업화 세대인 과거의 50대와는 다른 성향의 50대가 등장했다”면서 “이 세대 자체를 진보성향으로 보기는 힘들지만 안정감, 합리성 등의 가치와 민주적 절차를 모두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386세대가 점차 나이 들어감에 따라 보수화가 진행되는 ‘연령 효과’가 존재하지만, 이 보수화가 이전의 산업화 세대에 비해 강하지 않은 ‘세대 효과’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연령 효과(age effect)란 나이가 들수록 안정 지향·보수화 등 사고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세대 효과(generation effect)는 특정 세대의 집단적 경험에 따라 정치성향이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프랑스의 68혁명 세대가 60대가 되어도 진보적인 성향을 유지하는 것도 세대 효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50대 여론 추이를 분석하면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동의하면서도 문재인 후보가 아닌 다른 대안에도 주목해 끊임없이 지지가 이동하는 탐색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50대가 돌아섰다고 해서 이들 ‘386세대’가 앞으로도 차츰 진보·개혁의 투표 성향을 보일 것이라고 속단할 수 없는 이유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사회 >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의당의 선거 패배: 몰락하고 있는 사이비진보세력 (0) | 2021.12.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