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4차산업혁명

[IT 칼럼]묵직한 의제로 급부상한 ‘로봇세’

인서비1 2018. 1. 6. 17:18
[IT 칼럼]묵직한 의제로 급부상한 ‘로봇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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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누가 말하느냐가 문제다. 나 같은 범부가 로봇을 도입해 생산성을 늘리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로봇세’를 거두자고 했으면 무슨 말이 돌아왔을까. ‘제정신이 아닌 놈’이라는 소리나 21세기에 무슨 러다이트 운동이냐는 비웃음이 함께 들려왔을 거다.

하지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이런 말을 하자 세계적인 주목과 함께 묵직한 주제로 급부상했다. 빌 게이츠 창업자는 2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QUARTZ)와의 인터뷰에서 “세금 수준을 올리거나 심지어 자동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인간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로봇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가 만든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는 전 세계 최고 소프트웨어 회사 중 하나다. 또 이 회사는 아마존이나 구글, 페이스북 등 경쟁업체를 넘어서기 위해 머신러닝이나 인공지능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당연히 이런 이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니 센세이션을 일으킨 건 당연한 일이다. 잠시 눈을 유럽으로 돌려보자. 1월 12일 유럽연합(EU) 의회는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hood)’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전자인간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킨 유럽 의회지만 로봇세 도입에는 반대했다. 다만 EU 집행부에 로봇 관련 규제를 건의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 azureedge.net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 azureedge.net


이제 세계적으로 로봇세는 심도 있게 논의될 중요한 의제로 부상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인류는 기계의 자동화 확산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놓고 많은 사회적인 갈등을 빚어왔다. 많은 이들이 러다이트 운동을 단순히 기계를 고장내려 한 방직공들의 이상한 행동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별 고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나 기계의 발전으로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증가해 왔다. 자본가들의 수익은 더욱 늘어났지만 노동자들은 없어지는 일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해야 했고, 근무시간이 15시간에 육박해도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온 소시민들에게 자동화는 생존의 문제였다. 투표권도 없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지켜내기도 힘들었다. 그들이 저항은 투표권 획득으로까지 이어지는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단순히 기계를 박살낸 사건으로 기억하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너무나 크다. 

21세기도 한참 지난 현재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환상이 과도하게 넘쳐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명백히 반복적인 작업에서는 인간이 로봇을 따라갈 수 없다. 21세기 러다이트 운동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자동화를 통한 엄청난 생산성 향상, 그리고 그를 통한 자본가의 부의 급증이다. 


올해는 이런 세계적인 격변의 시대를 직면한 우리가 새로운 리더를 선택하는 해라는 점에서 더욱 남다르고 의미도 깊다. 국내에서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서 이런 논의 자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있던 일자리도 없어지는 세상이다. 기술 발전이 국민들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나 로봇세 같은 커다란 의제를 놓고 광범위한 토론이 필요하다. 새로운 리더들은, 아니 우리는 이런 세상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한 번은 물어야 할 시기다.
 
기자는 우스갯소리로 로봇에게 일 시켜서 돈 벌고 평생 놀고 먹었으면 좋겠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그러나저러나 만약에 로봇에게 기사 쓰기를 가르쳐서 내 대신 외고를 쓰게 하면 그 원고료는 누가 가져야 할까? 기자의 밥그릇도 안전하지는 않다. 

<도안구 테크수다 대표>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702280954031&code=116#csidx1d40a584d6b24a4922d70f9e4818a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