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society

[전미경제학회] 위험한 계급 프리카리아트가 온다

인서비1 2015. 1. 6. 00:57

[전미경제학회] 위험한 계급 프리카리아트가 온다



■ 노동 권위자 스탠딩 교수 제시

중산층 붕괴·불평등 심화 따라

사회화 안된 고립계급 증가 경고

쉽게 분노·극단적 행동 표출 우려

올해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를 가장 뜨겁게 달군 주제는 '불평등'이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산층의 몰락과 빈부격차 심화로 사회·정치적 갈등이 커지면서 불평등 개선을 위한 경제학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자성의 분위기도 형성됐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등 숱한 석학들이 관련 토론에 참가했다.

2일(현지시간) 열린 개막 연설과 개막 세션도 불평등 이슈에 초점이 맞춰졌다. 개막 연설에서 스페인은행 통화금융연구센터(CEMFI)의 마뉴엘 아레야노 교수는 가계소득 불평등의 원천과 가계수입의 급감이 소비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는지 분석한 뒤 분배정책은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뒤이어 열린 개막 세션에서 국제노동 권위자인 가이 스탠딩 런던대 교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프리카리아트(precariat)'라는 위험한 계급이 떠오르고 있다"며 "이들은 시민의식이 없고 정치화·사회화·경제화가 되지 않는 고립된 계급(denizens)"이라고 경고했다. 프리카리아트란 불안정한(precarious)과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무산계급)를 합친 조어로 사회생활 전반이 취약한 비정규직·실업자·이주노동자 등을 비롯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빚에 짓눌린 젊은 층, 홀로 아이를 돌보는 여성 등을 총칭한다.

그는 1970년대 이후 세계화, 노동시장 규제 완화와 기술발전 등의 혜택이 '상위 1%'에 집중된 반면 소득과 여가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계층의 비중이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프리카리아트는 노동시장에서 쫓겨났다는 점에서 전통적 의미의 노동계급과도 다르다.

노동계급이 노조 등에 힘입어 연금·휴가 등을 즐기는 반면 프리카리아트는 사회안전망으로부터 소외되고 아무런 꿈도 없이 살아가는 낙오자로 맨 밑바닥 계급이라는 것이다. 스탠딩 교수는 "이들은 불안정한 노동에 시달리는 바람에 조직화되지 않고 정체성도 없다"며 "끊임없는 구직·직업 훈련 등으로 방황하고 시간·돈이 부족해 진정한 사회관계를 맺을 기회도 상실했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일본·스페인·이탈리아 등에서 젊은 프리카리아트가 급증했고 일부 국가는 인구의 25%가 이들 계급으로 전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이들 계급이 자신들은 물론 민주주의 등 사회 전반을 위험에 빠뜨리고 폭동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탠딩 교수는 "프리카리아트는 조그만 이익에도 쉽게 분노하고 좌절한다"며 "기존의 정당·노조 등 모든 정치세력을 거부하면서 반감을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극우정당의 약진, 이슬람 청년들의 테러단체 가담 등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불평등한 소득 시스템을 무너뜨려 프리카리아트에게 기본적인 소득·여가·교육·금융지식 등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스턴(매사추세츠주)=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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