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요리

이경은·유창희 교수의 똑똑한 요리교실문어다리 부드럽게 삶기

인서비1 2016. 3. 1. 00:13

이경은·유창희 교수의 똑똑한 요리교실문어다리 부드럽게 삶기 문화일보 | 기자 | 입력 2016.02.24 15:20 | 수정 2016.02.24 15:30


문어는 몸속에 먹물을 갖고 있어 ‘글을 아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이름에 ‘글월 문(文)’자를 썼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글쓰기를 즐기는 양반들은 문어를 좋아했고 집안에 큰 잔치나 귀한 손님이 오면 문어를 먹었다. 특히 친가와 외가를 의미하는 팔족(八族)과 문어 다리가 여덟이라 팔족(八足)동물이라는 단어의 발음이 같아 친척들이 모이는 잔칫날에는 반드시 상에 올렸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문어를 ‘다리가 여덟 개’라는 의미에서 옥토퍼스(octopus)라고 했고, 먹잇감을 붙잡으면 절대로 놓지 않는 모습에 탐욕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했다. 이처럼 어떤 문화에서는 닮고 싶어서 그것을 먹고, 다른 문화에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해 먹기를 꺼린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문어는 살이 단단하고 소화가 잘되지 않아 생으로 먹기보다는 주로 익히거나 말려서 먹는다. 말린 문어는 구워 먹거나 예쁘게 모양을 내어 오리는 문어오림 요리로 만들어 잔칫상에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끓는 물에 삶아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문어숙회나 문어초밥을 만들어 먹는다. 하지만 오징어나 낙지 데치듯이 끓는 물에 단시간 익힌 후 꺼냈다가 살점이 질겨져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문어를 어떻게 삶을 것인가.

우선 외부의 점액 물질과 빨판의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밀가루를 뿌려 빨래하듯 조물조물 주무른다. 밀가루와 같은 전분은 흡착력이 좋아 이물질을 깨끗이 제거해 준다. 이때 소금을 사용하는 이도 있는데 너무 많이 뿌리면 삼투압에 의해 문어 고유의 맛이 빠져나가고 오히려 짜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삶기 전에 준비할 것은 무다. 무는 강판이나 분쇄기에 갈아서 깨끗이 손질한 문어에 넣고 마사지하듯이 잘 문질러 준다. 이렇게 하면 프로테아제라는 무의 단백질 분해효소가 문어 살을 부드럽게 해준다. 다음으로 냄비에 물을 끓이고 여기에 무로 마사지한 문어를 갈아 놓은 무와 함께 넣고 삶는데 무의 단맛과 시원한 맛이 문어 살에 배어 문어가 한층 더 부드럽고 맛이 좋아진다.

더욱이 조직이 단단한 문어는 푹 익을 정도로 오래 삶으면 조직이 파괴돼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삶은 문어는 재빨리 찬물이나 얼음물에 담가 식혀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문어 살점에 남은 열에 의해 문어 살이 단단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고 보면 귀한 문어를 좀 더 맛나고 부드럽게 즐기기 위해서는 끝까지 관심을 기울이는 정성이 필요한 셈이다.

유창희(서울여대 초빙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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