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society

"퇴근해" 책상 치우는 네덜란드 회사

인서비1 2014. 10. 9. 08:31

[친절한 쿡기자] "퇴근해" 책상 치우는 네덜란드 회사 한국서 '칼퇴' 하면 책상 없어질 걸

국민일보 | 권남영 기자 | 입력 2014.10.07 02:52

[친절한 쿡기자] '나인 투 식스(9 to 6).' 통상적인 근무시간입니다. 물론 꿈같은 얘기라는 사람도 많습니다. 현실은 다르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꿈이 현실이 된 곳이 있습니다. 오후 6시 퇴근시간이 되면 사무실이 사라져 버린답니다. 놀랍지 않으신가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디자인회사 헬데르그로엔의 이야기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이 회사엔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오후 6시가 되면 책상들이 없어집니다. 의자와 서랍장 모두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죠. 그래서 별명도 붙었습니다. '6시면 사라지는 사무실'이라고요.

↑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사무실이 사라지는 일련의 과정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되며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처음에 호기심으로 클릭 했던 사람들이 내용을 안 뒤엔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단순한 이벤트나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죠.

직원들의 정시퇴근을 유도하려는 장치였습니다. "야근을 하지 않아야 업무 효율성이 높다"는 경영진의 생각에서 비롯된 인테리어라고 합니다. 경영진은 "업무시간 이후엔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활동을 즐겨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왁자지껄했던 사무실(사진 (1))이 순식간에 텅 비는 비밀은 간단합니다. 책상에 강철 케이블을 연결한 겁니다. 케이블을 조종해 퇴근시간엔 책상을 천장위로 끌어올리고((2)) 출근시간엔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습니다. 다른 집기들은요? 의자와 서랍장 아래 바퀴를 설치해 옮기기 쉽게 했습니다. 업무와 관련된 모든 집기들이 치워진 사무실은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신합니다. 요가 등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3)). 때로는 파티가 열립니다. 물론 다음날 오전 9시엔 모든 게 원래 자리로 돌아오지요.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우리 네티즌들은 유독 허탈해하는 분위기입니다. 인터넷에는 "역시 선진국은 다르다" "정말 부럽다"는 등의 한탄이 이어집니다. 한 네티즌은 "한국에선 오후 6시 '칼 퇴근' 자주하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 책상이 없어지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유머 섞인 댓글을 남겼는데요. 놀랍게도 1만건에 가까운 공감을 기록했습니다.

많은 직장인이 퇴근시간이 지나도 상사 눈치 보며 자리를 뜨지 못하는 데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고충은 실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나죠. 종종 직장생활 스트레스를 묻는 조사가 실시되면 '야근이나 휴일근무 등의 초과업무' 항목이 늘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언제쯤 해결될 수 있을까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지요.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는 직장문화 정착, 배려와 노력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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